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첩장
나는 아까부터 청첩장 하나를 앞에 두고 생각에 빠져 있습니다.
회사로 배달된 청첩장은 특별할 것 없이 흔하게 생긴 것이었습니다.
예비 신랑 신부의 사진, 예식장 약도, 축복을 바라는 글귀까지
뭐 하나 어색할 것 없는 평범한 것이었지요.
그러나 나는 모두 잠든 이 시각까지 어쩔 줄 몰라하고 있습니다.
청첩장에 적힌 이들의 이름이 처음 보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네,
나는 일전에 기억을 먹는 아이를 만났습니다.
술에 취해 골목을 헤매다가 그 아이와 마주쳤고
기적처럼, 원치 않는 기억들은 모두, 그 아이가 먹어 주었습니다.
동이 터서 그 골목을 뜰 당시엔, 세상에서 가장 홀가분한 사내가 되어 있었습니다.
기적이었다- 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태어나서 받아 본 선물 중 가장 큰 선물이었어요.
그런데 아뿔싸,
나는 그만 가장 중요한 기억을 먹어달라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그 아이가 내 기억을 먹어 주었다는 기억도
함께 먹어 달라 부탁해야 했던 것을.
나는 그 아이가 어떤 기억들을 먹어 주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차마 기억하기엔 괴로웠던 기억들, 깡그리 버리고 싶던 기억들이었을 것이다-
라고만 짐작할 뿐입니다.
그래서 나는 아까부터 이 청첩장에 적힌 이름들을 기억해내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도저히 떠오르지 않는 이름이라면, 그 아이가 먹어준 이름일 테니까요.
그동안 함께 일했던 사람들부터 거래처 직원들, 학교 동창들, 멀고 먼 친척들까지
아무리 되짚어 보아도 이 이름들은 없습니다.
내가 지금 얼마나 괴로운지 아시겠어요?
대체 어떤 일이 있었기에 깡그리 버리고 싶던 걸까요.
무슨 기억이 그렇게 나를 괴롭혔던 걸까요.
지금 청첩장 안에서 환하게 웃으며 새로운 출발을 축복해주길 바라는 이 사람들이
나에게 어떤 기억을 만들어 주었던 걸까요.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나는 이제부터 기억나지 않는 모든 것들을
이렇게 의심하며 살게 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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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을 잊어서 약도를 그려드릴 수가 없네요. :)
가끔 그럴때가 있어요.
어젠 짬뽕 먹으려고 고려성엘 갔는데
아무리 골목길을 찾아봐도 내가 가는 고려성이 없더라구요.
길을 못찾거나, 다른가게로 바뀌었거나 둘중 하나인데,
젠장, 이럴때 기분이 참 안좋아져요.
나도모르게 다른 가게옷으로 갈아입은것도 기분 나쁘고
내가 위치를 못찾는것도 기분이 별로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