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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닭과 육식 2002/08/31
낮에 틀어놓은 TV에서 음식에 대한 프로그램이 한창이었다. 다른 일을 하느라 왔다 갔다 움직이다 내가 좋아하는 닭 얘기가 나오길래 주저 앉아 보았는데... [닭 요리 베스트 7]을 소개하겠다는 게 아닌가! 목록은 다음과 같다:

닭갈비, 칡백숙, 참나무 숯불구이 통닭, 찜닭, 닭강정, 닭발, 닭도리탕

칡백숙은 못 먹어봤지만 백숙은 좋아하고, 내가 먹은 게 참나무는 아니었지만 숯불구이를 좋아하니까 뭐 비슷할 거라고 친다면, 위의 7가지 요리 중 닭발만 빼고 모두 좋아하는 셈이다. 정말이지 나는 닭이 너무나 좋다. 하나 유감이라면 저 리스트에 '닭칼국수'가 끼어있지 않는다는 것인데, 푹 고은 닭을 먹고난 후 국물에 칼국수를 말아 먹는(지금 쓰다보니 샤브샤브와 흡사하네) 닭칼국수가 얼마나 예술인데!

아 아 아 나는 닭이 너무 너무 좋다-------




(덧붙여서)

내가 닭발을 먹지 않는 이유는, 발을 보고 있으면 그 발로 걸어다니는 닭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비슷한 이유로 날개도 잘 먹지 않는다. 접혀있는 날개를 보면 '고기'란 생각보다 이 날개를 달고 있었을 닭이 먼저 떠오른다.

나는 "저 살아있던 동물이예요" 라고 말을 거는 듯한 음식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건 "전 죽은 동물이랍니다" 라는 말과 다름없기도 하다.

그다지 음식을 가리지 않는 편이지만 그 동안 고기를 먹을 때 '시체를 먹는다' 란 생각이 가끔 들어 내 앞으론 채식을 하리라, 고 결심한 적도 몇 번 있었다. 원래부터 그랬던 건 아닌데, 아마 누군가 나에게 "고기 먹으러 가자" 는 말 대신 "남의 살 먹으러 가자" 고 농담을 했던 이후로 더 심해졌지 싶다.... 정말이지 '남의 살' 이 뭔가 -_-;;

어머니가 삼계탕을 하셨다길래 좋아서 뛰어나갔다가, 그릇 안에서 하늘을 향해 두 다리를 벌리고 누워있는 닭의 알몸을 보곤 돌아서서 한 동안 닭을 멀리한 적도 있었고, 삼겹살을 맛있게 먹다가 껍질쪽에 박혀있는 털을 보곤 "저 털이 있던 돼지랍니다, 며칠 전에 죽었죠" 라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슬그머니 젓가락을 놓기도 했다.

언젠가는 그렇게 좋아하는 새우 조림을 기대하며 냄비 뚜껑을 열었다가 새우들의 다리가 모두 오그라들어 있는 모습을 보곤 도로 뚜껑을 닫았더랬다. 새우들이 얼마 전까지 그 다리로 헤엄치던 자기들이라며 소리를 지르는 것 같았던 게다....

그러나 채식만 하기에 육류는 너무나 맛있기에 - -;; 얼마 못 가 나는 다시 고기에 손을 댄다. 사람이 고기를 먹고 사는 게 무슨 잘못도 아니고, 또 어차피 먹는 거라면 살아있던 흔적이 있든 없든 매한가지인데, 이런 걸 '악어의 눈물' 이라 하겠지? ......나는 간사스러운 육식 동물이다.



2002/08/31 20:21 2002/08/3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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