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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색연필 2004/08/20
  2. 오늘 2003/09/12
어떻게 무지개색연필 같은 걸 만들 생각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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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20 23:54 2004/08/20 23:54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잠을 잘 못 잔 이유로는 추석 차례와 친가 외가 방문, 그리고 잠에서 깰 수 밖에 없는 괴상한 꿈과 극성스러운 모기 등이 있다.

오늘도 늦게서야 잠들었다가 둥실 둥실 떠다니는 묘한 꿈을 꾸며 모기에게 물려 잠이 달아나 버렸는데, 그 덕분에 종일 깨어 있을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정신은 매우 몽롱한 상태였고, 나는 슬리퍼를 끌고 집을 나와 광화문 교보문고로 향했고, 적당히 내리는 비와 세찬 바람에 매우 들떠 있었고, 교보문고에서 원하는 염색용 마카를 생각보다 싸게 샀다는 뿌듯한 마음에 즐거이 학교로 향했고,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학교 앞 편의점에서 시원한 맥주 한 병과 오징어가 들어있다는 소세지를 사서 룰루랄라 동아리방에 갔으며, 맥주를 마시며 기분 좋아하고 있을 무렵 후배 하나가 동아리방에 들어오는 거였다.

내가 맥주를 사왔다는 것을 미리 알았던 것마냥 그 후배는 마침 치킨을 주문하고 온 뒤였고, 잠시 후에 배달된 치킨을 먹으며 나는 오늘은 이상할 정도로 즐거운 날이라며 키득거렸다.

비가 잠시 그쳤을 무렵, 후배는 산책을 하러 나갔고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전화로 기분좋은 대화를 하고 있었는데, 통화를 끝내고 소파에 드러눕자마자 밖에서 쿵쾅쿵쾅 누군가 계단을 몇 개씩 뛰어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산책을 나갔던 후배였다. 녀석은 동아리방 문을 벌컥 열고 뛰어들어와 내 손목을 잡고 끌어 당겼다.

지체할 새가 없다며 빨리 나오라는 녀석의 재촉에 나는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싶어 후다닥 달려나갔는데.....

하늘에 무지개가 걸려있었다. 어렸을 적 본 적이 있는 쌍무지개 이후로..... 실제로 무지개를 본 것은 그 후로 처음이었다.

산꼭대기에 있는 학교의 특성상 너무나 가깝게 있는 것 같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크고 둥근 무지개를 보며 나는 얼마나 감격했는지.

후배가 건네준 음료수를 마시며 무지개가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던 나는 이내 녀석과 동아리방으로 돌아와 오늘은 정말 좋은 날이라며 감탄을 거듭하고 있었고

그 기분을 이어 작업을 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내가 좋아하는 분들이 모여 계신다는 전화였다. 너무나 오랜만에 그 분들을 만나게 되었다는 생각에 나는 서둘러 짐을 챙겨 동아리방을 뛰어나왔다.

좋은 분들을 만났고, 즐겁게 이야기하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다시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통화를 했고, 따뜻한 우유를 한 잔 마셨다.

오늘은 정말 좋은 날이었다. 최고다. 하루종일 둥실 떠다니는 기분이었다. 마치 잠깐 꾸었던 그 꿈에서처럼 말이다.

날이 바뀌기 전에 서둘러 기록을 해두고 싶어 부랴부랴 컴퓨터를 켰다. 최고였던 오늘, 오늘 만세다. 적어도 오늘 나는 누구도 부럽지 않았다. 매일이 오늘 같다면, 얼마나 즐거울까. 사는 게 말이다......




2003/09/12 23:47 2003/09/12 2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