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에 해당되는 글 8건

  1. 주말 2006/12/18
  2. 해토 2005/08/23
  3. 금요일 오후 2003/10/10
  4. 즐거운 이유 2003/01/11
  5. 심령 동아리 2003/01/07
  6. 그녀의 학습 2002/07/22
  7. 동아리 동기들을 만나고 2002/03/04
  8. 대체, 친정 가다 2000/03/04
금요일-
월간 논 원고 마감일. 온종일 미친듯이 작업하고 원고를 넘기니 저녁 7시. 그제서야 밖에 비가 오고 있다는 사실 발견. 며칠 전 구입해서 한 번도 신지 않은 채 '냄새 좀 빠지라고' 집게 옷걸이에 걸어 창밖에 널어놓은 롱부츠가 떠오름. 골고루 충분하게 젖어서 절인 배추처럼 늘어진 부츠를 손에 들고 낙담.

갑자기 생긴 '올드미스다이어리' 시사회 자리. 동대입구역인 우리집에서 브로드웨이 극장이 있는 신사역까진 겨우 다섯 정거장. 여유를 부리다가 시간을 너무 딱 맞추어 출발. 지하철을 타고 휴대폰으로 헥사 게임을 하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의 전화 통화 소리가 들림.

 "나 지금 안국역이야. 금방 도착할 거야."

안국역은 무슨... 이 열차는 아래로 내려가고 있는 중이구만. 저 아저씨 뻥을 쳐도 괴상하게 치네... 하고 피식 웃다가 밖을 내다보니 정말 안국역. 내가 반대 방향 열차를 탄 것이었음. 부랴부랴 하차, 반대편 지하철을 기다려서 탑승. 먼저 극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서지는 '지하철을 반대로 탄 걸 모르고 있었다'는 내 전화를 받고 애인인 곤오빠에게 얘기했지만, 곤오빠는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니? 못 믿겠다'며 시큰둥한 반응이었다고.

브로드웨이 극장에 도착. 명단에 없다는 시사회 담당자와 잠깐의 실랑이(?) 끝에 극장으로 진입. 영화는 이제 막 시작된 상황. 허리를 굽혀 좌석을 찾아 앉고 있는데 스크린에서 예지원이 나를 부르는 소리가 대뜸 들려서 화들짝 놀람.

 "삼십대 백수 노처녀...!!"

 헐.

영화를 아주 잘 보고 흡족한 마음으로 귀가. 모처럼 만난 서지와 좀더 얘기를 하고 싶었지만 집이 먼 서지의 귀가시각이 임박하여 각자 집으로 향함.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귀가했는데, 문어발 전 남자친구와의 작업물이 모처에서 상을 받았다는 소식이 들려옴. 급 우울 모드.



토요일-
전환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우울 모드를 퇴치하는 덴 대청소가 약이라고 판단, 방청소 시작. 바닥이며 책상, 책장, 창틀까지 구석구석 꼼꼼히 닦음. 앞으로 공연히 전 남자친구를 문득 떠올리는 일이 없도록, 그 동안 받은 선물들을 모조리 버림. 언젠가 그가 분홍색 구슬반지를 문구점에서 사와 끼워준 적이 있는데, 마지막으로 한 번 끼워보고 빼던 중에 줄이 끊어져 사방으로 구슬이 튐. 싹싹 쓸어모아 마저 버림.

저녁, 엄마와 함께 외출을 했다가 해토 망년회에 뒤늦게 합류하러 신촌으로 가는데, 함박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 가뜩이나 꿀꿀한데 눈까지 징그럽게 내리니 암담. 신촌 한복판에서 언성 높이고 따귀를 때려가며 싸우는 어린 커플 목격. 이런 큰 눈을 맞으며 저렇게 심하게 싸운다면 평생 잊지 못하겠구나 싶음. "낭만적인 기억은 금물이에요" 하며 다가가 우산을 씌워줄까 하다가 돌아섬.

2차가 끝나고 남은 멤버는 나, 동기 니꼴라스, 후배 양아, 묵이, 상태. 양아가 잘 안다는 마포의 어느 횟집에 가려 했지만, 평소 주말에도 자정 넘어 택시 잡는 게 하늘의 별따기인 신촌은, 눈 폭격을 맞은 이날은 택시와 승객의 전투로 온통 아우성. 결국 신촌 횟집으로 들어가 3차 시작.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눈송이를 보며 우울한 기분이 자꾸 들었으나 대화만큼은 즐거웠음.

그간의 연애 패턴은 영 아니라는 충고를 들음. 그리고 앞으로 다른 남자를 만나게 된다면 초반에 이애들에게 보여주고 검증 받겠다고 약속. '남자 보는 눈은 남자가 정확하다'고. 하지만 그동안의 문제들은 주위 사람들이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어머 그래도 나는 그이를 훨씬 많이 지켜봤다고. 너희는 단지 몇 시간만 보고 판단했을 뿐이잖니?' 라는 마음가짐 때문이란 걸, 이애들도 나도 알고 있음.

날이 밝음. 지하철 운행 시각까지 기다렸지만 춥고 취한 김에 택시에 승차, 집까지 꾸벅꾸벅 졸면서 감. 택시에서 내려 집까지 백여 미터를 걸어가야 하는데, 가뜩이나 취한 상태에 폭설을 예상 못하고 신고 나온 9cm 하이힐을 신고 경사진 눈길을 걸을 자신이 없었음. 결국 구두를 벗고 스타킹 바람으로 걷기 시작. 집에 도착하자마자 욕실로 들어가 샤워기 더운물을 들이부었음. 아이들과 낄낄거리며 얘기하다 돌아온 참이지만, 방에 들어오니 문득 속상해져서 펑펑 울기 시작. 끝난 연애로 우는 건 이게 마지막이라고 다짐.



일요일-
홍대 앞에서 후배를 만남. 가는 길에 아직 녹지 않은 눈길을 보며 '저런 눈길을 구두를 벗고 걷다니' 하며 몸서리. 취하지 않았다면 할 수 없던 일.

까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다가 이제 어딜 갈까 궁리. 이런저런 이유로 몇 곳을 패스시키고, 나의 권유로 후배가 아직 가보지 않은 곳으로 향함. 그러나 이날따라 분위기는 어수선했고, 사람이 많아서 어정쩡한 자리에 티테이블을 놓고 앉아야 했음. 도무지 대화를 할 수 없게 만든 요인 중 하나는 근처 테이블 일행이던 한 아가씨. 방심할 틈을 주지 않고 들려온 그녀의 "꺅꺅꺅꺅!" 하는 요란한 웃음소리 때문에 도 나도 급 좌절.

얼마 후.
 "됐어. 이제 저 아가씨 그 정도로 크게 웃진 않을 거야."
 "언니가 어떻게 알아?"
 "봐 봐. 남자 일행 대부분이 일어나잖아. 남자들 중에, 저 아가씨가 마음에 둔 남자가 있을 거야. 그래서 평소보다 오버했던 거지. 이렇게 생각했을 걸. '내 솔직하고 내숭없고 밝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하지만 이제 다들 일어나니까, 이제부턴 그러지 않을 거야."
 "꺅꺅꺅꺅꺅!"
 "언니 뭐야. 그대로잖아."
 "남자 한 명은 남았잖아. (자신 없이)저 남자를 좋아하나 보지."

결국 음악을 듣는 것도, 대화를 하는 것도, 술을 마시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분위기 속에서 맥주를 마시다 일찍 헤어짐. 후배는 나중에 문자메시지로 '우리가 만났던 날 중 가장 간소하고 조용했던 날'이란 평을 내림.

집에 돌아와 화장을 지우고 있는데 엄마가 말씀하심.

 "어제 네가 방 닦은 걸레 있지, 그거 내가 현관 앞 계단 청소할 때 쓰는 걸레야!"



서른이 며칠 안 남은 나의 주말.




2006/12/18 23:33 2006/12/18 23:33

해토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대학이란 곳에 세 달도 다니기 힘들었을 거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학 새내기가 된 분들에겐 늘 동아리에 가입할 것을 권하고 있다.

정말 오랜만에 기천선배를 비롯해서
니꼴라스, 고양이, 아지, 밥사, 찰스, 양아, 상퉤, 권법소년,
현진, 변누이, 윤지, 쑤우, 동진, 영희 등등 해토인이 총출동했다.

언 땅을 녹이는 청년시인, 해토(解土)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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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제 신촌 말고 좀 다른 데서 모였으면 좋겠다 -.-


2005/08/23 14:32 2005/08/23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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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은 수업이 없는 날이지만 저녁에 동아리 모임이 있다. 올해가 가기 전에 문집이 나올 예정이라 거기 올릴 시를 몇 편씩 써와서 합평회를 할 예정인데, 자유시 몇 편은 써놓은 걸 가져가려 하지만 문제는 '테마시' 이다. 이번 주제가 '술'로 정해졌는데, 6시가 합평회인데 지금 시각은 오후 세 시 반. 나는 첫 줄도 쓰지 못 했다. 술에 대해 내가 할 말이 무엇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고작해야 "술은 내 친구", "얼음 넣은 맥주가 좋아" 정도랄까... 이런 말들로 무슨 시를 써야 할 지 모르겠다. 그래서 지금 생각해낸 것은 이미 쓴 적이 있는 '선술집에서' 란 시를 들고 가는 것이다. 동아리 문집을 내기 위한 합평회에 모두 써놓은 것들만 들고 가는 것이 고학번의 자세로는 뻔뻔하지만 별 수 있는가. 지금으로선 최선의 방법이다. -_-;;

2.
시들을 갈무리해 출력하기 위해 피씨방에 들렀는데, 들어와서 생각해보니 은행에서 돈을 뽑는 걸 깜박해서 지금 내 수중엔 돈이 달랑 1350원 있다. 한 시간 기본요금이 1000원이 아니라 1500원이면 어떡하지? 잠깐 나가서 돈을 뽑아올까 고민했지만 이 근처의 현금지급기는 두 곳이 있는데, 한 곳은 횡단보도를 두 번 건너는 곳이고 다른 한 곳은 길은 건너지 않지만 왕복하는 데 족히 10분이 넘게 걸린다. 귀찮아서 그만 두기로 했다. 1000원이겠지 뭐. 어쨌거나 행여 한 시간을 넘길까봐 지금 계속 사용시간을 눈여겨보고 있다.

3.
내일은 토요일인데 전공 과목 보강이 두 개나 있다. 둘 다 실기 과목이기 때문에 과제가 만만찮다. 과제 생각만 하면 심란하기 짝이 없고, 월요일부터 시작인 중간고사 생각을 해도 암울하다. 레포트도 쓰기 시작해야 하는데 시작할 마음이 나지 않는다. 레포트는 어떻게 쓰는 거더라? -_-

4.
살아오면서 많은 선택을 해 왔지만 내가 한 선택 가운데 후회를 한 것은 별로 없는 듯 하다. 어떤 선택을 했든 간에 어떻게든 풀어 나갔으니까.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 지 몰라도 나는 그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 슬슬 그 선택이란 것에 지치기 시작한다. A를 선택해서 풀어 나가다 보면 B란 일이 또다른 선택을 하게 만들고, 이어서 C와 D라는 꺼리가 나타나 서둘러 선택을 하라고 졸라댄다. 선택을 하는 데 있어서 어떤 기간이나 꼭 양자택일 없이 천천히 많은 생각을 하며 여유있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유감스럽게도 그 많은 것들은 쉴 틈이 없다는 듯 넉넉한 시간을 주지 않는다. 어쨌거나 내가 선택한 일, 내가 사귄 친구, 내가 상처 준 사람... 그런 나의 선택들에 대해 적어도 비겁해지진 말자고 생각하지만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아 자꾸 자꾸 되새기고 있다.

5.
사용시간이 다 되어 가고 있다. 서둘러 자리를 떠야겠다. 부디 이용료가 1000원이기를.




2003/10/10 15:57 2003/10/10 15:57
(02.11.04)
어느 날, 동아리방에 들어가니 아이들이 벌건 얼굴로
배시시 웃으며 행복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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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낮부터 정종을 데워먹고 있을 줄은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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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11 08:22 2003/01/11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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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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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방 한 쪽 벽에 붙어있는 거울.
유심히 보면 거울 오른쪽 하단에 무언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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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그렇다;; 그것은 사람의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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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저 쪽 벽엔 범상치 않은 무언가가 마구 붙어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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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보다시피 숟가락, 젓가락, 물컵, 1.5리터 생수병, 유리병, 접시 등이었던 것이닷!!
이런 초자연적인 현상이 일어나다니.... 모두 경악을 금치 못 하고 손톱을 깨물고 있었다.
알 수 없는 불안함으로 동아리 내부에 긴장감이 도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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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물건들을 붙인 것이 자신의 소행이었음을 담담하게 밝히는 김모군.
처음엔 "글루건이 그렇게 강력한 줄 몰랐다" 라며
얼떨결에 물건들을 붙였음을 시사하던 그는,
이내 "단지 작품 활동이었을 뿐" 이라고 번복하기도.




음 이런 사진이나 올려서 올해 새내기가 들어올 수 있을까...... -_-;;;


2003/01/07 07:29 2003/01/07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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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동아리방에 들어가니 후배 최모양이 무언가를 열심히 필기하고 있었다.

공부에 열중한 그녀의 모습에 주눅이 든 나는, 후배 공부에 도움은 못 될 망정 방해는 하지 말자는 생각에 읽을꺼리를 조용히 꺼내려는 참이었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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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기에 열중인 최모양)


그녀의 행동이 어딘지 모르게 이상했던 거다.

분명 열심히 필기를 하고 있는 것은 맞는데, 우째 한 단어를 쓴 다음엔 고개를 세 번 끄덕이냔 말이다...

한 단어 쓰고 끄끄덕, 한단어 쓰고 끄끄덕..... 끄 끄 덕, 끄 끄 덕, 끄..끄..덕... 어디서 많이 접한 리듬인데..... 헉.... 혹시??!!

의혹에 찬 나는 그녀의 노트를 덮치기에 이르렀고... 크아아.... 나의 짐작대로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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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쿵쿵따를 하고 있던 것이다!! ㅡ,.ㅜ

(혼자만의 쿵쿵따인데도 시작 부분에 "♪쿵쿵따리 쿵쿵따!"를 빠뜨리지 않는 것!

이것이 진정한 매니아의 자세다......)




2002/07/22 04:56 2002/07/22 04:56
토욜, 동기 하나가 군대 휴가를 나와 모처럼 만났더랬죠.
모임이 있고난 뒤 동아리 게시판에 오른 글입니다...

1번은 동기가, 2번은 제가 쓴 후기.
평소에 알던 사람들이나 재밌을 글이긴 하지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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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동기 노영권이 쓴 글)

어제 신촌에서 해토의 중요한 모임이 있었다.

워낙 중요한 업무라 주요인사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었다.

교주 양아, The LittlePrince 경원, 몰락공주 도대체,

그리고 가장 중요한 그들을 호위하는 문지기까지....

원로들의 원탁회의였다.

가장 먼저 도착한것은 역시 몰락하였지만 기품을 지키는

도대체였고 그다음은 그를 호위하기 위해 문지기였다.

문지기는 곧바로 공주를 안전한곳으로 이동시켰고

가장 먼곳 소행성B-612에서 지내는 경원이 다음으로 도착,

역시 우리의 교주는 모두가 모인것을 확인한 후

마지막 클라이막스로 모두를 굽어보며 도착을 했다.

주요인사들인만큼 간단히 닭과 맥주로 저녁을 때운 뒤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고 그들은 술자리로 옮겼다.

그곳에 준비된 술은 역시 그들의 직위에 어울리는

말로만 들어볼 수 있는 발렌타인(30년산) 이었다.

술이 술이니만큼 모든 원로들의 열띤 토론은 계속되었고

이야기는 좋은 분위기로 이어졌다.

그 와중에도 교주께서는 토론보다는 그 발렌타인(30년산)

거기에 더 관심이 있어보였다.

모든 토론이 끝나고 성공적인 모임을 자축하는 의미에서

그들은 뒷풀이로 나이트를 갔다.

나이트로 행차중에 도대체는 모두에게 이날의 성공적인 회의를

기념하는 의미에서 반지를 하나씩 끼워줬다.

역시 공주다운 기품있는 행동을 보면서 애써 자신이 몰락한 것을

잊고있구나 생각했지만 모두들 묵묵히 울음을 삼키며 반지를 끼웠다.

역시 나이트에서도 그들은 그들의 위치를 망각하지 않았다.

교주는 교주다운 카리스마로 모든이를 신도보듯이 거만한 춤을 추었고

경원은 타락한 어린왕자처럼 애교스러운 춤을

도대체는 공주다운 기품을 지키며 닭살 춤을

문지기는 그들 주변을 돌며 다른이들과 그들을 격리시키며

자신의 임무에 충실했다.

The LittlePrince는 자신의 별 B-612까지 가기에 워낙 늦은시간이라

이 지상에 잠시 더 머물기로 했고

직업정신이 투철한 문지기는 그에게 초호화 원룸을 제공

잠자리에서 식사까지 그가 B-612로 떠나가는 그 시간까지

그의 모든것을 책임졌다.

여기 모든 원로들이 자신들의 직무수행을 위해 돌아간 지금

문지기만이 남아 그들의 중요한 업적을 기려 글을 남긴다.

이제 혹자들은 이 회의를 '삼이 원로회의'라 명명하고

3월2일마다 그들의 업적을 기리며 그들을 축복할것이다.



 2. (내가 쓴 글)

그날 신촌에서 변변찮은 모임이 있었다.

워낙 변변찮은 모임이라 맨날 나오는 애들만 한자리에 모였었다.

교주 양아, 어린왕자 경원, 몰락공주 도대체, 문지기 영권까지....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은 도대체였다.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서 30분 넘게 추위에 떨고 있자니 화딱지가 났다.

잠시 후에 문지기에게 전화가 왔다. 신촌에 도착한 건 1시간 전이었는데 길을 못 찾아 헤매고 있댄다.

신촌에서 제일 큰 현대백화점을 못 찾고 있다니... 믿기지 않았지만 어쨌든 빨리 오라고 소리를 질렀다.

잠시 후 문지기가 나타났다. 기다린 건 화가 나지만 길을 못 찾아서 늦었다는데 뭐라 할 말이 없어 약속장소를 그곳으로 잡은 놈을 욕하기로 했다.

"여기서 만나자고 한 씹새끼가 도대체 누구야!"

문지기가 대답했다.

"나......" -_-;;

우리 둘은 추워서 곧바로 술집으로 들어갔고, 애들이 더 오기 전에 비싼 안주를 먼저 먹고 있자며 양념치킨을 시켰다.

양념치킨이 나오기도 전에 경원이 도착, 우리의 비싼 안주를 축냈다.

집이 코앞이라는 교주 양아는 모두가 모인 것을 확인한 후 어슬렁거리며 나타났다.

순식간에 닭을 다 먹고 콘버터와 이면수 튀김을 삼킨 다음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주말이라 자리가 있는 술집이 없어 몇 군데에서 퇴짜 맞고 들어간 곳은 분위기있는 어느 바였다.

난생 처음 양주를 마셔본다는 문지기를 위해 고른 술은 발렌타인 ○년산-_-;; 이었다.

경원은 양주의 종류와 마시는 법에 대해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았고,

양아는 한쪽에서 "이렇게 싸구려 술은 처음 마셔봐!"라며 헛구역질을 하고 있었다.

콜라밖에 안 준다는 종업원 언니를 살살 꼬셔 우유를 갖고 오게 만든 건 경원이었고

그러나 그토록 우유를 갈망하던 경원은 정작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고 도대체와 문지기만이 벌컥벌컥 마셔대었다.

처음 술을 시킬 때 "맥주 많이 마시느니 양주를 마시는 게 돈이 덜 든다, 이거 한 병 시키면 네명이서 마시고 남는다"던 경원은

잠시 후 홀랑 비워진 양주병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며 "이 큰 병을 시키고 술이 모자라다니... 이런 경우는 정말 처음이얏!!" 하며 경악했다.

취하려면 아직 멀은 네 사람은 다음 장소로 이동, 이번엔 알탕과 소주를 시켰다.

아니나다를까 잠시 후에 알탕은 국물도 없이 깡그리 비워져있었다. 네 사람의 모습은 마치 걸신과도 같았다.

나이트로 자리를 옮기기 전, 술집 앞에 멕시코인들이 좌판을 펴고 악세서리를 파는 모습을 보였다.

귀고리를 구경해볼까 다가섰는데 갑자기 애들이 벌떼처럼 엉겨붙었다. --;;

완력으로 반지와 목걸이를 뜯긴 도대체는 잠시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그 와중에서도 경원과 양아는 멕시코인들에게 유창한 한국어로 말을 건넸다.

멕시코인이 당황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홍대 클럽으로 갈까 나이트를 갈까 망설이며 잠시 길을 배회하고 있는데

전직 삐끼 경원이 지나가던 삐끼 옵빠와 껴안고 무어라 이야기를 주고받더니 어여 따라오란다.

역시 나이트에서도 그들은 제버릇을 남에게 못주었다.

스테이지로 번갈아 뛰어 올라가 막춤을 추고 있으니 다른 이들은 그들과 자연스럽게 격리되었다. 모세가 바다를 가르는 모습이 떠올랐다.

도대체는 화장실에 갔다가 어느 뇬이 토해놓은 내용물을 밟을 뻔 했고

그 와중에도 경원은 간간이 웨이터 옵빠와 다정스레 포옹을 하며 끈끈한 우애를 나누었으며

술값 보태라고 돈을 줬더니 그 옵빠에게 팁을 줬다며 즐거워했다. -_-+

나이트를 나와 택시를 잡은 도대체는 "왜 반대 방향에서 택시를 탔냐"는 기사 아저씨에 말에 움찔하여 얼른 내렸다.

그 사이에 경원과 문지기는 택시를 잡고 올라타고 있었고

분노한 도대체는 "저 새끼들 먼저 간다!"며 소리를 질렀는데

경원은 "이 새끼들 먼저 갈께~" 하며 고소해했다.

아직도 분이 안 풀려 글을 남긴다.

회사 숙소로 돌아와 잠을 청하며 '내가 다시 술마시느라 밤을 새면 인간이 아니다'라 씩씩거리던 도대체는

늦은 오후에 일어나 30분만에 가방을 싸곤 다시 술을 마시러 대학로로 향했다..... -_-

2002/03/04 11:36 2002/03/04 11:36
어제 오전, 휴학이랑 증명서 문제로 학교에 갔습니다. 오랜만에 가는 학교. 그제 입학식을 하고 어제 개강을 한다더니... 학교 올라가는 길서부터 00학번 냄새를 솔솔 풍기는 얼라덜이 보였습니다. 갑자기 노친네가 된 기분. 허긴... 제 칭구덜은 이제 4학년, 졸업반이 되었으니까요. 여차저차해서 저는 아직도 2학년이지만.

제가 입학할 때 휴학하던 선배와, 입시를 다시 하겠다며 휴학했던 후배, 뜬금없이 휴학해서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과 친구, 군대 갔다던, 그래서 얼굴도 못 본 과 선배들...의 복학 소식이 기다리고 있더군요.

간만에 마주친 과 동생들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하나도 없는 것 같기두 했고. 그런가하면 어떤 선배는 오랜만에 만난 게 반가워 인사를 하네 안부를 묻네 깔깔대다가 돌아서는데 그제서야 목발 짚은 모습이 눈에 들어오데요... (난 인간이 왜 이런지 몰라)

과사로 갔다가 전공 교수님 한 분을 만났지요. 모든 일은 순서가 정해져 있는 법이라고, 와서 공부를 하라고 그러시네요. 하하 웃으며 넘겼습니다. 순서를 안 지키는 인간도 하나쯤 있어야 하는 거 아니겠냔 생각을 하면서요. 그리고 젠장, 내가 뭐 그런 게 한두 번이냐 하면서요.

절차를 다 마치고 내려오는 길, 제게 온 봉투도 하나 챙겨오구요(아직도 학교 우편함엔 제 우편물이 날아옵니다).

내려오면서 제가 정말 존경하는 교수님을 만난 거 있죠. 못 뵈고 가는구나 서운했는데 우연히 만나다니! 수업이 있으신지 안부를 물으시면서도 걸음을 옮기시는 교수님을 붙잡고, 재빨리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냈습니다. 당근 드리려구요.

* 근데 왜 천원 짜리가 나옵니까... -.-

"교수님 죄송해요, 잠시만요..."

바쁘신 교수님 붙잡고.. 주머니를 뒤적뒤적.. 이럴 줄 알았으면 오른쪽 주머니엔 명함말구 아무 것도 넣어두지 말걸, 후회하며. 결국 오른쪽 주머니에 들어있던 천원짜리 몇 개, 지하철 패스, 껌종이, 영수증, 기타 미세한 먼지들까지 다 꺼내 정리하여.. 그 사이에 숨어있는 명함을 빼내 드렸습니다. 오마이갓.


날씨는 참 좋았습니다.
헌데 종일 기분이 묘하더라구요.
수강신청, 동아리 모집 포스터, 강의 계획서, 새 강의실, 교수님 눈치, 새 교재, 교재비 삥땅, 지저분한 동아리방, 더 지저분한 과방, 거기서 밥 시켜먹는 애들... -_-

제가 있어야 할 자리에서 그런 일들이 빠르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 순간 겪고있진 않지만 눈에 선할 정도로... 어쩜 마음으로 그리기에 더 선명하게 떠오르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하루종일 이상한 바이러스에 걸려 온몸이 쿡쿡 쑤셨습니다.



2000/03/04 06:15 2000/03/04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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