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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래공원 2001/11/16
어제 낮, 편집국 식구들과 회사 근처에 있는 문래공원에 산책을 갔다.

공원 가득 서있는 은행나무를 보며 탄성을 질렀다. 벌써 노랗게 물들어있구나. 단풍드는 과정을 보지 못하고 변해버린 모습만 보니 하루 사이에 훌쩍 바뀐 것 같다. 어쩐지 억울한 기분이다. 나는 왜 이들이 서서히 변해가는 과정을 보지 못 했나. 그렇게 기다리던 노란 은행잎인데.

바람이 불 때마다 비처럼 눈처럼 흩내리는 은행잎이 햇빛에 빛난다. 벤치에 앉은 사람들의 머리마다 은행잎은 내린다. 구부정하게 앉아 담배를 빼물고 있는 노숙자 양반의 머리 위로도 내린다. 잔디밭에 내려있는 잎들이 너무 예쁘다.

공원 한쪽에 있는 우리 안의 공작새들은 구경이라도 하듯 일렬로 서서 공원을 바라보고 있고, 걸핏하면 싸우기 일쑤던 원숭이들은 어제따라 만사가 귀찮은듯 벌건 얼굴로 다리를 긁거나 어슬렁거리고만 있다.

눈앞의 풍경에 홀랑 빠져서 예쁘다 예쁘다 그런데 시간이 또 이렇게 가버렸구나 올해는 내가 좋아하는 남산가는 길을 갈 수 있을까 혼자 가게 되겠지 단풍이 지기 전에 학교에도 가야할텐데 광화문 앞길도 걷고 그러다 정말 겨울이 오면 슬프지 않을까 난 겨울을 사랑할 수 있을까 아 겨울에 만났던 그 사람 겨울에 가장 멋졌던 그 사람 여름엔 멋지더니 겨울엔 아니었던 딴 사람 등등 이런저런 센치한(-_-) 생각을 하고 있는데,

수업을 마친 초등학생들이 총총 모여들더니

어디서 구해온지 모를 얽혀있는 긴 동아줄을 한참 풀더니

갑자기 그 줄로 줄다리기를 하기 시작... -_-;;

요즘 애들은 모여서 줄다리기를 하며 노는구나... 하며 당황하고 있다가

잠시 다른 곳을 보며 또 딴생각에 빠져있다 다시 애들에게 눈을 돌리니

이번엔 그 줄로 단체 줄넘기를 하고 있었다는...... =_=




아아 그 놀라운 응용력하며,

역시 내 생활은 애틋한 드라마는 될 수 없고 시트콤으로 끝나고 마는고나 하며 서둘러 퇴장.




2001/11/16 13:21 2001/11/16 1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