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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계란 자판기 2002/08/13
얼마 전 웹서핑 중 발견한 광고문이다.

<< 계란자판기 사업에 관심있는 분>>

이제 계란(완숙/반숙)요리를 자동판매기에서 먹을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바쁜 일상 생활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 영양이 풍부하고, 맛있는 계란 요리를 간단한 식사나 간식 대용으로 자동판매기를 통해 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제 이것은 꿈이 아닙니다.
드디어 국내에도 계란 즉석 요리 자동판매기가 등장했습니다.

종합자동판매기전문회사 (주)ㅇㅇㅇㅇ가 5년 동안의 연구와 10억 원의 개발비를 투자하여 드디어 2002년 7월 출시했습니다.

1. 커피나 음료 자동판매기와는 달리 경쟁자가 없는 사업...
2. 최근 식품 자동판매기의 호황.
3, 국민들의 계란 요리에 대한 선호도.
4. 계란의 높은 영양가.
5. 저렴한 투자비용
6. 경험이 없는 투자자들을 위한 본사 위탁 사업 시행
7. 투자 자본이 없는 분들을 위한 할부금융 시행
8. 자동판매기내 냉온장치로 24시간, 365일 신선한 계란 공급.

아마도 계란 즉석 요리 자동판매기는 엄청난 부가가치가 있는 사업으로 등장할 것입니다.

우리 ㅇㅇㅇㅇ에서는 자동판매기 사업자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독특한 아이템입니다. 초창기에 투자하시면 더 많은 수익을 여러분에게 안겨드릴 수 있습니다.

●상담문의 (주)ㅇㅇㅇㅇ 홍보부 ㅇㅇㅇ 부장(연락처 이메일: ㅇㅇㅇ@ㅇㅇㅇ.com)


이 광고의 문구처럼, 자판기로 계란을 먹는 것은 이제 꿈이 아니다. 내가 중학교 1학년쯤 되던 해에 우리 학교 앞에는 계란 자판기가 이미 있던 것이다. 가정집을 개조한 독서실 앞에 놓여 있었는데, 당시에도 나와 내 친구들은 '뭐 이런 신기한 자판기가 다 있냐'라며 구경을 했었다.

그리고 물론 사 먹어도 보았는데... 가격이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한 알에 200원쯤 하지 않았나 싶다. 반숙과 완숙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 버튼을 누르면 이미 삶아진 둥근 계란이 나오겠지란 우리의 예상과 달리 계란은 종이컵에 담겨 나왔다. 입구가 넓고 납작한 종이컵에 계란은 푸딩처럼 담겨 익어 나왔고, 딸려 나오는 일회용 플라스틱 스푼 손잡이엔 소금이 조금 담겨 있는 거였다.

신기 그 자체였지만 사실 오다가다 자판기에서 계란을 빼서 먹는 것은 자주 할만큼 매력적인 일은 아니었던 까닭에 우리는 그 뒤로 두 어 번 더 먹는 걸로 끝냈던 것이다. 계란이라면 집에도 얼마든지 있었고, 배가 고픈 우리는 떠먹는 계란보다는 분식집에 가서 떡볶이를 먹거나 당시 300원이던 얇은 부추전을 시켰던 게다. 우리만 그런 것은 아니었는지 그 자판기는 몇 달 지나지 않아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인구도 많고 먹성 좋은 아이들이 득시글한 여중과 남중, 남고가 바로 앞에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기억이 있는 계란 자판기가 십 년이 지난 지금 다시 선을 보인다니 반갑기도 했고 당황스럽기도 하다. 더욱이 ' 5년 간의 연구' 와 ' 10억원의 개발비' 가 들어갔다니 놀랄 일이다. 예전처럼 종이컵에 담겨 나와 어설프게 떠먹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새로운 방식의 자판기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사업을 시작하며 열의를 갖고 여기저기 홍보글을 올린 분에겐 괜히 초를 친 것 같아 미안한 기분이지만, 여하튼 그렇다는 거다.

사족을 붙이자면, 나는 계란이란 단어보단 '달걀' 이란 단어를 더 좋아한다. 순전히 중학교 때 두 달 다닌 단과반 선생님의 영향인데, 그 선생님은 '닭의 알' 을 줄인 '달걀' 이란 말이 얼마나 예쁘냐며 한문으로 된 계란보다 달걀이란 말을 쓰길 바라셨고, 그 후로 나는 '달걀' 이라 발음할 때마다 '요 이쁜 발음!' 하며 속으로 '달걀 달걀' 을 몇 번 더 중얼거려보곤 한다...




2002/08/13 02:26 2002/08/13 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