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 해당되는 글 7건

  1. 근황 (13) 2009/07/20
  2. 현재 상황 (9) 2008/05/26
  3. 행운 2005/11/28
  4. 광화문 연가 2005/11/27
  5. 요즘 2005/05/20
  6. 평화 2003/01/03
  7. 광화문 2002/05/23

1.
근래 블로그 업데이트를 잘 못한 것은 피곤해서.
워낙 야행성인 인간인데 요즘은 아침에 눈떠서 하루를 보내고 나면
밤 11시만 되어도 졸리기 시작해서, 자정 무렵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잠이 쏟아져서 침대에 눕기 일쑤였다. 아무래도 낮에 많이 돌아다닌 탓이겠지만.
그러다 보니 평소보다 인터넷 하는 시간이 부쩍 줄었고, 블로그 업데하는 것도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긴 했는데 드디어(!) 낮잠을 획득했고, 그래서 지금까지 깨어 있다.
열흘 남짓의 아침형 인간 체험은 이것으로 끝인가;

2.
하지만 깊은 잠을 자진 못했다. 역시 난 낮잠을 더 깊이 자는 오리지널 야행성 인간일까.
특히 지난주는 연일 악몽을 꾸는 바람에 자꾸 자다가 깼다. 비명을 지르며 일어나기까지;
쫓기는 꿈을 종종 꾸는데 지금까지 꾼 꿈들을 떠올려 보면 그 대상도 다양하다.
좀비나 귀신, 강시, 흡혈귀 같은 고전적인 것들도 있고
갱단이나 살인마, 전쟁, 폭격, 화산 폭발 같은 자연재해,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이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내 꿈에 사는 또다른 내가 현실의 나를 찾아와 서로 쫓고 쫓긴 적도 있고
다른 차원에 사는 내가 누군가에게 쫓기다가 내가 사는 이 차원으로 넘어와, 함께 도망다닌 적도 있다.
면허가 없는데 자동차 핸들을 넘겨 받아 진땀 흘리며 질주하기도 하고
일에 쫓겨 바쁘게 약속장소를 향해 달려가는 꿈을 꾸기도 하고.
며칠 전엔 한강 둔치를 걷다가, 저쪽에서 사람들이 마구 뛰어오는 꿈을 꾸었다. 다들 강 건너로 도망치고 있었다.
사람들을 붙잡고 이유를 물었지만 왜 도망치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었다. 전쟁이 난 것 같다는 사람도 있었고, 괴물이 나타났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유가 뭐든 간에 강 저쪽에선 무서운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게 분명했지만
나는 기어이 그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가족이 있는 곳으로 가서 함께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사람들과 반대로 하염없이 달리다가 꿈에서 깼다.

3.
반면에 기분 좋았던 꿈이라고 기억되는 것들은
대부분 아무 제약 없이 자유롭게 천천히 걷거나, 날듯이 뛰어 오르거나, 정말 날아다니거나, 공기처럼 여기저기 둥실 떠도는 꿈이었다.

4.
화요일엔 사무실이 이사한다. 한달에 며칠만 엉덩이 붙이는 나도 함께한다.
이사할 곳이 경복궁 근처라는 사실을 알고 무척 기뻤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광화문 일대는 나에게 각별한 곳이었고
기운 없거나 슬플 때 그 부근을 걷기만 해도 기분이 나아지는 곳이니까.
요즘에도 한달에 열흘 이상은 경복궁 근처를 맴돌고 있을만큼 그곳에 애착이 있는데
또 결국 그곳으로 가는구나.
어쩐지 돌아가는 기분이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만 같다.
그와 동시에, 이제 홍대 앞은 당분간 안녕이구나.
잘 있어라 홍대 앞아. 여기에서 별별 일을 다 겪었다;
언젠가 다시 이 근처로 온다 해도, 그때는 '돌아오는' 기분은 들지 않으리.

5.
이사와 함께 월간지 마감이 겹쳐 있고, 초등학생 수업을 계속하면서 다음 기수 수업안도 짜야 하고,
내달부터 시작해야 할 두 건의 작업도 준비해 놓아야 한다. 그리고 또......
여러 일을 동시에 생각하느라 정신 없는 와중에, 십년지기 친구가 며칠 전에 이런 말을 했다. 이게 나라고.

"항상 정신 없고, 뭔가 분주하게 하고 있고, 뭔가 계속 미안하다고 말하고, 무지 무겁고 큰 가방을 들고 다니면서 가방 때문에 힘든 건지도 모르고 사는 건 힘든 거라고 말한다."

아 놔 이렇게 핵심만 골라내다니 십년지기 친구 맞구나. 한참 웃었다.

6.
아이들 가르치는 거 어렵다. 더 많은 아이들을 큰소리 안 내고 가르치는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존경스럽다. 수업을 마치고 나면 진땀이 쏙 빠진다.
나름대로 얻는 것들도 있는데 그건 6개월 과정이 끝나면 따로 정리해 보려고.

7.
그 와중에 기타 수업은 간혹 결석하긴 하지만; 계속 듣고 있다.
뭔가를 배우면서 조금씩이나마 실력이 느는 걸 확인하는 게 이렇게 즐거웠던 것이 또 뭐가 있었나? 생각해 봐도, 잘 떠오르지 않는다. 즐겁고 재밌어. 순수하게 재밌다. 기타 값과 차비 빼고, 한달 수업료가 5만원인데 이 돈으로 할 수 있는 다른 어떤 일보다 만족감을 준다.

8.
근데 또 잠이 오네. 할일이 많은데 큰일이네.
이래서 자꾸 쫓기는 꿈을 꾸나.




2009/07/20 01:29 2009/07/20 01:29

- 5/24~25 시위와 진압 과정
http://www.vop.co.kr/A00000207514.html

- 5/25~26 시위와 진압 과정
http://www.vop.co.kr/A00000207351.html




- 5/25 광화문 세종로






- 5/26, 0시경 신촌





- 5/26, 신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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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2008년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불안하고, 무섭고, 마음 아프고, 화가 납니다.
촛불 밖에 들지 않은 사람들을 이렇게 강경진압하고 있습니다.
조용히 촛불 문화제할 땐 무시하고
더 큰 소릴 내니까 밟는 것이
이 정부가 국민을 대하는 태도를 아주 잘 보여줍니다.

메이저 언론에선 참여 인원 축소는 물론
집시법 위반과 교통혼잡에 초점을 맞춰 시위를 축소, 폄하하려 하고
무엇보다 아예 잘 다루지조차 않네요.

나는 저분들 편이에요.
그러나 시위에 참여하지 않든, 찬성하는 입장이 아니든
지금 상황이 어떤지,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진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생각이라고 외면하지 말아주세요.
같은 생각이라면 침묵하지 말아주세요.






2008/05/26 04:12 2008/05/26 04:12
어제 저녁 광화문역에서 내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고 있는데, 내 앞에 선 아저씨의 검은 양복 바짓단에 노란 은행잎 하나가 꽂혀 있는 것을 보았다. 저러다 빠지겠지, 했는데 아저씨가 개찰구를 지나 계단을 성큼성큼 걸어 올라가 지상으로 나갈 때까지 바짓단에 그대로. 마침 나와 같은 방향으로 가는 그 아저씨에게 횡단보도를 건너며 '오른쪽 바짓단에 은행잎이 꽂혀 있다'고 말해 주었다.

은행잎을 빼내다 기우뚱 넘어질 뻔한 아저씨에게 '그거 버리지 마세요' 라고 했더니 의아한 표정을 짓길래 '줍지 않고 품으로 들어온 낙엽은 소원을 들어준대요. 갖고 계시면 행운을 가져다 줄 거예요' 라고 말했더니, '아아 그래요? 고맙습니다' 하며 은행잎을 손에 꼭 쥐었다.

아저씨는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상상하며 어쩐지 기분 좋아진 어제 저녁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좋은 기분. 어젯밤엔 원고도 비교적 순조롭게 준비되어, 한 동안 빠져있던 슬럼프에서 벗어난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잠도 푹- 잘 잤다. 덕분에 지금부터 부랴부랴 일해야 하지만, 그래도 기운이 나는걸. 컨디션도 최고다. pc에선 조금 전부터 pizzicato five의 magic carpet ride가 흘러나온다. 은행잎은 나에게도 행운을 가져다 준 것 같다.




2005/11/28 06:03 2005/11/28 06:03
광화문은 나에게 뭐랄까, 치유의 장소였다. 국민학교 6학년 때 친구 선영이랑 -지금은 연락이 끊겼다- 광화문 앞에 놀러오는 걸 좋아했었다. 어린 우리에게 이곳은 버스를 타고 와야하는 제법 먼 곳이었지만, 시청 앞에 있던 동방플라자(지금은 삼성플라자인가?) 지하 문구센터에 가면 동네 문구점에선 보기 힘든 특이하고 예쁜 팬시상품 구경하는 게 참 좋았다. 그 때 산 예쁜 집게가 아직 집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어느 날은 우리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아이스크림을 빨며 문구류에 정신이 팔려있는 동안, 밖엔 갑작스런 대설이 내려 교통이 마비되기도 했다.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는 오지 않았고, 우리는 무작정 집까지 걸어가 보기로 했다. 남대문을 지나 남산 가는 길을 올라가는 길, 눈에 미끄러져 넘어지고 쌕쌕거렸고, 추위에 덜덜 떨었다. 날은 이미 어둑어둑했고, 집에 도착하려면 몇 시간이나 더 걸릴 것 같은 기분이었다.

늦도록 돌아가지 않으면 집에선 얼마나 걱정할까 염려되기도 했지만 솔직히 그 때 기분이 아주 괴로운 것만은 아니었다. 뭐랄까 좀 흥분한 상태였다고 할까. 아무튼 지쳐 있던 우리 눈에 갑자기 83-1 버스가 나타났다. 몇 시간 만에 버스 운행이 재개된 거였다. 따뜻한 불빛을 내뿜으며 천천히 다가온 버스를 타고, 둘은 무사히 집에 돌아왔다.

중학교 때도 고등학교 때도 광화문 출입이 잦았다. 교보문고도 좋았고, 경복궁도 좋았고, 세종문화회관도 좋았다. 대학은 집에서 가려면 버스를 타고 광화문을 지나는 곳이라 매일 이 앞을 지나쳤다. 나는 그게 행운이라 생각했다.

회사를 다니느라 광화문 근처에 올 일이 없을 때도, 나는 종종 광화문을 찾았다. 이곳이 '치유의 장소'라고 얘기한 것은 내가 주로 우울하거나 괴롭거나 슬픈 일이 생겼을 때, 그리고 어쩐지 의욕이라곤 조금도 없을 때- 찾아왔기 때문이다. 뭐, 와서 특별한 일을 한 것도 아니었지만. 버스를 타고 교보빌딩 앞에 내려 경복궁 앞을 지나 근처 찻집에서 차를 한 잔 마시고, 다시 세종문화회관 앞으로 걸어와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정도였다. 그 간단한 의식을 마치고 나면, 어쩐지 기운이 마음 속에서 뾰족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 그래서 사는 게 힘들 때면 나는 으레 광화문을 찾았다.

오늘 문득 광화문을 예전같은 마음으로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5월 현재의 직장으로 옮길 때,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광화문 근처에 일터를 얻었다는 사실이 무척 기뻤는데, 막상 매일 이곳에서 일을 하고 이곳에서 한숨을 쉬다보니 막연히 생각한 '출근 때마다의 감동' 같은 건 물 건너간 지 오래다. 후후.

찾아오는 것만으로도 정화되는 듯한 느낌을 받던 광화문을 다시 찾고싶다- 는 마음이 강렬해져서 오늘 퇴근 후에 예전처럼 천천히 길을 걸었다. 모처럼 경복궁 앞을 지나, 여전히 남아 있는 까페에 들어왔다. 예전에 자주 들르던 까페는 아담한 2층 짜리 까페였는데 문을 닫은지 오래다. 또 한 곳은 오늘 보니 설렁탕집이 되어 있다. 오늘 온 이곳은 운치나 그럴듯한 분위기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곳이지만, 아줌마 아저씨들이 많이도 드나드는 곳이라 당분간은 망하지 않고 남아 있을 것 같다. 오늘은 창밖이 보이는 자리에 앉아볼까 해서 까페 안을 한 바퀴 돌았지만 결국 앉은 곳은 항상 앉던 가장 구석자리다. 가방을 던져놓고 주문을 한 다음 종일 부은 다리를 주무르고 있자니 마음이 좀 편안해졌다. 좀전에 들어온 20명 단체손님-직장인들-이 한창 시끄럽게 떠들고 있다.

들어오기 전에 길 건너 샵에도 들러볼까 하다가 말았다. 옷과 장신구를 파는 작은 그 샵은 당찬 아주머니 한 분이 꾸리는 곳이다. 언뜻 독특해 보이지만 사실은 동대문에만 나가도 여기저기서 팔고 있는 옷들을, 아주머니는 직수입품이라고 강조하곤 했다. 아주머니가 어느 나라에서 수입한 것인지 끝내 밝히지 않은 채 단지 '수입품'이라 주장했던 아이보리색 니트도 그 중 하나였다. 결코 디자인 된 게 아니라 보관상의 실수인 것이 분명한 눈에 띄는 얼룩이 가슴팍에 지도처럼 그려져 있었는데도, 나는 그 니트를 끝내 사고 말았다. 그러니까 그곳에서 무언가를 구입하는 행위도 나를 치유하는 방법 중 하나였던 셈이라. 나는 종종 거기에서 몇 번 입으면 형편없이 늘어나는 티셔츠나, 길지도 않은 4박 5일 여행 중에 끈이 똑 끊어져버린 가방 따위를 사곤 했다. 언젠가 너무 우울했던 날, 나는 그곳에서 너무 커서 엄지손가락에 끼워도 헐렁헐렁한 반지를 사기도 했다.

아, 그러니까 그 날, 사실 그 날은 평화롭게 맞이할 수 있는 날이었다. 자정 넘어까지 웹서핑을 좀더 하다가 잠이 들고, 느즈막히 일어나 남자친구를 만나러 가면 되는 일요일이었다.

그런데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고 지내던 친구 하나가 msn으로 말을 걸더니 남자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거였다. 그애는 내가 그와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고, 그 상태에서 그애가 꺼낸 남자친구에 대한 말들은 온통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어 버렸다. 그저 믿고 있던 든든한 남자친구의 이면을 알게 된 나는 덤덤한 척 대화를 맺었지만, 잠들 수가 없었다.

날이 밝아올 때까지 뜬눈으로 앉아있던 나는 새벽이 되자 집을 나섰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아서 견딜 수가 없었다. '걷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해서 걷기 시작했다. 동네를 빠져나와 남영동에 이르렀을 때 비가 오기 시작했다. 편의점으로 뛰어들어가 비옷을 사서 입고 계속 걸었다. 서울역을 지났고, 남산을 올라갔다가 내려왔고, 시청 앞과 광화문을 지나 세검정 학교까지 걸어갔다. 걷는 동안 비가 그치고 날이 개었고 시청 앞은 햇빛 때문에 반짝거렸지만 나는 비옷을 입은 그대로 계속 걸었다. 그리고 학교 동아리방 소파에 쓰러져 잠을 자다 일어나 다시 걸어 돌아오는 길에 길 건너 저 샵에 들렀던 거다.

이런저런 장신구를 구경하던 나는 분홍색 알이 박힌 은반지를 집어 들었는데, 그 반지를 끼고 있으면 나를 괴롭히는 것들이 떠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로해줄께' 라고 말하는 듯한 느낌 때문에, 맞지도 않고-여전히 터무니 없이 비싼-그 반지를 손가락에 끼고 나오며 나는 마음 속으로 많이 울었다. 온종일 걸은 탓에 몸은 말할 수 없이 지쳤지만...... 결국 그 날 종일 걸으며 끊임없이 나에게 질문한- "사랑하는가" 란 물음에 나는 "그렇다" 는 대답밖에 할 수 없었고, 그래서, 분홍색 알반지를 끼고 그를 계속 만났다.

까페는 여전히 시끄럽다. 조금있다 이만 일어나야겠다. 다시 광화문역으로 돌아가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야지. 이사를 한 이후로 돌아가는 길이 너무 멀다. 어쩌면 내가 더 이상 광화문을 치유의 장소로 여기지 못하는 이유는 매일 이곳에 출근해 한숨을 쉬기 때문이라기보다, 돌아가야 하는 집과 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됐든 고장난 mp3 플레이어를 빨리 고쳐야겠다. A/S 센터에 플레이어를 보내고 그애가 돌아오면, 이어폰을 꽂고 다시 이곳을 천천히 걸어봐야겠다. 그러면 예전처럼 꿈꾸는 기분으로 이곳을 걷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시, 광화문을 바라보며 말을 걸어야지. "안아주세요-" 라고.

(11.25.금요일에 광화문 까페에서 노트에 쓴 글을 옮김)




2005/11/27 00:06 2005/11/27 00:06
사랑니 실밥을 오늘에서야 풀었다. 전에 다니던 회사 근처 치과에서 이를 뽑았던 까닭에 오늘 실밥을 푼 곳은 다른 치과. 그런데 의사 아저씨가 모두 둥글둥글 비슷하게 생겼다. 기껏 두 곳을 가놓고 '치과 의사는 다 비슷하게 생겼나' 란 생각을 했다. 전에 간 치과는 번화가에 있지만 치료하는 의자가 세 개밖에 없고, 대기실도 좁고, 간호사 복장은 흰색과 분홍색이 섞인 전형적인 동네 병원. 오늘 간 곳은 부유하지 않은 동네의 골목길에 자리한 곳이지만 시설이며 규모가 으리으리하다. 간호사 복장도 도회적인 커리어우먼 스타일. 환자가 많아서 불친절했겠지만, 아무래도 난 전에 갔던 아기자기하고 다정한 치과가 좋다. 의사 아저씨도 친절했고, 간호사 언니들도 싹싹하고 귀여웠는데. 치료할 이가 몇 개 더 남아 있지만 아무래도 그건 새로 옮긴 일터 근처에서 해야겠지?

월요일부터 새로운 직장으로 출근하고 있다. '일하고 있다' 라고 썼다가 '출근하고 있다'고 고쳤는데 그건 이번 주에 내가 한 일이 그다지 없기 때문이다. 이곳은 경희궁 바로 뒤쪽. 직장 건물 뒤로 난 수풀을 헤치고 올라가면 경희궁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첫날 그 샛길을 알곤 다음날 아침에 경희궁을 통한 출근을 시도했는데, 나름대로 운치를 즐기며 수풀을 헤치고 나가자 회사가 아닌 웬 가정집 같은 곳이 눈앞에 있었다. 길을 잘못 들었단 사실을 알고 난감 모드. 나는 심각한 길치라, 한 번 방향을 잘못 잡으면 그 다음엔 엉킨 실타래 푸는 것보다 더 어려워하기 때문. 다행히 많이 떨어진 곳이 아니라 무리 없이 잘 찾아왔다.

아직 세팅이 덜 되어 있어 노트북을 쓰고 있는 중. 종일 움츠러든 자세로 노트북을 쓰고 있으려니 어깨가 뻣뻣하다. 낮엔 너무 뻐근해 잠시 이 동네 골목을 걸어봤다. 오가는 사람도 별로 없고, 집들은 큼직큼직하고, 대사관이 곳곳에 숨어 있다. 첫출근한 날 회사 건물 옥상에 올라가서 주위를 둘러보곤 무척 흡족했다. 내가 좋아하는 광화문 부근이 한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난 장소에 애착이 강한 사람이라, 경관을 보자마자 이곳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해 버렸다. 게다가 아래를 내려다 본 순간 마침 고양이 한 마리가 여유롭게 흙위에 누워 등을 비벼대고 있었기 때문에 입이 헤 벌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이곳을 다니기 시작했다. 광화문이란 사실이 믿기지 않을만큼 조용하고 깊숙한 주택가를 아침 저녁마다 걷고 있다. 올 때마다 힘이 나던 거리를 매일 다닐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겠지.

그나저나 불만 두 개. 하나는 회사 근처 어느 집 지붕. 미술관 건물같은 현대식 건물과 시퍼렇게 번들거리는 기와가 너무 어울리지 않는다. 나름 퓨전이라고 우길 수는 있겠지만 영 생뚱맞은 게 아니다. 남의 집 지붕이 어떻든 신경쓸 필요야 없는 일이지만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하지만 더 뜨악한 건 높이 솟은 오피스텔들. 그곳들에 가려져 인왕산이 온전히 보이지 않는다. 굳이 인왕산을 다 보고싶어서가 아니라, 경복궁과 경희궁 사이에 인공위성 발사대마냥 솟아있는 그곳은 광화문 일대의 이물질이었다. 앞으로 그런 건물이 더 들어선다는데... 가앗 뎀.




2005/05/20 21:06 2005/05/20 21:06
오늘 밤까지만 달리자
그러면 다음 주부턴 평화롭게 지낼 수 있다
1월은 내가 원하던 영화도 공연도 있는 달이고 (반지의 제왕, 라비앙로즈!)
나는 이제 좀 자유로워져, 동물원도 수목원도 갈 수 있다
동생이 있는 강원도 부대로 면회 갈 수도 있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쌓아놓고 읽을 수도 있고 (그 전에 분실한 학생증부터 만들어야 하지만)
일 년 동안 무방비로 놔 둔 다락방 업데도 할 수 있다

아 아

나는 낮과 밤이 바뀌었다며 툴툴거릴테고
밤을 새워 핏발 선 눈으로
스타식스를 들락거리며 영화를 볼테고
갖고있는 돈과 사고싶은 씨디를 비교하며
뭘 사야 하는지 순위를 매기느라 애먹을테고
광화문과 인사동을 걸어다니며
이 곳은 나와 기운이 잘 맞는 모양이라니깐, 따위의 시시껄렁한 말을 뱉으며 낄낄대겠지
할 일이 있다고 약속을 미뤄온 사람들도 만나겠지

상상만 해도 즐거워라
나는 정말 평화로울 수 있다.




2003/01/03 08:21 2003/01/03 08:21
나는 광화문 앞부터 세종문화회관, 시청 앞까지의 거리를 무척 좋아한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의 광화문 사랑은 아직도 쭈욱 이어지는 중 ^^

아래는 5월 말... 월드컵을 앞두고 단장한 광화문 앞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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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 앞에 세워졌던
로봇. 무쟈게 컸지렁~
로봇 아래에 조그만 사람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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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보기↓)

2002/05/23 16:38 2002/05/23 16: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