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해당되는 글 32건

  1. (이야기) 그 여자 (6) 2010/09/28
  2. (10) 2010/02/17
  3. 기억 2010/01/17
  4. (이야기) 꿈 2009/10/19
  5. 근황 (13) 2009/07/20
  6. 어둠. 끝. (9) 2009/06/03
  7. 꿀꿀 (7) 2009/03/14
  8. 악몽, 기억 (6) 2009/03/03
  9. 꿈. 거리 2008/11/30
  10. 모르겠다 (6) 2008/11/25
  11. (이야기) 악몽 (12) 2008/11/02
  12. 꿈 일기 (8) 2008/04/05
  13. (이야기) 노란 잠 (10) 2007/12/28
  14. 2007/04/10
  15. 고양이와 개 (2) 2007/03/13


그 여자





내 꿈속엔 사람이 살아요.
내 꿈 안에서 누가 살고 있다니까요.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몰라요. 대체 언제부터 내 꿈에서 살기 시작한 건진 모르겠어요.

어느 날, 꿈을 꿀 때마다 그 여자를 보게 된다는 걸 알았어요.
꿈을 꿀 때마다 그 여자가 나를 보고 있다는 걸 눈치챘어요.

그 여자는 당연하다는 듯 내 꿈에 존재해요.

내가 꿈에서 거리를 걸으면, 그 여자는 길 모퉁이에 서서 나를 보고 있어요.
내가 꿈에서 장을 보면, 그 여자는 저만치서 다른 걸 사는 척하며 나를 흘끔거려요.
내가 꿈에서 바다로 가면, 그 여자는 해변 한쪽에서 조개껍질을 줍다가 나랑 눈이 마주쳐요.
내가 꿈에서 집에 틀어박혀 종일 빈둥거리면, 그 여자는 방 한쪽에 우두커니 앉아 나를 바라봐요.

비현실적인 꿈을 꿀 때도 마찬가지예요.

꿈에서 괴물이 나타나 미친듯이 도망칠 때도
꿈에서 화산이 폭발해 도시가 용암에 잠길 때도
꿈에서 아무 장비 없이 온 하늘을 훨훨 날아다닐 때도
꿈에서 주위 사람들이 모두 죽고 나 혼자 남은 순간조차도
그 여자는 꿈 한쪽에서 나를 보고 있어요.
말 없이 서늘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어요.

참 지랄맞게도, 나는 꿈을 자주 꾸는 사람이에요. 매일 밤 꼬박꼬박 꿈꾸는 것으로 부족해서
하룻밤에 두 세 번씩 꿈꿀 때도 있는 사람이에요.
대체 누구인지, 왜 내 꿈에서 살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지만 그럴 수 없었어요.
꿈에서의 나는 어쩐지 그 여자에게 말 한 마디 건네지 못하게 돼요.

아, 씨……. 무서워요.

내 얼굴, 볼품 없이 퀭하죠? 밤마다 아주 미칠 것 같아요.
그 여자, 그 표정, 그 눈빛은
내가 망가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게 분명해요.
매일 밤 확인하고 있는 게 분명해요.
내 꿈속에서 사는 주제에, 내 존재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는 거라구요.
내 꿈에서 나를 쫓아내고, 자기가 주인이 되고 싶어하는 거라구요.

잠을 자지 않으려고 노력해 보기도 하고, 깊이 잠들면 꿈꾸지 않는다기에 수면제를 먹어보기도 했지만
모두 효과 없었어요. 나는 결국 잠이 들고, 잠만 들면 꿈을 꾸어요.

그래서 나는 지금, 악몽을 꾸게 한다는 노인을 찾아가고 있는 거예요.
들어 본 적 있어요? 그 노인 옆에서 자면 누구든 악몽을 꾸게 된대요.
옆에서 자는 것만으로 평생 상상해본 적도 없는 끔찍한 꿈을 꾸게 된다는 거예요.
그런 노인을 제발로 찾아가다니 미쳤다구요? 모르는 말씀이에요.
그 여자가 못 견디고 제 발로 내 꿈을 떠날 때까지, 무시무시한 악몽을 꿀 거예요.

나는 얼마든지 참을 수 있어요.







2010/09/28 06:50 2010/09/28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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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주 꾸는 꿈.

1. 쫓기는 꿈.
어릴 때부터 꾸준히 꾸는 꿈. 귀신으로부터, 괴물로부터, 살인자로부터,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로부터, 화산 폭발이나 지진으로부터 도망친다. 스토리는 다양하지만 언제나 있는 힘껏 도망치다가 끝난다. 정작 잡히는 적은 별로 없지만 꿈꾸는 내내 무섭고 초조하다.

2. 달리는 꿈.
이것도 오랜 시간 꾸어 온 꿈. 쫓기는 꿈과 비슷한 듯 다르다. 쫓는 대상은 없지만 불가피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달려야 하는 상황이다. 가장 많이 꾼 것이 운전을 못하는데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꿈. 나는 엑셀과 브레이크도 구별 못하는데, 무조건 운전대를 잡고 어디론가 가야 한다. 운전하는 내내 식은 땀이 흘러. 자동차 말고 말이나 마차를 탄 적도 있다.

3. 화장실 꿈.
근 몇 년 사이에 부쩍 꾸는 꿈. 화장실에 가지만 화장실이 더럽거나, 잠금 장치가 없거나, 밖에서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거나, 비좁아서 볼일을 마음 편히 보지 못한다.

4. 날아다니는 꿈.
위의 꿈들에 비해 빈도가 높진 않지만 그래도 이따금 꾸는 꿈. 여기에 쓴 '자주 꾸는 꿈들' 중에선 거의 유일하게 기분 좋은 꿈. 하늘을 펄럭펄럭 날기보다는 패러글라이딩처럼 날고, 공기처럼 둥실둥실 떠다니고, 하늘을 날 것처럼 높은 점프를 한다. 그럴 땐 땅에 발 디딜 때마다 부웅 부웅 높이 날아 어디든 기분 좋게 갈 수 있다.

5. 그 외.
위에 적은 꿈들은 일련의 공통점이 있고, 또 그 바람에 더욱 인상적이기에 '자주 꾸는 꿈' 시리즈로 묶어 보았지만, 사실 저기에 속하지 않는 꿈을 꾸는 날이 훨씬 많다. 내용은 잡다하고 다양하다;


이런 편인데,
작년에 기타를 배우기 시작한 후로 제법 자주 꾸는 꿈이 있다.
내용인즉슨 내가 어떤 무대에 서게 되고
중요한 무대라서 기타를 멋들어지게...까지는 아니어도 정상적으로는 쳐야 하는데
코드를 다 잊어버린 상황인 것이다.
혼자 무대에 선 적도 있고 밴드의 일원이 된 적도 있고
숲속 무대에 서기도 했고 컴컴한 극장에 서기도 했고
무슨 축제 무대였던 적도 있고 오디션장이었던 적도 있는데  
언제나 전전긍긍하다가, 연주가 시작되면 손가락을 제대로 못 놀리며 난감해했다.
이 버전이 살짝 변형되어서 내가 무슨 음악 프로그램에; 그것도 댄스 그룹의 일원으로 무대에 서기도 했는데;
그 때도 안무를 다 잊어서 무대를 완전히 망쳤어. 심지어 그룹의 데뷔 무대였는데. 난 그때 열 두 살도 더 어린 다른 멤버들에게 미안해서 혼났다;

그런 가운데 엊그제 꿈에선,
이번엔 꿈속의 내가 무슨 마음이었는지; 라이브 클럽을 하나 대관했더라고. 내 무대를 내가 돈 주고 빌린 거다. 포스터도 만들어서 여기저기 붙여놨고, 사람들도 제법 모여 있었다.
십분 후엔 무대에 올라 적어도 한 시간은 혼자 공연을 해야 한다는데, 나는 코드 운지법을 싹 잊은 상태.
대관료가 80만원이었는데 십분 남은 그때 취소하면 영락없이 대관료 대부분을 날려야 하고, 또 저기에 모인 사람들에게 할 말도 없는 상황이었지.
나는 '매번 이런 꿈을 꾸더니 실제로 이런 날이 오는구나. 이젠 정말 큰일났다. 어쩌면 좋으냐. 지금이라도 못하겠다고 할까? 아니면 그냥 무대에 오르고 볼까?' 길고 긴 오분을 고민하다가, 결국 공연이 오분 남았을 때 오늘 공연은 취소하겠다고 클럽측에 얘기했다.
기타를 챙겨 들고 클럽을 나와, 클럽 앞에 붙어 있는 내 포스터를 바라보았다.
안에선 공연이 취소되었다는 안내방송에 이어 다른 팀들이 노래하기 시작했고  
그 노랫소리를 들으며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섰지.
돈도 날리고 부끄러웠지만, 홀가분했다.

정월초하루 꿈이었다.




2010/02/17 03:20 2010/02/17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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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꿈을 꾸고 나면 꿈 일기를 써볼까 싶어 움찔하기도 한다. 그러나 쓰지 않는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꼬박꼬박 꿈 일기를 쓰던 때도 있었으나 이제는 쓰지 않는다. 이유는 하나다. 이제는 많은 것을 끌어안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것을 놓치며 살고 싶기 때문이다.

어떤
기억을 떠올리다 생각한다.

내가 기억을 버리면 기억도 나를 버리는 걸까.
내가 기억을 놓으면 기억도 나를 놓는 걸까.





2010/01/17 04:48 2010/01/17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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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잘 때, 나는 다른 사람의 꿈에 들어갑니다.
자동차를 얻어 타듯 남의 꿈에 들어가
그의 꿈을 함께 겪는 것이죠.

내가 어릴 적,
온 가족이 모여 저녁 식사를 하는 휴일이었습니다.
아버지가 낮잠을 자며 꾼 꿈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요.
꿈에서 커다란 돼지를 본 아버지는 좋은 일이 생길 거라 믿고 있었고
이야기를 듣는 식구들도 덩달아 조금씩 들떠 있었습니다.

"그래서, 집채만한 돼지 위에 나랑 막내랑 올라타서 우리 동네를 벗어난 다음에,
가만, 그리고 어디로 갔더라?"
"약국 삼거리로."

갑자기 내가 끼어들자 아버지는 잠시 놀랐지만, 우연히 맞춘 것이려니 하셨지요.

"맞아. 삼거리로 나갔어. 그런데 이놈의 돼지 새끼가 거기에서 딱 멈추더니."
"돼지가 갑자기 앉아 버려서, 아빠가 돼지를 막 때렸어!"

나는 신이 나서 내가 본 장면을 크게 떠들어댔습니다.
아버지는 말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습니다.

"너 그걸 어떻게 아냐?"
"같이 있었으니까."

나는 당연한 걸 물어보는군, 생각하며 대답했습니다.

"허허, 이 녀석 봐라. 아빠 꿈에 네가 나왔다고, 꿈 내용까지 안다는 거냐?"

식구들은 깔깔 웃었습니다.
모두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이죠.
내가 아버지의 잠꼬대를 듣고 아는 체를 한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그러나 내가 다른 식구들의 꿈에 대해 아는 체하는 일이 계속되자,
이윽고 식구들도 내 말이 사실이 아닌지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식구들은 꿈을 꾼 다음 날 아침이면, 자기가 어떤 꿈을 꾸었는지 맞춰 보라며 재촉했습니다.
내가 꿈 이야기를 할 때마다 식구들은 깜짝 놀랐고, 나는 그 모습이 재미있어서 더욱 신나게, 더 자세히 이야기하곤 했지요.
언젠가부터 아침마다, 간밤에 꿈을 꾼 식구가 나를 붙들고 이야기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꿈에 보인 숫자들이 가물가물하면 내게 물어보고 복권을 사러 나갔습니다.
어머니는 간밤에 잠시 인사한, 세상을 뜬 친척이 누구인지 알려주었습니다.
누나는 종종 자기가 기억 못한 꿈이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형은 하늘을 날던 자기의 모습이 멋지지 않았냐며 으스댔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모두들 나를 껄끄러워하기 시작했습니다.
꿈은 참 기이한 것 아닙니까.
무의식이 만들어내는 게 꿈 아닙니까.
마음대로 꿀 수 없는 게 꿈 아닙니까.
아버지는 이웃 여자들과 잠자리를 함께 하는 꿈도 꾸었습니다.
어머니는 결혼 전에 만났던 남자와 밀회하는 꿈도 꾸었습니다.
누나는 식구들이 모두 죽자 홀가분한 마음으로 도시로 나가는 꿈도 꾸었습니다.
형은 학교 선생들을 때려 눕히고 여학생들을 희롱하는 꿈도 꾸었습니다.

그런 꿈을 꾼 식구는 다음 날 아침에 나를 못본 체했습니다.
식구가 그런 꿈을 꾼 다음 날이면 나도 우울한 심정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대체 누가 무슨 꿈을 꾸어서 애 표정이 저 모양이냐고 화를 냈습니다.
어머니는 아버지 꿈에 어떤 여자들이 나오는지 말하라고 다그쳤습니다.
누나는 자기 꿈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말라고 쏘아 붙였습니다.
형은 눈을 부라리며 나를 겁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아침 식사 시간은 점점 말이 없는 조용한 자리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일부러 식구들의 꿈을 못보게 된 척 하기도 했지만,  꿈속에서 완벽하게 숨지 못하고 자꾸 들키고 말았지요.

"저놈은 개가 꾸는 꿈도 엿볼 거야."

어느 날 아침, 형은 더이상 못 참겠다는 듯 내뱉었습니다.
사실 나는 우리가 기르던 개의 꿈에 대해 신나게 떠들고 싶었습니다.
우리 개는 밤마다 현관문을 직접 열고 집을 나가, 마음껏 뛰어놀다 들어오는 꿈을 꾸곤 했으니까요.
그러나 그런 얘길 꺼낼 수는 없었지요.

"괴물이야, 저 새낀."

형이 계속 떠들었지만 아무도 막지 않았습니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남은 밥을 먹는 둥 마는 둥하곤 밖으로 나갔습니다.

집안 형편이 나아져서 방 세 칸짜리 집으로 이사하자, 식구들은 가장 어린 나에게 독방을 따로 내어주었습니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나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도시의 기숙사가 있는 중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그때부터는 기숙사 학생들의 꿈에 들어갔지요.

더이상 가족의 꿈을 보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은 기뻤지만
기숙사 생활 첫날부터 같은 방 아이들의 꿈들에 시달렸습니다.
사춘기가 막 시작된 남자 아이들은 음란하고 난폭하고 괴상한 꿈을 꾸기 일쑤였습니다.
행여라도 아이들이 한꺼번에- 내가 모두의 꿈에 나타나고 있다는 걸 눈치채는 일이 벌어질까봐
나는 수많은 여자와 귀신과 별 희한한 싸움들을 피해가며 요리조리 숨어 다녔답니다.

더욱 곤란했던 것은, 매일 밤 온갖 꿈속을 돌아다니다 보니
그게 꿈이었는지 현실이었는지 점점 헷갈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이들과 대화하다가 무엇에 대해 아는 체를 하면, 상대방이
"어? 그건 내가 꿈에서 한 행동인데" 라고 당혹스러워하는 경우가 생기곤 했던 것이지요.
결국 나에 대해 눈치채는 아이들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고
재수 없는 놈이라며 화장실에 끌려가 흠씬 두들겨 맞은 날, 나는 졸업할 때까지 수업 시간 외엔 한번도 입을 열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풀려났습니다.

그 후의 일들은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짐작되실 겁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수면제를 많이 먹고 곯아떨어져 봤지만 소용 없었습니다.
밤낮을 억지로 바꿔 보려고도 했지만, 밤이 되면 나는 여지없이 잠에 빠지고
옆에 있는 누군가의 꿈속을 거닐고 있었던 겁니다.

가장 괴로웠던 것은 청년이 되어, 사랑하는 여인을 만났을 때였습니다.
도저히 함께 밤을 보낼 수 없었습니다.
어딘가엔 내가 모두 보아도 서로 곤란해지지 않을- 아름답고 고요한 풍경만 꿈꾸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한 적도 있습니다만은
꿈은, 욕망과 금기와 무질서가 뒤섞이는 것이더군요.

이제 더이상 누군가와 함께 자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사람들 말처럼, 나는 괴물이니까요.

그러니 어르신, 제발 하룻밤만이라도 댁에서 자는 것을 허락해 주셔요.
어르신 옆에서 잠을 자는 사람은 누구든 악몽을 꾸게 된다고 들었습니다.
그 어떤 끔찍한 꿈이라도 좋습니다. 그 꿈 때문에 미쳐 버리게 된대도 상관 없습니다.
단 한 번만이라도, 다른 사람의 꿈이 아닌
내 꿈을 꾸어보고 싶으니까요.






2009/10/19 02:40 2009/10/19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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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근래 블로그 업데이트를 잘 못한 것은 피곤해서.
워낙 야행성인 인간인데 요즘은 아침에 눈떠서 하루를 보내고 나면
밤 11시만 되어도 졸리기 시작해서, 자정 무렵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잠이 쏟아져서 침대에 눕기 일쑤였다. 아무래도 낮에 많이 돌아다닌 탓이겠지만.
그러다 보니 평소보다 인터넷 하는 시간이 부쩍 줄었고, 블로그 업데하는 것도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긴 했는데 드디어(!) 낮잠을 획득했고, 그래서 지금까지 깨어 있다.
열흘 남짓의 아침형 인간 체험은 이것으로 끝인가;

2.
하지만 깊은 잠을 자진 못했다. 역시 난 낮잠을 더 깊이 자는 오리지널 야행성 인간일까.
특히 지난주는 연일 악몽을 꾸는 바람에 자꾸 자다가 깼다. 비명을 지르며 일어나기까지;
쫓기는 꿈을 종종 꾸는데 지금까지 꾼 꿈들을 떠올려 보면 그 대상도 다양하다.
좀비나 귀신, 강시, 흡혈귀 같은 고전적인 것들도 있고
갱단이나 살인마, 전쟁, 폭격, 화산 폭발 같은 자연재해,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이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내 꿈에 사는 또다른 내가 현실의 나를 찾아와 서로 쫓고 쫓긴 적도 있고
다른 차원에 사는 내가 누군가에게 쫓기다가 내가 사는 이 차원으로 넘어와, 함께 도망다닌 적도 있다.
면허가 없는데 자동차 핸들을 넘겨 받아 진땀 흘리며 질주하기도 하고
일에 쫓겨 바쁘게 약속장소를 향해 달려가는 꿈을 꾸기도 하고.
며칠 전엔 한강 둔치를 걷다가, 저쪽에서 사람들이 마구 뛰어오는 꿈을 꾸었다. 다들 강 건너로 도망치고 있었다.
사람들을 붙잡고 이유를 물었지만 왜 도망치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었다. 전쟁이 난 것 같다는 사람도 있었고, 괴물이 나타났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유가 뭐든 간에 강 저쪽에선 무서운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게 분명했지만
나는 기어이 그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가족이 있는 곳으로 가서 함께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사람들과 반대로 하염없이 달리다가 꿈에서 깼다.

3.
반면에 기분 좋았던 꿈이라고 기억되는 것들은
대부분 아무 제약 없이 자유롭게 천천히 걷거나, 날듯이 뛰어 오르거나, 정말 날아다니거나, 공기처럼 여기저기 둥실 떠도는 꿈이었다.

4.
화요일엔 사무실이 이사한다. 한달에 며칠만 엉덩이 붙이는 나도 함께한다.
이사할 곳이 경복궁 근처라는 사실을 알고 무척 기뻤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광화문 일대는 나에게 각별한 곳이었고
기운 없거나 슬플 때 그 부근을 걷기만 해도 기분이 나아지는 곳이니까.
요즘에도 한달에 열흘 이상은 경복궁 근처를 맴돌고 있을만큼 그곳에 애착이 있는데
또 결국 그곳으로 가는구나.
어쩐지 돌아가는 기분이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만 같다.
그와 동시에, 이제 홍대 앞은 당분간 안녕이구나.
잘 있어라 홍대 앞아. 여기에서 별별 일을 다 겪었다;
언젠가 다시 이 근처로 온다 해도, 그때는 '돌아오는' 기분은 들지 않으리.

5.
이사와 함께 월간지 마감이 겹쳐 있고, 초등학생 수업을 계속하면서 다음 기수 수업안도 짜야 하고,
내달부터 시작해야 할 두 건의 작업도 준비해 놓아야 한다. 그리고 또......
여러 일을 동시에 생각하느라 정신 없는 와중에, 십년지기 친구가 며칠 전에 이런 말을 했다. 이게 나라고.

"항상 정신 없고, 뭔가 분주하게 하고 있고, 뭔가 계속 미안하다고 말하고, 무지 무겁고 큰 가방을 들고 다니면서 가방 때문에 힘든 건지도 모르고 사는 건 힘든 거라고 말한다."

아 놔 이렇게 핵심만 골라내다니 십년지기 친구 맞구나. 한참 웃었다.

6.
아이들 가르치는 거 어렵다. 더 많은 아이들을 큰소리 안 내고 가르치는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존경스럽다. 수업을 마치고 나면 진땀이 쏙 빠진다.
나름대로 얻는 것들도 있는데 그건 6개월 과정이 끝나면 따로 정리해 보려고.

7.
그 와중에 기타 수업은 간혹 결석하긴 하지만; 계속 듣고 있다.
뭔가를 배우면서 조금씩이나마 실력이 느는 걸 확인하는 게 이렇게 즐거웠던 것이 또 뭐가 있었나? 생각해 봐도, 잘 떠오르지 않는다. 즐겁고 재밌어. 순수하게 재밌다. 기타 값과 차비 빼고, 한달 수업료가 5만원인데 이 돈으로 할 수 있는 다른 어떤 일보다 만족감을 준다.

8.
근데 또 잠이 오네. 할일이 많은데 큰일이네.
이래서 자꾸 쫓기는 꿈을 꾸나.




2009/07/20 01:29 2009/07/20 01:29


1.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이 있던 날. 앨리스와 시청 앞에 있었다.
광장 한쪽에 앉아 있는데 눈물만 자꾸 났다.
애도와 상실감. 그리고 무엇보다
할 수 있는 것이 그렇게 광장에 나와 있는 것뿐이란 사실때문에. 분하고, 속상했다.
탄핵 때에도, 작년 촛불정국 때에도, 지금도
분노를 참지 못해 거리로 나갔지만 그뿐이었다.
무력함. 막막함. 너무 높은 벽.
무기력은 점점 두려움으로 바뀌고 있다.

2.
밖을 바라봐도 깜깜하고
나를 바라봐도 깜깜하다.
눈 둘 곳이 없어.
하소연할 곳도 없다.

3.
지인들과 술에 대한 이야길 하다가.
요즘 술을 일부러 되도록 멀리한댔더니, 누군가 나에게
맨정신으로만 살기 힘든 세상에 어떻게 술을 멀리할 수 있냐며
나더러 독하다고. 자기는 그럴 수 없다고.
나도 한때 그랬다. 맨정신이 싫으니 술을 마시자, 라며 술을 마시곤 했는데
언젠가부터 술을 마시면 더 또렷한 맨정신이 되던 걸.
덮어뒀던 기억, 애써 외면하던 현실, 깜깜한 앞날 같은 것들이
술을 마시면 자물쇠를 열고 몽땅 튀어나오던 걸. 그러면 얄짤 없이 한동안 깊은 우울.
요즘의 나에겐 술이 독인 셈이야. 어두운 것들을 이성으로 꾹꾹 누르고 살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다.




2009/06/03 21:30 2009/06/0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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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꿈
꿈 안 꾸는 법 없나.
며칠쯤 참담한 악몽을 꾸더니
요 며칠은 이제 내가 얼마나 찌질한 인간인지 새삼 깨닫게 되는 꿈을 연이어 꾸고 있다.
내 무의식이 그렇다니 더 싫어. 아니 뭐 그래. 이 캐찌질.

2. 술
술만 마시면 봉인돼 있던 우울한 감정이 뛰쳐나온다는 걸 눈치채고, 술을 멀리한지 꽤 됐는데
이달엔 두 번 과음을 했다. 그중 두 번째가 그저께 술자리였는데
기분이 좋아서 자꾸 마셨다지만 역시 폭탄주는 무리였다. 다음날인 어제 종일 몸도 기분도 저 바닥으로 가라앉아 애먹었다. 지금까지도 회복이 안 되고 있고. 아아 술아, 이제 한동안 다시 또 안녕하자.

3. 감기
콧물이 계속 나오고 지끈거리는 걸 보니 감기로구나.
이게 다 술기운에, 우산이 있는데도 굳이 비 맞으며 돌아다녔기 때문. 아아 술, 그놈의 술.

4. 치통
치과 가기 전엔 아프지 않던 어금니가
치과 치료 받고 금니로 변신한 이후부터 오히려 종종 아프다.
신경치료로 신경도 없어진 이가 어떻게 왜 아프지?

5. 날씨
날씨마저 꿀꿀하구나. 하늘도 술 마셨냐.

6. 실종
목요일에 문성근, 추자현 주연 영화 <실종> 시사회에 다녀왔다.
<추격자>를 보지 않아 비교하진 못하겠지만, 영화가 주는 충격이 비슷하려나.
영화 보다가 기분이 더럽고 무서워서 울었다.
와 이걸 또 어떻게 만화로 그리냐능. 영화 바꾸겠다고 할까. ㄷㄷ;

7. 나이
애진작에 당연한 현상이겠지만, 이젠 처음 만나는 누구도 내가 이십대일 거라 착각해 주지 않더라.
그래도 아직은 정장 차림의 100% 회사원 포스 총각이
내 나이도 묻지 않고 당연하단 듯 '누님'이라 부르기 시작하면 난 좀 어색해......



2009/03/14 01:56 2009/03/14 01:56

어제 오늘 연이어 악몽을 꾸다 놀라서 일어났다.
같은 등장인물에, 비슷한 상황. 그러나 전혀 다른 결말. 그러나 결국 모두 악몽.
꿈에서도 난, 괴로운 상황을 겪으며
'앞으로 이 기억을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걱정했다.
기억이라는 게 참. 정말. 이놈의 기억 아이고.
달갑지 않으나 앞으로도 오랜 시간 화두가 될 것 같다.



2009/03/03 06:57 2009/03/03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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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나는 거리를 걷고 있었다.
다른 이의 꿈에 찾아가는 길이었다.
누군가 나에게 '그런 차림으론 안 된다'고 충고했고
나는 주섬주섬 검은 판쵸를 어깨에 둘렀다.
걷고, 걷다가 결국 길을 잃었고
거리 한복판에서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머뭇거리다가 잠에서 깼다.
머리가 아파서, 혹은 다리가 아파서 깬 것처럼
마음이 아프고 있었다.
그리고 계속 그런 상태라
다시 잘 수가 없다. 잠이 오지 않는다.



2008/11/30 05:46 2008/11/30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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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잘 모르겠다. 요즘은 사는 게
뭔지. 안 적이 없으니 요즘은 모르겠다고 하는 것보단
요즘은 궁금하다, 고 해야겠다.
일을 계속 하고 있고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개를 기르고 산책도 하고 세탁소랑 예식장도 간다.
커피도 마시고 편의점표 야식도 질리지 않게 사 먹고
영화도 보고 음악도 듣고 갤러리도 가고
하고 싶은 일이 제법 쉬지 않고 생기고
할 수 없는 일도 그에 질세라 늘고 있다.
통장 잔고가 내 마음대로 줄었다가, 남 마음대로 늘었다가, 하고
감정이 내 마음대로 출렁였다가, 남 마음대로 철렁댔다가, 한다.
그런 가운데 저 모든 게 마치-
가로축에 돈, 세로축에 시간이 그려진 좌표에 어찌어찌 그리게 되는 생활 같기도 하고.
돈이 가로축에 있는 건 A4용지의 가로 길이가 훨씬 짧기 때문.


2.
"흘러가는대로 두어라" 는 말은
어떤 이에겐 위로가 전혀 되지 않을 것이다.
누가 지금 한창 막 떠내려 가고 있단 말이지.
그대로 조금만 가면
코앞 절벽 아래로 떨어질 게 분명한 상황이야.
그래서 울고 있는데, 누가 옆에서
일단 흘러가는대로 둬 봐봐, 라고 말하는 거지.
.........그게 뭐야.
모르겠다. 위로는 어려워.


3.
피겨 선수 미쉘 콴을 그렸다. 물론 일 때문이지.
근데 나훈아처럼 돼 버렸다.
아 놔 내가 그려놓고 왤케 웃기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꾸 보면서 웃게 되네.
나 일 때문에 그린 거잖아. 웃으면 안 되는 거잖아. 웃기만 하면 어쩌자는 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걸 다시 그려 말어;  ㅋㅋㅋㅋㅋㅋㅋ 당연히 다시 그려야지 이 사람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ㅜ.ㅜ


2008/11/25 01:27 2008/11/25 01:27

악몽




내 태몽은 귀신이었네.
어머니는 나를 밴 아홉 달 내내 끔찍한 악몽에 시달리다가
나를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신경쇠약으로 돌아가셨네.

나는 나와 같은 공간에서 잠자는 그 누구라도
소름끼치는 악몽을 꾸게 만드는 사람이라네.

아버지를 비롯해 그 어떤 친지도 나를 데리고 살려 하지 않았네.
어릴 적 학교에서 간 수학여행에선
첫날 밤부터 자다 일어나 울부짖는 아이들로 숙소가 아우성이었네.
군대에서도 쫓겨났네. 사고와 자살이 속출했으니 당연한 조치였네.
버스나 기차를 탈 수 없네. 한쪽에서 꾸벅꾸벅 졸던 사람이 비명을 지르며 일어나네.
구멍가게 안쪽에서 주인이 졸고 있으면, 전화를 걸어 깨우고 들어가네.

주어진 명줄이 있으니 어찌어찌 살아왔지만 너무나 외로웠네.
나는 누구의 옆에서도 잠들 수 없네.
잠든 누구의 옆에도 있을 수 없네.

지독한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개를 데려온 적이 있네.
개는 며칠 밤낮을 깨갱거리다 끝내 달아나 버렸네.
금붕어는 어항 밖으로 뛰어나와 죽는 편을 택했네.

사랑을 할 수 없었네.
연정을 품은 여인들이 있었지만 모두 떠났네.
밤을 보내면 밤을 보내서 떠났고
밤을 보내지 않으면 밤을 보내지 않아서 떠났네.

내 평생 다른 소원을 가져본 적 없네.
소원이라곤 단 하나라네.
누군가를 안고 편안하고 깊은 잠을 자고 싶네.
누군가와 평화롭고 조용한 밤을 보내고 싶네.
사랑하는 여인이 자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다 천천히 쓰다듬어 보고 싶네.

내가 마을과 이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서 혼자 살고 있는 것
이렇게 깊은 숲속의 밤인데
이야기하는 동안 이 주위에서
부엉이며 산짐승, 벌레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것
모든 게 우연이 아니라네.

자, 여행으로 지친 자네
오늘 밤 근방에서 딱히 잘 곳이 없다는 건 알지만
하룻밤도 재워줄 수 없다고 거절한 건 그래서라네.
그러니 부디 야박하다 생각하진 말길 바라네.





2008/11/02 19:25 2008/11/02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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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팔개월 가량 꿈일기를 써봤다.
매일같이 꿈을 꾸는 편인데, 그걸 기록하면서
내가 원하는 게 뭔지, 가장 싫어하는 게 뭔지 깨달은 적도 있고
꿈이 나를 위로한 격이 된 적도 있고 그랬다.
거창할 거 없이 그냥 이런 거다.
'이런 마음이니까 이런 꿈을 꾸는구나.'

연말이 되면서 이만큼 써봤으면 됐다...란 생각이 들어 더이상 기록하지 않았는데
요사이 꾸는 꿈들이 하도 강렬하다. 그래서 기록을 재개해볼까 하다가도
어쩐지 그런 것에 신경쓰고 싶지 않기도 하네.
나는 요즘 많은 것을 놓치며 살고 싶다.




2008/04/05 09:10 2008/04/0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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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 잠



 
아내는 '노란 잠' 판정을 받았습니다.
 의사가 '노란 잠'이란 단어를 내뱉었을 때, 나는 몹시 어리둥절했습니다.

 "그게 뭡니까?"

 "희귀한 병이에요.
 병이 아니라 하나의 생활 방식이라 주장하는 치들도 간혹 있지만은,
 그로 인해 가족이 고통스럽다면
 병이라고 봐야 한다는 쪽입니다, 저는."

 "그러니까 그게 무슨 병이냐구요."

 "부인이 잠만 자고 계시는 건 어디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에요.
 모든 게 정상이거든요. 다만
 부인은 지금 꿈을 꾸고 계신 겁니다. 꿈을 꾸고 계신 건데,
 꿈속 세계가 좋아서 머물고 계신 거예요.
 그 세계가 싫어지지 않는 한은 깨어나지 않으실 겁니다."

 "이해가 안 되네요.
 억지로 깨우면, 꿈도 저절로 끝나는 거 아닙니까?"

 "그게, 저희가 깨울 수가 없습니다, 선생님."

 "아무 문제가 없다면서 잠 하나를 못 깨워요?"

 "약이랄지, 물리적 충격으론 부인을 깨울 수가 없어요.
 노란 잠 증후군은 당사자가 깨어나려는 의지가 없으면 어떤 방법도 소용 없거든요.
 힘드시겠지만, 부인 스스로 꿈에서 벗어나길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나는 소리를 버럭 질렀습니다.
 의사는 몹시 난감해하며 나를 진료실 밖까지 배웅했습니다.

 "이것 참, 저도 이런 말씀밖에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댁에서 모시기엔 어려움이 많을 텐데, 일단은 이대로 저희 병원에서 지켜보시는 편이……."

 나는 씩씩대며 아내의 병실로 향했습니다.
 아내는 여전히 자고 있었습니다.
 세차게 몸을 흔들어 보았지만 역시나 소용 없었습니다.

 "정말 꿈 꾸고 있는 거야?"

 ……

 "내가 뭘 잘못했어? 그래서 도망친 거야?"

 ……

 "거기가 얼마나 좋길래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야?
 일어나서 꿈 얘길 해 줘. 내가, 그대로 해줄게."

 ……

 "노력할게."

 ……

 아내는 여전히 고른 숨을 내쉬며 잠을 잘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흐뭇한 미소를 짓는 듯 보였습니다.
 그것이
 아내와 살면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행복한 표정이었기에
 나는 그만 목놓아 울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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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28 01:49 2007/12/28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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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적부터 꿈을 자주 꾸었다. 엄마와 동생은 나처럼 자주 꿈꾸진 않은 듯 하나 간혹 꾸는 꿈이 기막힌 예지몽인 경우가 많은데(놀라워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나 역시 예지몽이랄 수 있는 꿈은 몇 번 있었지만 너무나 자주 꾸다보니 뭐가 개꿈이고 뭐가 예지몽인 지는 판단이 어렵다.

하지만 꿈을 되짚어보는 것은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다. 전혀 해석 불가인 경우도 있지만- 경험으로 보면 최근의 관심사가 슬쩍 다른 형태의 옷을 입고 등장하거나, 마음속 바람이 꿈의 자유로움을 빌려 마음껏 극적이고 과장된 줄거리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리고 어느 땐 꿈에서 깨고나서야 '내가 요즘 이런 컴플렉스 때문에 괴로웠구나' 깨닫기도 한다. 어느 소설가 선생님은 깊은 우울증으로 괴로워하다가, 매일 아침 잠에서 깨자마자 머리맡에 놓아둔 공책에 (잊어버리기 전에) 전날 밤 꿈을 기록하는 작업을 일년 정도 거치면서, 당신을 괴롭게 했던 근원이 무엇이었는 지 깨닫고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었다고 하셨다.

꿈을 통해 심리 상태를 눈치채는 것에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면- 신체 상태는 아주 적극적으로 꿈에 반영되므로, 왜 그런 꿈을 꾸었는 지에 대한 판단이 비교적 쉽다. 난 요즘 몸살이 심해서 누웠다 하면 장황한 악몽을 꾼다. 악몽을 꾸면 찝찝한 것이 사실이지만, 몸이 좋지 않을 때의 악몽은 '그럴 수 있다'고 여기고 너무 신경쓰지 않으려 한다.

짐짓 진지한 어조로 이야기했지만- 그러니까 어떤 경우인고 하니

어릴 적 강시에게 쫓기다가 막다른 곳에 몰려 (강시는 숨을 안 쉬면 못 알아보므로) 최대한 숨을 참아보다가 한계에 달해 공포에 질리는 꿈을 꾸었는데- 깨고나니 외갓집에 함께 놀러간 사촌동생의 다리가 내 목 위에 얹혀 있어 숨쉬기 곤란한 상황이었고 -_-

며칠 전 처음 보는 사람이 내 허리를 꼭 감싸안고 괴로울 정도로 배를 졸라대는 꿈을 꾸었는데- 깨고나니 배가 당길 정도로 배고픈 상태였고 -_-

어젯밤 이순재 성대모사를 열심히 하는 꿈을 꾸었는데……  깨고나니 목이 아프다.

감기 걸렸나. (먼산)

2007/04/10 09:24 2007/04/1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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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며칠 전의 꿈.

집에 혼자 있는데 창문 밖으로 신기한 광경이 보였다. 미어캣처럼 생긴 동물들이 둥글게 모여 섰다가 서로 손을 잡기도 하고 춤을 추기도 하며 놀고 있었다. 신기한 마음에 휴대폰을 꺼내 동영상을 촬영하고 있는데, 모여있던 그들이 외계인처럼 스르르 형태를 바꾸기 시작했다. 깜짝 놀라고 있는데 어디선가 다양한 색깔의 고양이들이 잔뜩 달려와서 그들을 덮치고, 주위는 아수라장이었다. 서둘러 창문을 닫았는데, 완전히 닫기 직전에 노란 줄무늬 고양이 한 마리가 뛰어들어왔다. 아수라장 통에 경황이 없어 잘못 들어온 것 같았다. 몹시 당황해서 고양이를 거실로 유인해서 현관문을 열어주었다. '제법 유연한 대처로다' 짐짓 흐뭇해했지만 고양이는 현관문을 나가려다가 멈칫하더니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정말 나가야 돼?' 하는 눈빛으로 아양을 떨기 시작했다. 배고프고 갈 데도 없는 모양이네, 하며 자세히 살펴보니 얼굴이 오종종하니 불쌍해 뵌다. 결국 현관문을 닫고 고양이를 안으로 들였다. 고양이는 내가 준 음식을 맛있게 먹더니 벌떡 일어나서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왈츠를 추기 시작했다. 아주 흥겨운 왈츠였다. 어느 샌가 사람들이 집안으로 들어와 우리의 춤을 보고 신기하다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흥겨운 시간은 오래 가지 못했다. 동네에 미군이 들이닥친 것이다. 미군들은 이유를 말해주지 않고 동네 주민들을 공터에 모아놓았다. 총을 든 미군들을 보며 사람들은 불안에 떨었고, 나는 그들이 들고있는 총이 살상용은 아닌 듯하고, 저들이 우리를 함부로 죽이진 못할 거라 말하며 사람들을 안심시키려 노력했지만 사실 마음속으론 매우 겁을 내고 있었다. 잠시 후 미군은 우리를 땅바닥에 엎드리게 했고, 그들이 쏜 것은 소독약으로 추측되는 액체였는데, 물살이 점점 거세어져 제자리에 버티고 있는 것이 힘겨워지다가 꿈에서 깨었다.


2.
저 꿈을 꾸고 일어나서 사촌언니네 가게에 갔다. 가게엔 저번에 본 그 개가 그대로 묶여 있었는데, 언니가 말해준 그 개와의 연이 놀라웠다. 언니네 가게 앞에 어느날부터 아직 덜 자란 떠돌이 개가 나타나기 시작했단다. 다른 데 가지도 않고 마치 그곳이 원래 자기 집인 듯 그 앞에 앉아있다가 잠을 자다가 하며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동네 사람들마저 언니네가 기르는 개인 줄 알고 '저 가게 부부는 자기들은 밤에 문 닫고 집에 가면서 개는 거리에 내버려 둔다'고 흉을 볼 정도였단다. 하지만 언니는 결혼 몇 년만에 어렵게 임신에 성공한 상태였고, 임신중에 개를 기르는 것을 가족들이 만류하여 그 개를 기를 생각은 하지 못했단다. 그러나 외면할 수가 없어서 먹을 것도 주고, 또 동네 초등학생 아이들이 자주 개를 쓰다듬고 안길래 가게 한쪽으로 데려가 목욕도 몇 번 시켜주면서 그 개는 점점 더 언니네 가게 앞에서 머물게 되었다. 

그 개의 원래 주인이 언니네가 아니란 걸 동네 사람들도 알게 되면서, 몇 사람이 자기가 키우겠다며 데려간 적도 있다. 그런데 다른 곳에 보내진 개는 계속 줄을 끊고 언니네 가게로 돌아왔단다. 모두 다섯 번이나 말이다. 결국 동네 사람들이 기르는 것은 포기. 그렇다고 언니가 기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쩔 수 없이 유기견 보호소로 개를 보내기로 결정하고, 아는 사람을 통해 지방의 한 보호소로 개를 보냈단다.

하지만 그때부터 언니는 온통 그 개 생각.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보호소 홈페이지에 들어가 사진을 확인하니 잔뜩 주눅든 표정에, 말이 아닌 몰골을 영 두고 볼 수 없었다고. 그래서 보호소에 보낸 지 열흘만에 부른 배를 끌고 달려갔단다. 보호소에선 개의 주인을 확인할 때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이름을 불러보라고 한단다. 동네 꼬마들이 그 개에게 붙여준 이름은 '초롱이'였고, 언니는 멀리서 '초롱아' 하고 불렀고, 초롱이는 그 소릴 듣더니 달려와서 언니 주위를 뱅뱅 돌며 폴짝폴짝 뛰었고, 그래서 그 날 이후로 언니와 초롱이는 함께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 그 후로 언니의 딸-내 조카-도 건강하게 태어나서 잘 자라고 있고.


2007/03/13 05:38 2007/03/13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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