문득 내가 너무 우스워서 웃음이 나오려 했다. 내가 너무 우습다. 뭘 하고 있는 거지. 무슨 짓을 하며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내 마음은 그런 게 아니라면서 마음과 다른 말을 하고, 어떤 일인가를 하겠다며 장담하곤 또다시 하지 않는 나. 피식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래도 나 자신이라고 차마 깔깔거리지는 못하겠다. 내가 혹시 죽을 때를 지나버린 사람이 아닐까란 생각도 든다. 데려갈 시간을 깜박하고 잊어버린 저승사자 때문에, 나는 그 시간 이후로 흐지부지 되는대로 살게 된 것은 아닐까란 생각을 해 본다. 그런 게 아니라면, 나는 왜 이러고 있지. 나는 아무 것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닌 것엔 불만이 없지만 그런 내게 세상은 너무 무섭다. 어렸을 적에 나는 사는 게 참 힘들다는 생각을 했고, 나이가 들수록 점점 힘들다 라는 쪽보다 세상이 무섭다는 쪽에 바늘이 간다. 딴에는 내가 좀더 독해지고 냉정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살지만 내가 변하는 속도로는 세상을 따라가지 못한다. 언제나 그랬던 것 같다. 나는 늘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으니 괜찮다고 자신만만해 했지만 매번 예상하지 못한 뒤통수를 맞았다. 그래놓고 아아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무서운 곳이구나 하며 고개를 흔든다. 누군가에겐 내가 그 무서운 세상의 일부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아마 그랬을 것이다. 나는 혼자선 아무 것도 아니고 덜덜 떨며 하루 하루를 간신히 살아가는 주제에 세상의 일부가 되어선 다른 이에게 흉기를 날리고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미안하다. 미안하다 말하며 엉엉 울고싶다. 그런 게 아니었다고 그러려던 게 아니었다고 변명하고 싶다. 하지만 그들이 내게 다가와 손을 내밀어 잡으려고 하면 나는 울던 것을 멈추고 달아나서 이렇게 얘기하겠지. 미안했을 뿐 가까워질 마음은 없는 거라고...... 산다는 건 엄숙한 일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몇 백원 짜리 비스켓 봉지를 뜯으며 맛있겠다, 라 중얼거리는 중년 부인의 목소리에도 눈물이 난다. 사람들이 무언가를 후루룩거리고 쩝쩝대며 먹고 있을 때에도 숨이 탁 막히곤 하는데, 그렇게 엄숙히 느껴지는데, 그런데 왜 이렇지 내가 사는 건. 나는 너무 우습고, 무엇보다 감당하지 못할 일을 날들을 감정을...... 자꾸 쌓아가. 그래서 내가 세상의 틈에 끼어 상처 입힌 이들이 아니라, 나 개인으로서 마주했던 그들에게도 미리 미안해. 날 용서하라곤 말할 수 없고 그저 미안하다고. 당신의 엄숙한 생에 내가, 아무 것도 아닌 내가, 상처가 되지 않길 바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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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2003/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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