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미'에 해당되는 글 3건

  1. 부적응자 2002/12/26
  2. 멀미 2002/12/09
  3. 추석 연휴 2002/09/21
오늘 저녁 잠시 밖에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 버스에서 나는 거의 초죽음(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과장한 듯 싶지만;;) 상태로 들어섰다. 평소보다 심한 멀미가 밀려왔다.

고작해야 20분 쯤 버스에 앉아있었을 뿐인데 어깨에서부터 뒷덜미까지 스물스물 올라오는 근육통과 울렁이는 가슴..... 오늘따라 심하게 느껴지는 버스의 진동과 차 냄새..... 취한 얼굴로 떠드는 아저씨들에게서 풍기는 술 냄새.....

차라리 내려서 걸을까 하다가 꾹 참고 집 앞 정류장에서 내린 나는 비틀거리며 집에 들어와 구역질을 해댔다. 세상이 씨바스럽다. - -;

자동차를 못 타는 21세기 인간이라니 아무래도 어색하다. 나는 이런 식으로 종종 내가 사회 부적응자라는 사실을 깨닫곤 한다. 하느님은 내게 '스스로 적응을 거부하는 머리' 보단 '부적응할 수 밖에 없는 신체'를 안겨주려고 애를 쓴 것 같다.

뜨거운 물에 몸을 씻고 이불 속에 들어가야겠다. 나를 이렇게 빚은 당신이 밉다는 원망도 까먹지 말아야지. 아멘.




2002/12/26 23:45 2002/12/26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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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차를 오래 타지 못 한다. 조금만 타도 쉬이 지친다. 나이가 들 수록 더 그런 것 같은데, 매연 냄새도 싫고 지나친 덜컹거림도 싫다. 특히 시내버스에 오랜 시간 앉아있는 것은 나에겐 너무나 괴로운 일이다.

그래도 창문을 열고 바람을 쐬고 있으면 나은 편이지만, 요즘같은 추위에 창문을 열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여하간 그래서 나는 버스에 타면 되도록 잠을 청한다. 그러면 좀 덜 고통스러울 수 있으니까.

회사에 다니는 동안 지하철을 이용하던 나는 복학을 하며 꼼짝없이 버스를 타고 다니게 되었는데, 기껏해야 3, 40분 걸리는 거리를 오고 가는데도 나는 매일 괴로움을 느끼며 버스에서 내린다. 몸이 피곤한 저녁길엔 더욱 그렇다...

오늘따라 유난히 덜컹거리는 버스에 탔다. 내리는 문 건너편에 앉았는데 정류장마다 문이 열릴 때 시원한 공기가 들어오는 게 아니라 버스의 매연이 화악 밀려온다. 하필이면 오늘따라 아무리 눈을 감고 있어도 잠도 안 와서 나는 꼼짝없이 울렁거리는 속으로 멍하니 앉아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탈출이다...' 하며 걸음을 옮기는데, 술에 취한 남자가 횡단보도 앞에서 구토를 하려고 끅끅거리다 쓰러져 뒹구는 참이다. 그와 함께 있는 남자는 그의 몸을 일으키려 애쓰고 있다.

맨 정신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으니 술의 힘을 빌어 구토를 하려는 사람들도 이렇게 있다. 나도 종종 사는 게 역겨워 구토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렇다고 내가 버스에서 멀미를 해대는 것이, 어쩜 나의 심정을 눈치챈 몸이 차 멀미를 빌어 일부러 구토할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쓴다면 오바질이겠지.




2002/12/09 23:34 2002/12/09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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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목)

아침) 아침 수업이 휴강된 날. 늦잠을 자다. 일어나서 밥을 먹고 나갈 준비를 하다.

점심) 집을 나서다. 한남동에 있는 고모님 가게를 찾아가다. 드릴 물건을 전해드리고 용돈을 받다. 추석 연휴 전 날이라 오후 수업도 휴강된 상태이지만 과제를 검사받을 게 있어 학교에 가다. 전공 교수님을 뵙고 동아리방에 가다. 노영권이 동방에서 두 시간이나 잤다며 벌건 얼굴로 맞이하다.

저녁)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동방에 들른 윤희와 영권과 수다를 떨다. 동방에서 수다를 떨던 우리는 밖으로 나와 학교 앞 떡볶이집으로 가서 계속 수다를 떨다. 분식집으로 가는 길, 하늘의 달이 멋지다며 윤희가 사진을 찍다. 그것이 달인지 해인지에 대해 세 명이 언쟁을 하다. 하늘에 납작하게 붙어있는, 종이를 오린 듯한 그 동글뱅이가 달 같기도 하고 해 같기도 하다. 한참을 떠들다 이 나이에 달과 해를 구별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비통하여 그만 두다. 떡볶이와 튀김, 꼬마김밥을 먹다. 여러 주제로 여러 이야길 하며 낄낄거리다. 윤희와 영권은 집으로 가고, 나는 다시 동방에 올라오다. 책을 조금 읽다 나오다.

밤) 집으로 가는 길, 평소에 차가 안 밀리면 10분도 안 되어 질주했을 '학교 앞~ 경복궁역' 코스를 50분만에 가다. 벌써 귀성 행렬이 시작된 듯. 차를 오래 타면 쉬이 지치고 멀미까지 하는 촌스러운 나는 이내 가사 상태에 빠지다. 뒷바퀴 위에 얹힌 좌석에 앉았더니 뜨거운 열이 라지에타처럼 올라오다. 사람들은 "이제 곧 터널을 통과하오니, 건강을 위해 창문을 닫아주십시오" 라는 안내 방송이 나온 지 40분이 지나도록 창문을 다시 열지 않다. 괴로워하던 나는 버스가 세종문화회관을 지날 때 앞쪽 창문 옆 자리가 비는 것을 보고 서둘러 자리를 옮기다. 창문을 활짝 여니 살 것 같다. 다행히 그 때부터 길이 잘 빠지다. 바람에 머리가 산발이 되었지만 기분이 좋다.

버스에서 내려 동네 시장에 들르다. 차례 지낼 것들을 사러 다니다. 오랜만에 시장 안쪽까지 들어가 보았는데 명절은 명절이라 가게마다 활기가 넘치다. 다행히 과일을 제외한 다른 것들은 그리 비싸지 않다. 두 손 가득 먹거리를 사 들고 집으로 오다. 개인적인 일을 하다 새벽에 자다.




20일 (금)

아침) 늦잠을 자다.

점심) 음식을 만들다.

저녁) 음식을 만들다.

밤) 음식을 만들다......


그래도 이번 추석엔 송편을 안 만들고 사먹기로 했고, 바쁜 와중에도 엄마가 부침개와 산적을 만들어주셨기에 일이 조금 일찍 끝나다. 예년같으면 모든 요리가 끝나는 때가 자정을 훌쩍 넘기다. 우리집이 큰집이 아닌데도 이렇게 음식을 만드는 이유는 내 아버지의 차례를 지내기 위해서다. 엄마가 바쁘셔서 차례나 제사 음식은 동생과 내가 맡아오다 동생이 군대에 간 이후론 혼자서 해내다.

이런 내가 아무리 생각해도 장하다. 제사 음식 못 만드는 거 하나 없다. 올해엔 안 만들어서 그렇지 송편도 이쁘게 만들다. 결혼하면 시어머니한테 칭찬 많이 받을 거다. 그러나 나는 칭찬받는 것보다 음식을 안 만드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다. 그런 칭찬은 안 받아도 좋으니 만들지 말라고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다. 사실 우리 집 차례상도 다른 집보다 많이 간소한 편이지만 좀더 간소해졌으면 하고 소망하다. 그러나 나에겐 내가 그리 정붙이지 않은 아버지의 차례상이지만, 엄마에겐 당신 남편에게 차려주는 한 상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내용을 갖춰 차리고 싶어하는 엄마 마음을 생각하여 반항하지 않다.

종일 생선과 달걀, 마늘 따위의 냄새를 맡다가 마지막에 식혜를 끓여내는 것으로 모든 일과가 끝나다. 샤워를 하기 전, 모니터 앞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폼을 잡아보다 상을 닦지 않은 것이 생각나 일어나다. 구석에 짱박혀있던 큰 상을 꺼내 먼지를 닦다. 그리고 생각난 김에 벽장에 넣어뒀던 향과 향로를 꺼내 닦아두다. 가게에서 올라온 엄마와 이런 저런 이야길 하다 밤 인사 후 내 방에 돌아오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21일 (토) : 예상 일과

일찍 일어나 아버지 차례를 지내다. 차례상을 치우고 서둘러 큰집으로 향하다. 영등포에 있던 큰집이 얼마 전 수원으로 이사가면서 명절의 행보가 약간 더 가빠지다.

큰집에서 어른들에 둘러싸여 내가 요즘 얼마나 평화롭고 행복한지 또 얘기하다. 나는 명절만 되면 행복해지다. 도대체 학교는 언제 졸업하는 건지 또 얘기하다. 입학한 지 5년 째인데 해마다 얘기하다. 내가 이미 졸업한 줄 아는 어른에게 아직 학생이라고 확인해드리다. 아직 졸업을 안 하는 이유에 대해 또 얘기하다. 휴학 중에 무슨 일을 한 건지 또 얘기하다. 전공이 무언지에 대해 또 얘기하다. 왜 그런 과에 들어갔는지 또 얘기하다. 졸업 후에 무슨 일을 하고싶은지 또 얘기하다. 그 일을 하고싶은데 왜 이런 과에 들어갔는지 또 얘기하다. 애인이 없는 이유에 대해 또 얘기하다. 살이 찐 이유에 대해 또 얘기하다. 귀를 많이 뚫은 이유에 대해 또 얘기하다. 머리 염색을 한 이유에 대해 또 얘기하다. 아버지가 살아 계셨으면 얼마나 기뻐하셨겠는가란 주제로 또 얘기하다.

그리고 서둘러 부천에 있는 외갓집으로 향하다. 외갓집에서 내가 요즘 얼마나 평화롭고 행복한지 또 얘기하다. 나는 명절만 되면 행복해지다.........




2002/09/21 02:50 2002/09/21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