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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늘 해야 할 일을 내일로 2003/01/22
오늘 하고싶던 몇 가지의 일들 중에서, 하나만 뺀 나머지를 과감히 내일로 미뤘다.
아마도 내일이 되면, 나는 미룬 몇 가지의 일들 중, 또 하나를 뺀 나머지는 다른 날로 미룰 것이다.

왜냐하면 요즘의 나는 '자, 이제 어떤 일을 할까?' 라는 고민이 아니라
'어, 다음 순간엔 어떤 행동을 해야 하지?' 라는 고민을 하며 시간을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자, 이제 일본어든 우간다어든 공부하자구! 살을 빼려면 운동도 시작해야겠지? 테니스는 어떨까? 그림도 그리고 싶군, 뭘 그릴 지 결정해야겠어' 같은 고민이 아니라,

'어, 꼬고 있던 다리를 풀어야겠군. 다리를 풀었다. 이제 뭘 해야 하지? 인터넷 창을 하나 더 띄워볼까? 스피커의 볼륨도 줄여야 할 것 같아. 머리가 가려우니 긁어야겠군. 머리를 긁은 다음엔 뭘 해야 하지?' 하는 식의 고민 말이다.

때로 나에게 짐짓 진지하기까지 한 이 고민은 사실 지겹기도 한 것이어서, 종종 '다아아리이르으을 푸우울어어야아게에구우운, 다아아리이르으을 푸우울어었다아아아아아' 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마치 좁쌀을 한 알씩 던져 쌀통을 채우는마냥 시간을 '채우고' 있는 나에겐, 오늘 종일 할 일이 있는 것보다, 매일 할 일이 조금씩 있는 편이 낫다.

그러면 '머어어리이이르으을 그으을거어어야아게에구우운' 하며, 머리를 긁은 다음엔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는 시간은 매일 조금씩 줄어들 수 있을테니까.

참 늘어진 소리 하고 앉아있네 싶기도 하다. 이러고 있는 시간에 외국어 공부라도 하는 편이 장래를 위해 도움이 될 테다. 사실은 나도 안다.

밤을 새고 난 아침, 거울을 보며 눈에 띄게 거칠어진 피부에 문득 내가 이제 이십대 후반임을 새삼스레 깨닫다가, 그에 걸맞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때늦은 나의 독립과 진로에 대한 생각이 고개를 드는 순간

참 일찍도 정신 차렸네, 하며 나온 코피가 거친 피부를 타고 흘렀다.




2003/01/22 10:40 2003/01/2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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