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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연휴 직후 2006/10/09
1. 연휴 동안 잘 지내다가 마지막 휴일인 어제 어깨에 담이 들었다. 졸리지도 않은데 종일 누워있어야 했다. 오늘 출근해서

2. 회사를 그만 두겠다고 실장님에게 말씀드렸다. 연휴 동안 오만 생각한 끝에 내린 결정이다. 내 의사를 밝혔을 뿐 아직 언제부터 출근을 안 할 건지, 하던 일 마무리는 어디까지 맺고 나갈 건지, 정해진 것은 없다.

3. 심지어 옮길 곳도 안 정해놨다. 이런 쪽엔 그닥 대범하지 못해 늘 옮길 곳을 정한 후에 회사를 나오곤 했는데 이번엔 다르다. 한동안 쉬게 되더라도 일단 그만두고싶다. 그리고 한동안 수입이 없더라도 그 기간 동안 늘 하고싶던 일을 원없이 해보고싶다.

4. 퇴사 전에 닥칠 것 같은 줄줄이 면담과 나의 일 마무리, 앞으로 원하는 때에 일자리를 얻지 못할 경우의 경제적 어려움을 떠올리면 난감한 것도 사실이다. 다달이 받고 있는 돈과 결코 많지 않은 통장 잔고를 저울질하며 고민하기도 했지만

5. 몇 달 후에 나는 서른이 되고, 문득, 내가 놓치게 될 돈보다 내가 하고싶지 않은 일에 써버리는 시간이 훨씬 아깝게 느껴졌던 거다.

6. 퇴사 얘길 꺼냈더니 동료분이 "로또 된 거 아니냐"고 농담을 했다. 로또는 되지 않았지만

7. 네잎클로버는 얻었다. 팀장님과 면담 후 애인에게 전화가 와서 뒤뜰로 나가 쪼그리고 앉아 통화하고 있는데, 발 밑에 클로버가 보였다. 혹시나 하고 잎파리를 뒤적거리는데 네잎클로버가 있었다. 누군가에게 받은 적은 있어도 스스로 발견한 건 내 평생 처음이다. 물론 나도 사람들이 이런 일에 의미를 곧잘 부여하고, 그래서 나도 네잎클로버를 더욱 감격스런 손길로 땄다는 걸 알고 있다.

8. 내 애인은 나와 첫데이트를 하던 날, 종로 길가의 '가위바위보' 게임기에서 난생 처음 이천원을 땄다. 때마침 눈까지 펑펑 내리고 있었다. 게임기에서 쏟아져나오는 백원짜리 동전 스무 개를 받으며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는 애인은 그 일로 나와의 데이트에 '예감 좋은 시작'이란 의미를 부여했던 것이다. 나는 가위바위보 승부와 우리 연애의 앞날은 상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짐짓 애인의 낭만적인 감상을 깨뜨리는 말 따윈 하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이거 정말 좋은 징표가 아닐까 하는 맘도 스물스물 들었다. 그러니까 지금 네잎클로버를 바라보는 내 마음은 뭐 이런 쪽이다.




2006/10/09 18:18 2006/10/09 1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