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앞에 봄이 있다
김종해
우리가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 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 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 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와 같아서
파도 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
너무나 힘든 때가 있었다. 스무 살, 가장 아름답던 그 때, 밤이 되면 쓰러지듯 누워 울곤 했다.
파도치는 날 낮게 밀물지라는,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겠냐는 시인의 말에 그예 눈물을 흘렸던 건 그 때문이었다.
넌 지금 힘든 게 아니라고, 그 정도면 살만 한 거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내 상처를 인정해주며 '아프지, 아프지'라고 말하는 것 같아 울컥 했었다.
사람들이 누군가를 붙잡고 하소연하는 건
누가 현실을 부정해주길 바라서가 아니라
아픈 현실을 인정받고 싶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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