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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냉정(冷情)이 아닌 냉정(冷靜)으로 2001/08/06
  2. 세상은.. (5) 2001/02/03
냉ː정 (冷情) ☞냉ː정-하다 (사람이) 다정하거나 친절하지 않고 차갑고 쌀쌀하다. 매정하다. ¶ 그는 나의 간곡한 부탁을 일언지하에 냉정하게 뿌리쳤다. 냉ː정-히

냉ː정 (冷靜) (생각이나 판단이) 들뜨거나 흥분하지 않고 이성적이고 차분한 것. ¶ ∼을 잃다 / ∼을 되찾다. 냉ː정-하다 ¶ 흥분을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생각해 보세요. 냉ː정-히

아침에 눈을 뜨고 회사로 오며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 나는 도대체다. 서울에 사는 스물넷의 여성이다. 학교를 휴학한 채 딴지일보에 다니고 있다. 나는 딴지일보 편집국의 기자다. 내겐 '이런' 일들이 일어났고 '저런' 앞날이 벌어질 수 있다.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상태를 생각해보자. '이럴' 수 있을 것이다.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엔 '저런' 게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된다. 최악의 상태라는 게 그 정도라면 나름대로 괜찮다.

김경원이란 친구가 있다. 녀석이 했던 씨도 안 먹힐 많은 얘기가 기억 속에 있지만(미안허다 ^^;;) 개중 일견 일리가 있다고 받아들였던 이야기는 이런 거였다. 어떤 일에 닥쳤을 때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라는. 예를 들면 이런 식으로.

<나는 ㅇㅇㅇ이다. 이러저러하게 살아온 ㅇㅇ세의 서울시민이다. 나는 지금 취업을 위해 면접을 보러 왔다. 면접은 중요한 일이다 (혹은 여기서 떨어져도 다른 곳에 다시 시험을 보면 된다). 그러므로 내가 지금 떠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혹은 그러므로 나는 이렇게 떨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현 상황과 연결시켜보면 보다 차분해질 수 있다는 게 녀석 말의 요점이었다.

들을 때는 '그럴 수 있겠구나'라 생각하며 녀석에게 이런 면이 있었구나 생각했을 뿐이었는데, 이 방법이 내게 적잖이 도움이 되고 있다. 주변의 문제에 대한 대처부터 개인적인 감정 조절까지 냉정(冷靜)한 눈으로 바라보려 애쓰다 보면 내가 필요 이상으로 불안해하고 있구나 내지는 감정이 너무 과잉된 상태구나 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혹은 불안한 게 당연한 거구나 내지는 내가 지금 슬픈 건 당연한 거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후자의 경우엔 달라지는 게 없는 거잖아?' 할 수도 있겠으나, 무작정 감정을 주체하지 못 하는 것과 나 스스로 인정하는 감정은 다르다는 것이 내 경험의 결론이다. 적어도 내가 인정하는 감정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 질 수가 있다.

예상치 못 한 일이 벌어지면 누구나 당황해한다. 특히 그것이 안 좋은 일이었을 땐 난감함에 우왕좌왕 갈피를 못 잡기 일쑤다. 누구나 흥분 상태에 빠지긴 쉽고, 흥분하면 주어진 실마리마저 놓치기 쉽고, 실마리를 못 찾으니 더 흥분을 하며, 결국 정신적 공황 상태에까지 빠지는 게 아닐까. 특히 그것이 공동체와 관련된 일이라면 다 같이 흥분한 상태에서 서로 얼마나 흥분했는지만 확인하다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듯 하다.

기쁜 일이 생겼을 땐 감정에 온 몸을 맡기는 것도 좋을 것이다. 우리는 그런 감정에 늘 목말라있으니까. 그러나 좋지 않은 일이 벌어졌을 땐 상황을 냉정(冷靜)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단 생각이다. 위기에서 내 몸 하나 챙기기 위해 냉정(冷情)하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냉정(冷靜)한 사고로 임하는 것이다.

냉정(冷情)이 아닌 냉정(冷靜)으로. 앞으로의 내 삶에 적용될 또다른 모토로 삼으려 한다.


2001/08/06 17:51 2001/08/06 17:51
세상은 참 냉정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약간의 기대라도 가졌다가

세상이 냉정하단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때마다

한 두 번도 아닌데 내가 웬 착각을 또 했지, 하고 씁쓸히 웃게 된다.

허나 냉정한 건 어쩔 수 없다 쳐도

비열한 건 참을 수가 없다.

그들은 너무 많은 힘을 가지고 있고 약자에게 난폭하지만

스스로 강자라는 걸 인정하지 않는다.

정당치 못한 힘을 지닌 어떤 권력에 부딪힐 때마다

반항해야 할지 굽히고 들어가야 할지 아예 무뇌아처럼 의식하지 않아야 할지 망설이게 된다.

그럴 때마다 확고히 거부하지 못하는 내가, 비겁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가장 안타까울 때란

다같은 약자인데도, 서로를 이해하려 하기는커녕

그들끼리 조금 더 우위를 차지하려고 목터지게 싸우는 걸 바라보는 때다.




우린 서로의 적이 누군지 잘 모르고 산다.




2001/02/03 07:30 2001/02/0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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