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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5/25
  2. 맥주 2006/05/07
  3. 일요일 오후 2005/06/26
  4. 일요일 새벽 2004/09/12
  5. 오늘 2003/09/12
살 빼겠다고 종일 삶은달걀 오이 토마토 버섯만 먹어놓고
밤, 결국 냉장 떡볶이를 안주 삼아
얼음 가득 담은 잔에 하이네켄 한 캔을 부어 마셨다.
우울이나 허전함을 술로 달래는 게 싫은데도
막상 이런 상황이 되면 알콜을 찾게 된다.
아까 편의점에서 냉장고 앞에 서서
맥주를 살까 말까 한참을 망설이던 내가 웃기다.


스물 세 살이었나 그런가
늘 술에 취해 대책없이 사는 스물 여덟 살 여자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저게 뭐야 난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하고 쯧쯧 혀를 차고 있었는데
지금 내 나이는 그 때 그이보다도 한 살 많은 스물 아홉...
언니 미안해. 세상은 마음대로 살아지는 곳이 아니란 걸
이렇게 실감하게 될 줄 몰랐어.
맨 정신으로 바라보기 싫은 것들이 이렇게나 많은 지도.




2006/05/25 00:16 2006/05/25 00:16
우울할 때 술 마시는 건
과음하게 될 위험이 있다는 점을 제외하고도
술 깬 후의 허탈감이 무시무시해서, 자제하려 하지만
역시나 기분좋을 때보다는 우울할 때 술 생각이 많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아까부터 냉장고에 들어있는 500ml 캔맥주를 마실까 말까
몇 번이고 고민하면서
'오늘 밤엔 할 일이 많으니 술은 자제하자'
라고 짐짓 프로다운 혼잣말로 스스로를 달래보기도 했지만
결국 좀비처럼 냉장고로 걸어가 맥주를 꺼내고 말았다.

에라 모르겠다.
맥주는 왜 이렇게 시원하냐.




2006/05/07 00:49 2006/05/07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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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비가 오는 일요일 오후.

얼음 넣은 컵에 맥주를 한 캔 따서 붓고

전자렌지에 냉동 떡볶이를 돌려 먹고선

냉동실에 있던 하드를 하나 꺼내 빨고 있자니...

분수를 잊고 세상에 부러울 것 하나 없을 뻔 했다.




2005/06/26 19:47 2005/06/26 19:47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잠시 그친 일요일 새벽 5시.

이런 날씨에도 산책을 하는 노부부가 지나갔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Harvard 노래를 틀어놓고

얼음을 가득 담은 종이컵에 Cass를 부어 마시고 있다.

좀전에 얼음 하나가 탁, 하고 터졌다.

요즘 내 상황을 아는 사람이 보면

어울리지 않는 참 맘 편한 짓거리라고 흉볼지도 모르지만.

뭐 상황이 나쁘다고 맘 편한 순간도 없으란 법 있냐.

어차피 다시 현실을 마주하면 속이 타들어갈텐데,

그래서 잠시 쉬고 있는 중.

좀이따 졸리면 침대쇼파에 누워 한 잠 자야겠다.

그리고,

날 괴롭히는 것들 다 나가 죽어라.

재수 없다.




2004/09/12 05:15 2004/09/12 05:15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잠을 잘 못 잔 이유로는 추석 차례와 친가 외가 방문, 그리고 잠에서 깰 수 밖에 없는 괴상한 꿈과 극성스러운 모기 등이 있다.

오늘도 늦게서야 잠들었다가 둥실 둥실 떠다니는 묘한 꿈을 꾸며 모기에게 물려 잠이 달아나 버렸는데, 그 덕분에 종일 깨어 있을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정신은 매우 몽롱한 상태였고, 나는 슬리퍼를 끌고 집을 나와 광화문 교보문고로 향했고, 적당히 내리는 비와 세찬 바람에 매우 들떠 있었고, 교보문고에서 원하는 염색용 마카를 생각보다 싸게 샀다는 뿌듯한 마음에 즐거이 학교로 향했고,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학교 앞 편의점에서 시원한 맥주 한 병과 오징어가 들어있다는 소세지를 사서 룰루랄라 동아리방에 갔으며, 맥주를 마시며 기분 좋아하고 있을 무렵 후배 하나가 동아리방에 들어오는 거였다.

내가 맥주를 사왔다는 것을 미리 알았던 것마냥 그 후배는 마침 치킨을 주문하고 온 뒤였고, 잠시 후에 배달된 치킨을 먹으며 나는 오늘은 이상할 정도로 즐거운 날이라며 키득거렸다.

비가 잠시 그쳤을 무렵, 후배는 산책을 하러 나갔고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전화로 기분좋은 대화를 하고 있었는데, 통화를 끝내고 소파에 드러눕자마자 밖에서 쿵쾅쿵쾅 누군가 계단을 몇 개씩 뛰어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산책을 나갔던 후배였다. 녀석은 동아리방 문을 벌컥 열고 뛰어들어와 내 손목을 잡고 끌어 당겼다.

지체할 새가 없다며 빨리 나오라는 녀석의 재촉에 나는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싶어 후다닥 달려나갔는데.....

하늘에 무지개가 걸려있었다. 어렸을 적 본 적이 있는 쌍무지개 이후로..... 실제로 무지개를 본 것은 그 후로 처음이었다.

산꼭대기에 있는 학교의 특성상 너무나 가깝게 있는 것 같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크고 둥근 무지개를 보며 나는 얼마나 감격했는지.

후배가 건네준 음료수를 마시며 무지개가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던 나는 이내 녀석과 동아리방으로 돌아와 오늘은 정말 좋은 날이라며 감탄을 거듭하고 있었고

그 기분을 이어 작업을 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내가 좋아하는 분들이 모여 계신다는 전화였다. 너무나 오랜만에 그 분들을 만나게 되었다는 생각에 나는 서둘러 짐을 챙겨 동아리방을 뛰어나왔다.

좋은 분들을 만났고, 즐겁게 이야기하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다시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통화를 했고, 따뜻한 우유를 한 잔 마셨다.

오늘은 정말 좋은 날이었다. 최고다. 하루종일 둥실 떠다니는 기분이었다. 마치 잠깐 꾸었던 그 꿈에서처럼 말이다.

날이 바뀌기 전에 서둘러 기록을 해두고 싶어 부랴부랴 컴퓨터를 켰다. 최고였던 오늘, 오늘 만세다. 적어도 오늘 나는 누구도 부럽지 않았다. 매일이 오늘 같다면, 얼마나 즐거울까. 사는 게 말이다......




2003/09/12 23:47 2003/09/12 2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