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자기가 아는 범위 안에서 짐작한다. 아무리 적게 알아도 그 좁은 범위 안에서 짐작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 재밌다. 예를 들어 나와 같은 회사를 다니는 사람이라면, 내가 "우울하다"고 하면 회사 일 중에서 우울한 이유를 찾고, "지난 주말 누군가를 만났다"고 하면 언젠가 한 번 대화 소재로 나왔을 뿐인 어느 남자가 아닐까라 짐작하는 식이다. 짐작하는 것까진 좋은데 확신까지 하는 건 난감한 일이긴 하지만, 아마 나도 예외 없이 그렇게 엉뚱한 짐작과 추측을 수도 없이 많이 하며 살고 있겠지, 라고 생각하며 그러려니 웃어 넘길 뿐. 스물 두 세 살 쯤이었나? 그 때는 사람들이 나에 대해 엉뚱한 짐작과 확신을 한다는 사실이 참을 수 없을만큼 무척이나 싫었지만, 몇 살 더 먹었을 뿐인 지금은 이렇게 "그렇게 생각하든 말든 알게 뭐람" 이라며 대충 웃어버리기도 한다. 엉뚱한 오해를 하지 않도록 넌지시 정보를 흘려(?) 주기도 한다. 그래서 난 나이 드는 게 재밌단 생각을 가끔 한다. 나는 여러 모로 변하고 있고, 그런 나 자신을 지켜보는 게 즐거울 때가 있다.
나이가 든다는 게 나쁜 것만 같지는 않다. 그런 생각이 든다.
확실히 나는 예전보다 겁이 없어졌고 (전에도 겁 없기는 마찬가지였지만....;; '무모함' 에서 '불필요한 겁을 먹지 않는' 것으로 바뀌었달까),
쓸 데 없는 감정의 낭비도 덜 하며 (이런 걸 '현실을 직시하여 내어야 할 감정을 구분할 줄 아는' 이라 할 것 같다. 여기엔 사랑이란 감정도 포함된다),
하고 싶다는 욕심이 앞서 공연히 일을 많이 벌이지도 않는다 (일 많이 만들고 보는 건 나의 고질적인 습관. 예전이나 지금이나 하고 싶으면 일단 하고 보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적어도 이제 '저게 아주 무모한 일이다' 와 '해 볼 만 하다' 정도의 구별은 되는 듯 ㅡㅡ;).
종합하면 뭐랄까..... 내 모습이 다이어트되었다고 해야 하겠지. 겁도 감정도 에너지도 예전보다 '덜' 꺼내어 쓰는.
요즘 들어 문득 나이가 든다는 건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걸? 적어도 '아직' 까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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