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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태수의 귓병 (9) 2010/01/24


금요일. 태수가 뒷다리를 자꾸 핥는 게 이상해서 살펴보았더니, 작은 부스럼이 나 있었다.
그렇잖아도 귀에서 냄새가 꽤 나서 귓병을 의심하던 참이라, 냉큼 산책줄을 챙겼다.
유난히 춥고 눈도 많이 온 이 겨울, 산책을 자주 못 나가서 답답해하던 태수는
내가 나가자고 말하기도 전에 낌새를 눈치채고 헥헥거리며 방방 뛰었다.
그리고 동물병원까지 진짜 한 걸음에 슝슝 달려갔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개 같았다.
병원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진료를 받는 동안 태수는 아주 지랄발광이었다.
이놈은 눈이나 귀, 입안 같은 델 만지는 걸 지독하게 싫어한다.
어느 정도냐면 예전에 다니던 동물병원 원장이 귓털을 뽑으려다가 중도에 포기한 바 있고;
지금 다니는 병원 원장 역시 태수 눈에 안약 넣는 걸 포기했었거든;
가루약을 물에 타서 주사기로 먹이는 거? 거대한 내 남동생이 붙들고 혼내고 으름장 놓아도 못 먹인다. 정말 필사적으로 저항한다. (다행히 이건 다른 요령이 생기긴 했다. 고되긴 마찬가지이나 가능하긴 하달까;)
물론 양치는 꿈도 못 꾼다. 이빨에 바르기만 해도 되는 애견 전용 치약을 진작 구비했으나 바르는 데 실패. 일반 맛(?)이라서 그런가? 하며 사과맛을 사 보았으나 마찬가지.

그런 개태수다. 의사가 뒷다리를 살펴보고 눈을 살펴보고 귓속을 살펴보는 동안 몸부림치며 발악했고
귀에 세정제를 넣고 그걸 흡입기로 빨아들이고 연고를 바르고 주사를 놓는 동안엔
자기를 죽이는 줄 알았는지; 정말 난리가 났었다...... 태수를 붙들고 있느라 애먹은 것은 물론이고.
치료가 끝난 후에 한숨을 돌리며 의사에게 물었다.

"귓병은 왜 생긴 건가요?"
"평소에 관리를 안 해 줘서요."

아 놔...... 귀 세정제는 진작에 사 놨지 말입니다. 그런데 태수님이 허락하셔야 그걸 귀에 넣지 말입니다.
냄새가 싫어서 그런가 싶어 다른 걸 사서 시도해봤지만, 역시 허락하지 않으셨다고;
여하간 일주일치 약을 받아들고 병원을 나섰다.
일주일 동안 아침 저녁으로 약을 먹이고
매일 세정제+연고를 귀에 넣으란 특명을 받고 한숨이 나왔다;

그리고 태수는 어찌나 발광을 했는지 기운이 다 빠져서
병원문을 나서자마자 길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ㅜㅜ
5.3kg짜리 개태수를 안고 터덜터덜 걸어왔다.
태수는 내게 느낀 배신감이 상당했는지 고개를 팩 돌리곤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이놈아. 얼마나 난리를 쳤으면 걷지도 못하냐."
……
"누나한테 배신당했어? 산책하는 줄 알고 좋아했는데 누나가 병원 데리고 갔어?"
……
"의사 아저씨가 괴롭혔어? 태수 아픈 거 나으라고 그런 거야."
……
"금방 지나갈 일인데 왜 그렇게 난리를 치냐 이놈아. 난리 치나 안 치나 어차피 해야 하는 건데 이놈아."
……
"하기야 사람들도 그런 때가 있긴 허다."
……
"아이고 팔 아프다. 네가 누나를 벌 주는구나 이놈아."
……

집에 와서 태수도 뻗고 나도 뻗어 나란히 누워 자 버렸고
태수는 오늘까지도 나에게 서운한 기색이 역력했으며;
나는 쫓고 쫓기는 추격전 끝에 어찌어찌 약을 먹이고 태수 귀에 세정제와 약을 넣는 데 성공하였다.
이제 6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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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지난 여름 사진. 곤히 자다가 카메라 셔터 소리에 놀란 태수.




2010/01/24 02:48 2010/01/24 0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