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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둠에서 오는 공포 2011/03/18
  2. 엑소시스트 2001/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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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8 18:38 2011/03/18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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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변하면서 공포의 대상도 달라진다.

나는 '전설의 고향'의 처녀귀신을 보며 이불을 뒤집어쓰던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을 지나, 고학년 때엔 드라큐라와 강시, 홍콩할매 귀신을 만날까 두려워하였다.

그리고 중학생이 되면서 좀비를 알게 되었고, 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턴 공포 영화 속의 '무서운 대상'은 점점 다양화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각종 벌레들부터 유전자가 꼬여 졸지에 괴물이 된 한많은 동물들, 그리고 인형에 이르기까지.

그렇게 많이 본 공포 영화 중에 내게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있는 영화는 <엑소시스트 (The Exorcist ,1973)>. 그래도 어지간한 공포 영화는 자타가 공인할만큼 큰 담력으로 별 충격없이 소화해낸다고 자부하던 나는 그래도 머리가 좀 굵어진 후에 이 영화를 보았음에도 자꾸만 놀라며 무서워해야 했다. 왜 그랬을까. 전기톱이 사람을 난도질해 피가 낭자하고 뿔 세 개 달린 괴물이 나와 으르렁거려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던 나는.

물론 <엑소시스트>에도 소녀의 머리가 몸과 따로 놀며 휙 돌아가고 사람이 계단 아래로 날아가 꽂히는 등 기괴하고 잔인한 장면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음머, 깜딱이야!' 하며 잠시 놀라게 할 뿐 그것이 보는 이를 지속적인 공포로 몰고 갈 수는 없다.

그대신 이 영화에선 신부가 등장한다. 악령이 씌인 소녀 앞에서 기도하던 신부가 '용한 무당' 마냥 한방에 악귀를 쫓아내기는커녕 되려 된통 당하고 나가 떨어진다.


고등학생이던 어느날 나는 학교 쉬는 시간에 황당하기 그지없는 이야기를 들었다. 얘기해준 친구가 '실화' 임을 유독 강조했던 이야기의 내용인즉슨

어떤 애가 잠을 자다 가위에 눌렸는데,
천장을 보니깐 귀신이 내려다보고 있는 거야.
그래서 기도를 하면 달아나겠지란 생각에
눈을 꼭 감고 주기도문을 외기로 했대.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그런데 기도하는 자신의 목소리가 이상하게 들리는 거야.
그래서..... 눈을 떠보니깐......
귀신이 웃으면서 더 빠른 속도로 기도를 하고 있었대....


그나라가임하시며아버지의뜻이하늘에서와같이땅에서도이루어지소서......낄낄낄...


헉... 그 때의 충격이라니! 무슨 독실한 기독교 신자도 아니요, 그렇다고 다른 어떤 종교를 갖고 있지도 않음에도 불구, 이 얘기를 듣는 순간 소름이 쫘악 끼쳐 소리를 빽 질렀던 게다. 내가 아무리 특정 종교의 신자가 아니라 할지라도 '신'이란 것에 대한 믿음은 마음 속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내가 믿지는 않지만 그래도 신은 귀신을 쫓는다던데, 아니 어째 그런 일이. 도대체 세상에 믿을 것은 무어란 말이더냐... 이런 생각으로 며칠 동안 잠을 자려 불을 끄고 누울 때면 그 귀신이 떠올라 편안히 잠들 수가 없었다. <엑소시스트>도 마찬가지다.

따지고 보면 공포영화에서 벌어지는 많은 상황이란 것들은? 친구란 놈이 산장으로 유인하여 죽이려 하면 정신만 차려 잽싸게 도망간 후 절교하면 되고, 귀신이 모는 택시가 돌진해 온다면 불법유턴을 해서라도 피해가면 되며, 유전자 조작으로 출현한 괴물이 있다면 끈끈이든 살충제든 수류탄이든 이용해서 잡으면 그만이다.

'그렇게는 못 할' 갖가지 이유를 대겠지만 그건 영화에서일 뿐, 나에게 똑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충분히 피해갈 수 있을 여지가 보인다. 때로는 주인공이 한심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니 안심이다.

그런데 말이다, 아무리 산 사람이 악령이니 귀신에 들렸다 한들 그들의 천적인 '신'이 나타나면 꼬리를 감추고 슬슬 도망가야 할 터, 신부가 나타나 기도를 하면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야 하는 거 아닌감? 그런데 이게 웬걸, 오히려 신부를 죽이며 낄낄거리곤 유유자적한다. 그렇게 믿던 '무엇'이 한 순간에 달아난다. 당혹감에 빠지며 '세상천지 누구에게 의존하리오' 한탄하며 난감해진다. 무섭다.

물론 지금은 <엑소시스트>가 나왔던 1973년으로부터 강산이 몇 번 바뀌었다. 그 동안 나온 많은 영화들에서 악령이라 하는 것들은 기도문을 듣고 도망가기는커녕 되려 주먹질을 했고, 성당에서 뛰어놀며 수녀를 놀리고 신부를 죽이더니 낄낄거렸다. '니덜이 믿는 신이란 존재도 우리에겐 암 타격도 주지 못해!' 하며 절망에 빠진 관객들을 마음껏 비웃어왔다. 마치 웃으며 기도문을 외웠다는 그 귀신처럼.

이제 우릴대로 우려낸 것같은 이런 소재가 그래도 끊이지 않고 등장하는 것을 보면 아직 건더기가 조금 남아있기는 한 모양이다만, 그러나 언젠간 '이보다 더 큰 무엇'이 새로운 공포의 형태로 다가오지 않을까. 우리가 겉으로 드러내놓고 '난 사실 이런 때가 졸라 무서워!'라고 말하지는 않지만 분명히 건드리면 당황해질 어떤 심리. 그게 뭐가 될지는 나도 알 수가 없고 솔직히 누가 건드릴까봐 상상만으로도 무섭기는 하지만, 은근히 또 기다려지는 것도 사실이다. 변태같다구? 우린 모두 그런 면이 있지 않은가.

그러나 어쨌든, <엑소시스트>는 아직도 무서운 영화다. 내 깊은 내면에 자리한 의존 심리를 한방에 엿먹이며 당황케 하는.




2001/07/25 14:26 2001/07/25 1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