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달이 나가는 보험금이 부질없다는 생각이 급습해 지난 주에 보험을 잽싸게 해약하고, 그제서야 '아 요즘 내 몸이 이상했지' 라는 생각이 든 건 내가 등신이어서겠지. 요즘 어디에 그렇게 넋을 놓고 있었는지, 그러고보니 몸이 이상신호를 보내온 건 한참 되었는데 내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코앞의 마감이 몇 개 있기 때문에 병원행을 미룰까 하다가도- 겁이 덜컥 난 거라. 어제 오전 오후 일하고 있는데 도무지 집중이 안 되어서, 결국 병원에 가서 몇 가지 검사를 받았다. 무슨 일이 생기면 오만 궁상맞은 상상을 다 하는 나인지라 이런저런 경우의 수를 생각하며 병원으로 향했지만, 그래도 내심 걱정과 '에이 설마' 하는 마음이 반반. 하지만 막상 의사가 "아아 문제가 있는데요" 라고 말하는 순간엔 눈앞이 노랬다. (난 왜 그의 말이 "이야, 발견했어요!" 하는 들뜬 말투로 들렸을까.) 그 한 마디에도 가슴이 그리 놀랐는데, 암이라고 말했다면 어쨌을까. 다행히 암은 아닌 것 같다지만 문제가 있어 보이고, 정확한 결과는 다음 주에야 나온단다. 어젠 일단 주사 한 방 맞고 왔다.
집에 돌아오는 길 착잡한 마음. 그저 내가 참 등신같단 생각밖에 안 들다가 또 갑자기 일에 대한 의욕이 솟구쳐서 버닝하던 중, 그저께 밤을 샌 탓에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눈 붙인다는 게 오늘 낮까지 이어졌다. 기차를 타고 여행하는 꿈에선 중 고등 대학교 동기들이 장기자랑 같은 것을 기차가 달리는 내내 보여주어 박수를 치며 구경했다. 담당에게 전화해서 "몸이 안 좋아 원고를 펑크내게 됐어요" 라고 말하는 꿈도 꾸었는데, 진짜 현실인 줄 알았다. 잠에서 깨어 시계를 보고 놀란 나는 정말 그런 통화를 해야 했지만.
이러저러하여 몹시 우울해요. 하지만 넋두리한 것이니, 부디 이 글에 댓글은 달지 말아주세요. 방명록에도 제 병원행과 관련된 글은 쓰지 말아주시길. 네이버 뉴스 댓글게시판 유머를 빌리자면, "혼자 있고 싶다, 모두 로그아웃해라" 입니다. ㅎㅎ 그리고 건강검진 챙겨서 받으세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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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 2007/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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