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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물이었네 (2) 2009/02/14


물이었네



얕게 일렁이기 보다는
깊게 출렁이는 게 좋아 보였지.
바닥을 치고 올라와야 얻을 수 있는 게 있다고 믿었네.
의무에 가까운 마음으로 진흙을 껴안았지.
흙탕이 된 것을 으스대기도 했네.

아주 잠시 반짝이는 수면이 되어 보기도 했지.
따뜻한 저 햇볕을 일년 내내 쬘 수도 있다고
누군가 얘기했지만 자신 없었네. 저 배, 저 바람, 비구름, 나를 할퀼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떠올리며
겁내고 있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아
더 거칠고 빠르게 아래로 달렸지.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애타는 사랑 때문에
곁에 있는 거라 말해 달라고, 물고기에게 애원하고
대답을 듣지 못한 밤엔 입 없는 수초의 뺨을 갈기며 분풀이하다
모든 것이 지겨워지는 순간이 오면
지쳤다는 거짓말을 하며

한번 더, 이번엔 예전의 나를 잊어버리게,
모두 나를 쳐다보게, 더 크게, 더 깊게,
살아 있어 발생하는 에너지가 아니라 오직 출렁이기 위한 에너지, 출렁임을 위한 출렁임으로,
출렁이던 나는, 물이었네.




2009/02/14 02:42 2009/02/14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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