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장마'에 해당되는 글 1건

  1. 이런 저런 얘기들 2003/11/15
1
갈등 구조가 생겼다. 나는 내가 5 정도의 잘못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상대방은 10 정도의 잘못에 해당할만한 화를 냈다.

왜 내가 정도에 지나치는 비난을 받아야 하나란 생각에 발끈했지만 꾹 참고 10에 달하는 사과를 했다. 그러자 그 순간 상황이 종료되었다. 화가 잔뜩 나 있는 상대방을 대하며 나름대로 긴장했었는데, 오히려 맥이 풀릴 정도였다. 흥미로운 경험이다. 화난 사람의 감정이 순식간에 누그러지는 모습은 사실 놀라운 것이었다. 게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그와 웃으며 농담 따먹기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다행인 점은, 이후에 좀 더 대화를 해 본 결과 그의 평상시 말투가 원래 공격적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그가 꼭 내 잘못이 10이라고 생각해 화를 냈던 것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어쨌든 당시에 그가 내게 원했던 건 '당신이 화를 내는 만큼 내 잘못이 크진 않다'는 호소가 아니라 '사과' 였고, 나는 쉽게 그 기대를 충족시켜 준 셈이다.


2
며칠 전에 밥을 김에 싸서 먹다가 문득 '다음에 김으로 환생하면 웃기겠다' 는 생각을 했다. 강낭콩이나 미나리 같은 건 상상해본 적이 있지만 김은 처음이다. 납작하게 눌려 팔리는 김만 보았지 김 원래 모습을 본 적이 없는 나는, 다음에 김으로 환생했는데도 내가 김이란 사실을 모르고 있을 것 같아 살아있는 김 사진을 찾아보다 실패했다.


3
CDP도 이어폰도 말썽이라 며칠 동안 귀를 열고 다녔다. 허전한 기분이야 당연하고, 다른 건 몰라도 버스에서 이어폰이 없다는 건 우울한 일이었다. 원치않는 소리는 멀미를 심하게 만든다. 덜컹이는 차와 크게 떠드는 사람과 불분명한 소리로 싫어하는 노래를 내보내는 라디오..... 그것들은 뒤섞여서 한꺼번에 들리기 때문에 날 더 괴롭게 한다. 거기에 누군가의 술냄새라도 섞이면...... 멀미가 심한 나에겐 불행한 일이다.

지금은 집이라 ADEN의 노래들을 듣고 있다. 좋다. 이렇게 좋은데. 오늘은 전자상가에 가서 CDP를 손보고 이어폰도 사야겠다. 내 귀에 들려오는 소리라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는 건 다행스런 일이다.


4
요즘은 마음에 비가 오고 있는 것 같다. 가슴에 창문처럼 구멍이 나 있고 빗물이 주룩주룩 떨어지는 장면이 떠오른다. 이런 이미지가 아무렇지 않게 당연하다는 듯 떠오르니 우습다.

저녁 내내 홍대 앞의 그곳에서 얼음 넣은 맥주를 마시고 싶어 혼났다.




2003/11/15 04:04 2003/11/15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