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꿈
꿈 안 꾸는 법 없나.
며칠쯤 참담한 악몽을 꾸더니
요 며칠은 이제 내가 얼마나 찌질한 인간인지 새삼 깨닫게 되는 꿈을 연이어 꾸고 있다.
내 무의식이 그렇다니 더 싫어. 아니 뭐 그래. 이 캐찌질.
2. 술
술만 마시면 봉인돼 있던 우울한 감정이 뛰쳐나온다는 걸 눈치채고, 술을 멀리한지 꽤 됐는데
이달엔 두 번 과음을 했다. 그중 두 번째가 그저께 술자리였는데
기분이 좋아서 자꾸 마셨다지만 역시 폭탄주는 무리였다. 다음날인 어제 종일 몸도 기분도 저 바닥으로 가라앉아 애먹었다. 지금까지도 회복이 안 되고 있고. 아아 술아, 이제 한동안 다시 또 안녕하자.
3. 감기
콧물이 계속 나오고 지끈거리는 걸 보니 감기로구나.
이게 다 술기운에, 우산이 있는데도 굳이 비 맞으며 돌아다녔기 때문. 아아 술, 그놈의 술.
4. 치통
치과 가기 전엔 아프지 않던 어금니가
치과 치료 받고 금니로 변신한 이후부터 오히려 종종 아프다.
신경치료로 신경도 없어진 이가 어떻게 왜 아프지?
5. 날씨
날씨마저 꿀꿀하구나. 하늘도 술 마셨냐.
6. 실종
목요일에 문성근, 추자현 주연 영화 <실종> 시사회에 다녀왔다.
<추격자>를 보지 않아 비교하진 못하겠지만, 영화가 주는 충격이 비슷하려나.
영화 보다가 기분이 더럽고 무서워서 울었다.
와 이걸 또 어떻게 만화로 그리냐능. 영화 바꾸겠다고 할까. ㄷㄷ;
7. 나이
애진작에 당연한 현상이겠지만, 이젠 처음 만나는 누구도 내가 이십대일 거라 착각해 주지 않더라.
그래도 아직은 정장 차림의 100% 회사원 포스 총각이
내 나이도 묻지 않고 당연하단 듯 '누님'이라 부르기 시작하면 난 좀 어색해......
일요일.
태수와 동네 산책길을 걷고 있는데 한 여자아이가 반색하며 뛰어왔다.
"와, 개다."
"응. (태수를 보며) 누나다, 누나."
"(태수를 쓰다듬으며) 저, 개 좋아해요. 근데 개 똥 치우고 오줌 치우는 건 귀찮아 해요.
그래서 키우긴 싫고요, 같이 있는 건 좋아해요."
"그래. 언니도 항상 똥을 치우지. (손에 든 봉지를 내밀며) 이것도 똥이야. 좀 아까 치운 거야."
"얘 겁 많아요? 안 짖네요?"
"응. 겁쟁이야."
"꼬리도 흔들어요? 지금은 안 흔드는데?"
"원래 반가우면 흔드는데, 지금은 누나를 처음 봐서 어색한가 봐."
"(계속 태수를 쓰다듬고 만지며) 귀엽다. 몇 살이에요?"
"한 살도 안 됐어."
"(갸우뚱) 영 살이에요?"
"응. 올해가 이천 팔년이지? 얘는 이천 칠년, 작년 겨울에 태어났어. 태어난 지 일 년도 안 됐지."
"그래도 얘가 더 크면 새끼도 낳겠죠?"
"얘는 남자야."
"그럼 아빠만 되는 건가? 새끼는 못 낳고?"
"응, 그치."
"(아쉬워 하며) 새끼도 낳으면 좋을텐데."
"그래도 얘가 더 크면 멋있겠다, 그죠? (팔을 크게 벌리며) 나중에 한 이만해져요?"
"아니. 얘는 그렇겐 안 커. 더 작아. (팔을 작게 벌리고) 한 이만큼?"
"그래도 일곱 살, 여덟 살 되면 더 크겠죠."
"ㅎㅎ 그래."
"(태수에게 손을 내밀며) 손. 손. 얜 손 달라고 해도 안 줘요?"
"아직 안 가르쳤어."
"그래서 못해요? 지금 가르치면 안되나?"
"응. 머리도 좀 나빠. ㅎㅎ"
"더 크면 하겠네요. 일곱 살, 여덟 살 되면 하겠죠."
"ㅎㅎ 그래."
"(앞발을 가리키며) 이건 손이고 (뒷발을 가리키며) 저건 발이에요?"
"사실 개는 전부 발이야. 발이 네 개라 네 발 동물이라고 해.
앞에 있으니까 사람들이 그냥 손이라고 하는 거지, 이건 전부 발이야."
"(태수 이름표에 적힌 주소를 보고) 이 동네 사네요?"
"응. 언니는 저기 위에 살아."
"아 저쪽이요? 나도 가봤어요. 저기 슈퍼에 맨날 간 적도 있어요.
엄마가 먹고 싶은 거 다 먹으라고 했었어요.
난 여기 앞에 살아요. 저기 살면 학교가 멀겠다. 난 여기 살아도 먼데.
제가요, 여덟 살이라 학교 다녀요."
"아, 그럼 일학년인가?"
"네. 제가 나이를 여덟 살이나 먹었거든요. 그래가지고요."
"ㅎㅎ 그래?"
같이 걷기 시작했다.
"지금이 이천 팔년이잖아요. 그럼 이천 십삼년에 얘는 몇 살이에요?"
"다섯 살쯤?"
"나는요?"
"지금 여덟 살이니까, 열 세 살?"
"나두요? 나이를 같이 먹네요?"
"그치. 다 똑같이 먹지. 어른들도 같이 먹지."
"그럼 이천 백년에 얜 몇 살이에요?"
"그땐 벌써 죽었겠네. (아차 싶어서) 개는 사람보다 오래 못 살아.
이십년 쯤 살면 되게 오래 산 거고, 보통은 십년 넘게 살다 가."
"그렇구나. 난 이천 백년까지 살 건데. 근데 전 할머니 되는 건 싫어요. 안 되면 좋겠어요.
왜냐면요, 할머니 되면 엄마랑 떨어져서 살아야 되잖아요. 그럼 싫으니깐."
"그래?"
"네. 그래도 나는 이천 백년 되려면 아직 멀었으니깐. 그때까지 많이 남아서 좋아요."
웃음을 터뜨리며 아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정말 많이 남았네. 좋겠다."


* 출처를 따로 밝히지 않은 모든 게시물들의 저작권은 저에게 있습니다.
Powered by Textcube, Designed by seevaa, Rephrased by naya et noiyes. a
댓글을 달아 주세요
원래 금니로 바꾸고 한동안은 아파요.
아프고 시리고 좀 어색하고 그래요.
신경을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하는데 익숙해지느라 그런 거래요.
그거 몇 년 마다 한 번씩 금 뺐다가 다시 파주고 금 다시 채우고 그래야 한다네요.
이빨은 정말 돈 많이 들죠^^
그런 거였군요. 돈 들여서 고쳤더니 왜 아플까 이상했는데.
금니도 몇 년에 한번씩 재시술해야 하다니 흑흑....... 역시 치아 건강이 최고 뉴.뉴
나도 금니로 하나 맞춰놔서 담주에 넣으러 가는데..
백만원 선결제해 놓고 이런 훈훈한 소식을 들으니
아주 마음이 따뜻해 지구나.. ㅆ ㅂ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웃겨;; 어떻게 얼마나 아픈지 미리 자세히 알려드릴까요? ㅋㅋㅋㅋㅋ
근데 금니 하나에 백만원 주고 하시는 건 아니겠죠? 마징가제트에 쓰인 초합금도 아닐테고; ㄷㄷ
전 가끔 이십대로 봐주는 사람이 있어서 당황한 적이 있는데 좋아해야 하나,. 흠,.
오우, 그럴 때 기분 안 좋으세요?
글쎄요,.
동안들은 '무시'당한다는 느낌도 가끔식 받는답니다.
-.-
그냥 그 나이대로 보이는 게 여러 모로 좋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