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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친 하루 2000/09/05
오늘, 정말 지치는 하루였다.

'오늘의 운세' 같은 걸 맹신하진 않지만

가끔씩 이거이 신빙성은 있나보네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오늘 나의 운세지수는... 보통 날이 70~90이라고 할 때

-1 점이었다.. -_-;

거기에 <웬지 흉흉한 하루>라는 친절한 설명까지 되어있더군.

이른 아침에야 잠이 들어 그 아침이 다 가기 전에 깨어났고..

깨나자마자 신경을 긁는 일들이 일어났다.. 뭐.. 여러가지로..

오늘따라 내 신경이 날카로웠기 때문에 달리 받아들여진 건지.. 그런 일들 때문에 날카로워진 건지..

몸살 기운까지 겹쳐, 나는 지금 병들고 성질 고약한 오리새끼다.

아무튼 요즘 내가 자주 발끈,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유난히 내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고

기에, 화를 내야 할 곳에 제대로 내지도 못 하고 있다는 소리도 많이 들어왔었다.

내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요즘은 "아니"라는 소리를 하려고 노력한다는 건데,

이런 인위적인 노력으로 나의 그 '콩쥐 컴플렉스'를 벗어날 수 있기를 바랬던 게다.

그러나 아니,라는 말을 예전보다 쉽게 할 수록 평온해질 거란 나와 지인들의 예상과 달리

"그래"라고 말해놓고 속으로 끙끙거릴 때나.. "아니"라고 말하는 지금이나..

스트레스 지수는 비슷한 것 같다.

아직 내가 콩쥐 컴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 했던지,

아니면 이렇게 사는 것도 최선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리라.

타인의 감정을 생각해 할말도 못 하고 끙끙 앓고 있을 때

누군가 내게 "네 감정도 중요하잖아" 란 말을 했을 때

뒷통수를 무언가로 맞는 느낌이었다.

그래, 내 감정. 다른 이의 감정도 중요하지만 바로 '나'의 감정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닐까.

나는 왜 지금껏 내 기분이 어떨지는 생각하지 못했을까, 다른 사람들을 봐, 다들 자기 생각을 하느라 정신 없잖아. 지금보다 내 감정을 좀더 생각해도 나쁜 건 아냐, 그럴 거야.

그런 생각을 하게되니 어떤 일이 닥쳤을 때

마음 속으로 '나의 감정'이란 말을 되뇌이며 나를 위한 선택이 어떤 것일까 생각하곤 했다.

그동안 찾지 못했던 내 삶을 찾은 듯한 기분에 은근히 뿌듯하기도 했다.

허나 그리 긴 시간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그러면 그러는대로, 마음 속이 그리 편하지가 않다.

남들은 시작조차 하지 않던가, 아니면 사춘기 때 끝내고 말았을 것 같은 이런 고민을 이제서야 하고 있는 게 참 많이 부끄럽다.




2000/09/05 06:54 2000/09/05 06: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