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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6) 2008/12/31

대학 동기 S가 썼다는, 나에 대한 이야기.
결혼하고 미쿡으로 떠나서 지금은 영 보기 힘든 사이가 되었는데
나를 이렇게 기억하고 있었다는 게 즐겁고, 또 옛시절 생각이 새록새록 나서 퍼왔습니다.

'도대체의 다락방(www.dodaeche.com)'에 가면 기발한 생각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이 사람이 누굴까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친절히 하회탈까지 쓰고 활동하는 도대체.

대학 시절 바둑동아리였던 나는 운이 좋게도 문학동아리였던 그와 함께 동방을 쓸 수 있었다. 같이 수업듣는 친구가 없어 혼자 동방에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나 혼자겠거니 하고 들어가면 도대체가 조용히 책을 읽거나 말글장을 글적이고 있었다.

도대체의 책 읽는 모습은 퍽 인상적이었다. 도서관 딱지가 붙어있는 책들을 열권쯤 책상위에 올려놓는다. 그 책들을 교수가 보고서 채점하듯 앉은 자리에서 한권 한권 독파해나갔다. 속독법 배운 것을 자랑이나 하듯이. 그래도 '책벌레'의 아우라는 아니었다. 주변에는 항상 웃음꽃이 만발했다.

말글장은 더 희한했다. 가끔은 글보다 만화가 더 많기도 했다. 꾹 눌러쓴 글씨는 연애편지를 쓰는 고교생 같았고, 틈틈이 들어가 있는 도형(하트하트 같은)들은 글의 생기를 더했다. 그렇지만 그의 글을 읽게 만드는 건 외형보다 글의 내용과 구성때문이었다. 늘 생각을 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술도 같이 마시고 놀러도 다녔는데 시험 공부 하는 모습은 본 기억이 없다. 24시간 붙어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신기한 건 학교에 학생들이 없는 방학에도 동방에 들어갈때면 도대체가 있을 것 같은 생각으로 문을 열곤 했다. 휴학할 무렵에는 만날 기회가 적어졌다.

나는 휴학하고도 학교에 자주 갔지만 도대체는 이런저런 일로 바빴던 것 같다. 아직도 가물가물 기억하는 것이 처음에 휴학한다고 했을 때 반대하시던 어머님이 시집으로 짭짤한 성과를 보이자 더는 반대를 안하셨다는 (정확한지는 몰라도) 이야기.

예쁜 홈페이지도 생겼다. 도대체의 다락방. 이름도 잘 지었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만났을 때는 무슨 행사가 열렸던 까페였다. 사람들이 많았고 도대체가 정신없어 많은 말을 못했다. 아마 또 만나도 반갑긴 하겠지만 할 말이 많지는 않을 것 같다. 원래 그런 성격이라..

요새는 이 홈페이지를 찾아서 구경하는게 큰 힘이 된다. 여전히 자신의 사색과 영감들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는 도대체를 보면 '그때 그 시절' 생각이 많이 난다. 전혀 다른 세상,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고, 전혀 다른 글을 쓰고 있어도 아마 계속 그럴 것 같다.




(중간에 나온 휴학 이야기는 사실과 달라요. 일단 시집이 많이 팔리긴 했지만 나는 돈을 못 벌었음. 그리고 엄마는 휴학을 계속 탐탁치 않아 했음. ㅎㅎ 아마 제가 농담으로 그렇게 얘기했나 봐요. 여하간 이렇게 긴 글을 써준 S야, 고마워. 나에게 얼마나 큰 선물이 되었는지 모를 거야.)

2008/12/31 03:52 2008/12/31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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