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해당되는 글 22건

  1. (이야기) 청첩장 (3) 2010/09/20
  2. 기억 2010/01/17
  3. 새벽 (8) 2009/06/29
  4. 기록 (6) 2009/04/12
  5. 악몽, 기억 (6) 2009/03/03
  6. 그 해, 크리스마스 이브 (6) 2008/11/29
  7. (이야기) 밤하늘 (19) 2008/10/17
  8. (이야기) 아버지 (9) 2008/10/06
  9. 미영, 무기 (2008) (8) 2008/06/22
  10. 미영, 기억 (2008) (4) 2008/06/18
  11. 미영, 무기 (6) 2007/09/22
  12. 미영, 기억 (2) 2007/07/26
  13. 기록 (2003) (6) 2007/02/23
  14. 검은 천 2006/04/21
  15. 순간 2006/03/26


청첩장




나는 아까부터 청첩장 하나를 앞에 두고 생각에 빠져 있습니다.
회사로 배달된 청첩장은 특별할 것 없이 흔하게 생긴 것이었습니다.
예비 신랑 신부의 사진, 예식장 약도, 축복을 바라는 글귀까지
뭐 하나 어색할 것 없는 평범한 것이었지요.
그러나 나는 모두 잠든 이 시각까지 어쩔 줄 몰라하고 있습니다.
청첩장에 적힌 이들의 이름이 처음 보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네,

나는 일전에 기억을 먹는 아이를 만났습니다.
술에 취해 골목을 헤매다가 그 아이와 마주쳤고
기적처럼, 원치 않는 기억들은 모두, 그 아이가 먹어 주었습니다.
동이 터서 그 골목을 뜰 당시엔, 세상에서 가장 홀가분한 사내가 되어 있었습니다.
기적이었다- 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태어나서 받아 본 선물 중 가장 큰 선물이었어요.

그런데 아뿔싸,
나는 그만 가장 중요한 기억을 먹어달라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그 아이가 내 기억을 먹어 주었다는 기억도
함께 먹어 달라 부탁해야 했던 것을.

나는 그 아이가 어떤 기억들을 먹어 주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차마 기억하기엔 괴로웠던 기억들, 깡그리 버리고 싶던 기억들이었을 것이다-
라고만 짐작할 뿐입니다.

그래서 나는 아까부터 이 청첩장에 적힌 이름들을 기억해내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도저히 떠오르지 않는 이름이라면, 그 아이가 먹어준 이름일 테니까요.
그동안 함께 일했던 사람들부터 거래처 직원들, 학교 동창들, 멀고 먼 친척들까지
아무리 되짚어 보아도 이 이름들은 없습니다.

내가 지금 얼마나 괴로운지 아시겠어요?

대체 어떤 일이 있었기에 깡그리 버리고 싶던 걸까요.
무슨 기억이 그렇게 나를 괴롭혔던 걸까요.
지금 청첩장 안에서 환하게 웃으며 새로운 출발을 축복해주길 바라는 이 사람들이
나에게 어떤 기억을 만들어 주었던 걸까요.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나는 이제부터 기억나지 않는 모든 것들을
이렇게 의심하며 살게 되는 걸까요?









2010/09/20 02:01 2010/09/20 02:01


기이한 꿈을 꾸고 나면 꿈 일기를 써볼까 싶어 움찔하기도 한다. 그러나 쓰지 않는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꼬박꼬박 꿈 일기를 쓰던 때도 있었으나 이제는 쓰지 않는다. 이유는 하나다. 이제는 많은 것을 끌어안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것을 놓치며 살고 싶기 때문이다.

어떤
기억을 떠올리다 생각한다.

내가 기억을 버리면 기억도 나를 버리는 걸까.
내가 기억을 놓으면 기억도 나를 놓는 걸까.





2010/01/17 04:48 2010/01/17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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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밤참은 간단히 먹는 것이 좋겠지만
냉장고엔 떡도 있고, 오뎅도 있었다.
그런데도 떡볶이를 해먹지 않는 건 옳지 않다. 죽어서 떡을 볼 면목도 없을 거야.
만들어서, 잘 먹었다.

2.
몇 시간째 포토샵 지우개질만 하고 있었다.
어깨랑 손가락 아픈 걸 빼면, 이런 단순한 일 계속하는 거 싫지 않다.
전공 과목 중에 타피스트리란 게 있다. 쉽게 말해 사람 손으로 실을 한 줄 한 줄 엮어 천을 짜는 건데
난 그걸 잘하진 못해도 좋아하긴 했다. 맨 밑에서부터 한 줄씩 실을 얹는다. 정해진 위치에 필요한 색깔의 실을 바꿔가며 엮는다. 가만히 앉아 몇 시간을 꼬박 투자해야 일 이 센티 올라가는 더딘 작업이지만 그걸 하고 있는 게 좋았다. 공상도 실컷 했다가 온전히 눈앞의 작업에만 정신을 두기도 했다가 하면서.

3.
이십대 때 가장 컸던 화두가 '기억'이었다면
삼십대 들어서 대표 화두는 단연 '인정'이다.
이런저런 것들. 인정하고 나면 모두 잃게 되는 건 아닐까 겁이 났었지만  
포기하게 되거나 잃는 것이 있는 대신
그 자리에서 새롭게 시작되는 것들이 있더라고.






2009/06/29 04:24 2009/06/29 04:24

2007년 어느 날의 메모






2009/04/12 17:35 2009/04/1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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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늘 연이어 악몽을 꾸다 놀라서 일어났다.
같은 등장인물에, 비슷한 상황. 그러나 전혀 다른 결말. 그러나 결국 모두 악몽.
꿈에서도 난, 괴로운 상황을 겪으며
'앞으로 이 기억을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걱정했다.
기억이라는 게 참. 정말. 이놈의 기억 아이고.
달갑지 않으나 앞으로도 오랜 시간 화두가 될 것 같다.



2009/03/03 06:57 2009/03/03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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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크리스마스 이브였지.
난 폭력에 노출되어 있었어. 집까지 찾아와서 때리는 누군가가 있었거든.
맞다가 죽을 수도 있겠단 생각을 처음 하게 한 사람,
흠씬 맞아서 일어날 수 없다는 게 어떤 건지 알게 해 준 사람이었다.
난 혼자 있었어.
집에 사람이 있는 걸 들킬까봐- 그러면 그가 또 문을 두드릴 것 같아서-
집안 불을 모두 끄고, 텔레비전도 못 켜고
어두운 방에 웅크리고 있었지.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에 말야.
그때 너에게서 전화가 왔어. 크리스마스 이브인데 뭐해요? 만나지 않을래요?
네에... 대수롭지 않은 듯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지만
외투를 걸치고 달려나가던 난, 마치 구원 받은 기분이었어.
네가 나를 구원해 준 것 같았다. 눈물이 날 만큼 고마웠어.
그날 저녁 종로 거리의 가위바위보 게임기에선
기적처럼 동전 스무 개가 쏟아져 나왔지.
너도, 나도 그런 일은 처음이었기에
쏟아지는 동전을 두 손으로 받으며 어쩔 줄 몰라 했고.
그날 밤엔 눈도 많이 내려서
구두를 신고 나간 나는 차마 너의 손을 못 잡고
외투 끝자락을 붙들고 조심조심 걸었어.

다 잊고 있었지 뭐야.
그날을 시작으로 즐거웠던 일도, 고마웠던 일도 많았는데
네가 나에게 했던 나쁜 일들만 생각하고 있었어.
유치했지만,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러지 않고는 견디기 힘들었던 거 같아.

시간이 제법 지났지.
이제야
네가 내게 잘해줬던 것들을 다시 떠올릴 수 있게 됐어.
이젠 그런 기억을 떠올려도 괴롭지 않더라.

……
구기고 구겨서 기억하던 너를
이제 네 모습 그대로 기억할게.




2008/11/29 15:57 2008/11/29 15:57

밤하늘



할머니와 동네 산책을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밤하늘은 아주 어두워서, 눈을 크게 뜨고 잘 살펴봐야
반짝이는 작은 별을 몇 개 발견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하늘이 까매요, 할머니."

"그게 말이다."

할머니가 말씀하셨습니다.

"옛날엔 지금처럼 밤하늘이 어둡지 않았단다.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가 살아 계시던 때 말이다.
사람들이 너도나도 기억을 버리기 시작하면서 지금처럼 어두운 밤하늘이 되었단다."

"기억을 버려요?"

"그래. 세상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사람들이 버린 기억들도 많아지기 시작했지.
사람들은 자기가 싫어하거나 짐이 되는 기억들을 잘라내서 버리곤 한단다.
하지만 그런다고 완전히 버려지는 게 아니거든.
기억이란 건 그렇게 버린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란다.
버려진 기억들은 조용히 하늘에 올라가, 어두운 별이 되어 박힌단다.
어두운 별이 점점 더 촘촘히 하늘에 박히기 시작하면서
밤하늘이 더욱 어둡고 무거워졌지.
그리고 그 별들은 자기를 버린 사람을 조용히 내려다 보는 거야.
그래서 모두 버렸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다가도
어느 날 밤 언덕길을 오르는 두 어깨가
유난히 무겁게 느껴지는 날이 있는 거란다."

"아아……. 그러면 어떻게 하죠, 할머니?"

"걱정하지 마라, 얘야. 마음이 있으니 괜찮다.
살아가면서 네 마음이 조각조각 부서지는 날이 올 수도 있다.
그럴 땐 다시는 그 조각들을 이어붙일 수 없을 것 같단 생각이 들지.
하지만 마음이란 것도 그리 쉽게 사라지는 게 아니란다.
어느 순간 다시 이만큼 자라 있는 걸 발견하게 되는 거야.
잘 자란 마음은 깨진 조각마저 하나하나 다시 온전한 마음이 되어서는
다른 사람에게 찾아가기도 할 정도니까.
그럴 땐 어두운 별들이 아무리 네 어깨를 눌러도 괜찮은 거야."

"할머니도 그러셨어요?"

"그럼. 네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동안 늘 그런 마음이었지.
할아버지의 마음이 할머니에게 와서 잘 자라주었거든."

나는 할머니의 손을 꼭 쥔 채로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저 까만 하늘 어딘가에 박혀 있다는,
빛을 내지 않는 어두운 별들이 나를 무섭게 내려다 보는 것 같았지만
이내 안심이 되었습니다.
할머니가 말씀하셨으니까요.

"네가 모르는 사이에 너에게도 내 마음을 주었으니
너는 아무 걱정 말아라, 아가."





2008/10/17 22:55 2008/10/17 22:55


아버지



아버지는 풍선을 타고 다니는 남자였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풍선을 타고 어머니에게 날아왔을 때,
당연하게도 어머니는 무척 놀란 한편
머리에 묶고 있던 긴 끈을 풀어, 엉겁결에 아버지를 나무에 묶었습니다.
그날은 더할 나위 없이 이상한 날이었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혼자 공원 의자에 앉아 있던 어머니에게
기억을 먹는 아이가 다가와 어머니의 기억들을 먹고 사라지더니
몇 분 지나지 않아 풍선을 타고 다니는 남자가 나타난 것이니 말입니다.

아버지는 나무에 묶인 채로 한숨을 돌리고, 어머니에게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언젠가부터 풍선에 매인 몸이 되어, 풍선이 날아가는 대로 여기저기 떠돌다가
모처럼 쉴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날 어머니는 당신의 손목에 아버지의 손목을 묶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서로 사랑하게 되었고, 함께 살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는 창 틈으로 들어오는 작은 바람에도 날아가기 쉬웠기에
어머니는 아버지가 날아가지 않도록 항상 주의하고 신경 써야 했습니다.
아버지는 식탁에 매여 식사했습니다.
침대에 매여 잠을 잤습니다.
어머니의 다리에 매여, 태어나는 저를 받았습니다.
어딘가로 외출할 때면 어머니의 손목에 매여 걸었습니다.

풍선을 타고 다니는 아버지를 모두 이상하게 바라보았지만, 두 분은 행복했습니다.
오히려 풍선 덕에 다른 부부보다 더 가깝게 지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함께 있는 시간은 두 분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두 분이 떨어져 있어야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어머니가 혼자 외출을 할 때면, 아버지는 꼼짝없이 집안 어딘가에 묶여 있어야 했던 것입니다.
일할 수 없는 아버지 대신 어머니가 일하러 다니기 시작하자
처음엔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들으며 어머니를 기꺼이 기다리던 아버지도
언젠가부터 그 시간을 견딜 수 없게 되었던 것이지요.
그 날도 어머니는 아버지를 거실 탁자에 묶어두고 외출했습니다.
집에 돌아와 문을 열고 들어온 어머니는 울고 있는 아버지를 보았습니다.

“다시 날아다니는 편이 낫겠어.”
“그렇지만 여보. 당신은 날아다니면서 너무 지쳐 있었잖아요.”
“그래. 하지만 이렇게 늘 여기서, 당신이 오기만 기다려야 하는 게 더 힘들어.”
“그렇다면 이제부턴 어디든 함께 다녀요. 언제나 당신과 함께 다닐게요.”
“여보. 그건 풍선을 타고 다니게 되는 것보다 더 있을 수 없는 일이란 걸 알잖아.”
어머니는 우는 아버지를 붙들고 함께 울었습니다.

그날 밤, 어머니는 현관 문을 활짝 열어놓은 다음
잠든 아버지를 침대에 묶어놓았던 끈을 조용히 풀었습니다.
아버지는 잠든 채로 어디론가 날아갔답니다.

아버지의 모습이 기억나지 않기에,
어릴 적부터 듣고 또 들어온 이 이야기가 진짜인지 나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발견한, 화장대 서랍 안쪽에 곱게 개켜 있던 낡고 긴 끈이
바로 아버지를 묶고 있던 끈이 아닐까 상상해볼 따름입니다.
아버지가 정말 풍선을 타고 다녔다면 말입니다.






2008/10/06 18:08 2008/10/06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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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내미는 사람들이 있었으나
나는 자꾸 기억을 꺼내
무기처럼 내밀었다.

도대체, <미영, 무기>, 종이에 펜, 13x21cm
 
2008/06/22 00:45 2008/06/22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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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8 09:59 2008/06/18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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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2 01:50 2007/09/22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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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26 02:15 2007/07/26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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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지 않은 식당에 들어가 김치찌개를 시켰다.
네가 밥공기 위에 올려주는 참치 조각을 나는 넙죽넙죽 받아먹었다.
찌개를 다 떠먹고 식당 주인이 가져온 식혜를 마신 후
우리는 조금 걷다 헤어졌다. 택시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오늘 너와
일상적인 음식을 먹은 것을 후회했다. 평소에 먹기 힘든, 이름조차 생경한
것을 먹었더라면 나는 앞으로 조금 덜 자주 우울해지리라. 너와 너무나 평범한
저녁을 보내고, 그래서 일상 곳곳에 너의 기억을 심어놓고 이별한 날,
나는 네가 찌개를 떠먹던 모습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너의 엄숙한 생에,
내가, 상처가 되지 않길 바란다고.

(2003년의 메모)



2007/02/23 17:32 2007/02/23 17:32
나는 분노가 담긴 고성을 싫어한다.
누군가 나와 상관없는 일로 화를 내고 있어도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심장이 두근두근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고
정도가 심하면 패닉 상태까지 치닫곤 한다.

어제 아침
엄마가 동생과 관련된 일에 걱정했고
그걸 못마땅하게 받아들인 동생이 화를 내서
둘이 다투는 소리에 잠이 깬 나는
다툴 일도 아닌데 고성이 오가고 있는 상황이
참을 수 없이 싫어 샤워하며 울었다.

하루종일 낭떠러지 아래로 추락하는 듯 했다.
저녁에 엄마는 카레를 만들어 놓았다고
늘 그렇듯 명랑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고
나도 명랑하게 빨리 먹고 싶다고 이야기하곤
카레를 먹으러 가지 않고 애인을 만나
맥주를 두 잔 마셨고. 애인의 손을 잡고서야
벼랑에서 떨어지는 걸 멈춘 기분이 되었다.





내가 고성에 병신처럼 민감한 원인이 된
유년기의 한 부분만큼이나 소스라치게 싫은 때는
이십 대의 어느 날들.
몇 년에 걸친 괴로웠던 그 때.
떠올리는 것조차 참을 수 없다고 말은 하지만
그 때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메일들을
차마 삭제하진 못하고 메일함에 담아두었다.
아직은 열어보지 못하고 있지만
언젠가 지금보다 더 성숙한 사람이 되고
지금과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초연할 수 있을 때 조용히 열어보리라
꼭꼭 봉해두었는데

좀전에 한참을 접속하지 않던 엠파스에 로긴했더니
오랫동안 로긴하지 않았기에
메일 계정이 휴면상태 되는 것을 넘어
갖고 있던 메일이 아예 삭제되었다는 안내 문구가 뜬다.

모두. 사라졌다.
어차피 득 될 것 없는 기억 이참에 잘 됐네-
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할텐데
나는 그 때 내가 갖지 못한 행복할 권리에 이어
온전히 기억할 권리조차 빼앗긴 것만 같아 눈물이 핑 돌았다.





내가 원하는 건 아픈 부분을 검은 천으로 가려놓고
모른 체 하며 행복한 표정으로 사는 게 아닌데. 그리고

전쟁처럼 사는 동안
폭풍처럼 봄이 가고 있다.




2006/04/21 21:21 2006/04/21 21:21
살면서 마주치는 많은 순간들은, 그 순간이 아름다울수록
훗날 지독한 칼바람이 되어 가슴을 후벼팔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추억이 아름답지 않다고 얘기들 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다가올 수 있는 어느 마음 아픈 날을 걱정해
지금 이 순간들을 아끼고 미루며 살아가고 싶지는 않아.

오늘, 가로등 아래에서의 풍경도
어느 날 눈물을 뚝뚝 흘리게 만들 아픈 기억이 될 지도 모르겠지만-
마음이 말하네, 지금 이 순간들을 피하지 말고 많이 만들어 가라고.
잊지 말고 기억하라고.




2006/03/26 23:46 2006/03/26 2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