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며칠 전의 꿈.
집에 혼자 있는데 창문 밖으로 신기한 광경이 보였다. 미어캣처럼 생긴 동물들이 둥글게 모여 섰다가 서로 손을 잡기도 하고 춤을 추기도 하며 놀고 있었다. 신기한 마음에 휴대폰을 꺼내 동영상을 촬영하고 있는데, 모여있던 그들이 외계인처럼 스르르 형태를 바꾸기 시작했다. 깜짝 놀라고 있는데 어디선가 다양한 색깔의 고양이들이 잔뜩 달려와서 그들을 덮치고, 주위는 아수라장이었다. 서둘러 창문을 닫았는데, 완전히 닫기 직전에 노란 줄무늬 고양이 한 마리가 뛰어들어왔다. 아수라장 통에 경황이 없어 잘못 들어온 것 같았다. 몹시 당황해서 고양이를 거실로 유인해서 현관문을 열어주었다. '제법 유연한 대처로다' 짐짓 흐뭇해했지만 고양이는 현관문을 나가려다가 멈칫하더니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정말 나가야 돼?' 하는 눈빛으로 아양을 떨기 시작했다. 배고프고 갈 데도 없는 모양이네, 하며 자세히 살펴보니 얼굴이 오종종하니 불쌍해 뵌다. 결국 현관문을 닫고 고양이를 안으로 들였다. 고양이는 내가 준 음식을 맛있게 먹더니 벌떡 일어나서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왈츠를 추기 시작했다. 아주 흥겨운 왈츠였다. 어느 샌가 사람들이 집안으로 들어와 우리의 춤을 보고 신기하다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흥겨운 시간은 오래 가지 못했다. 동네에 미군이 들이닥친 것이다. 미군들은 이유를 말해주지 않고 동네 주민들을 공터에 모아놓았다. 총을 든 미군들을 보며 사람들은 불안에 떨었고, 나는 그들이 들고있는 총이 살상용은 아닌 듯하고, 저들이 우리를 함부로 죽이진 못할 거라 말하며 사람들을 안심시키려 노력했지만 사실 마음속으론 매우 겁을 내고 있었다. 잠시 후 미군은 우리를 땅바닥에 엎드리게 했고, 그들이 쏜 것은 소독약으로 추측되는 액체였는데, 물살이 점점 거세어져 제자리에 버티고 있는 것이 힘겨워지다가 꿈에서 깨었다.
2.
저 꿈을 꾸고 일어나서 사촌언니네 가게에 갔다. 가게엔 저번에 본 그 개가 그대로 묶여 있었는데, 언니가 말해준 그 개와의 연이 놀라웠다. 언니네 가게 앞에 어느날부터 아직 덜 자란 떠돌이 개가 나타나기 시작했단다. 다른 데 가지도 않고 마치 그곳이 원래 자기 집인 듯 그 앞에 앉아있다가 잠을 자다가 하며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동네 사람들마저 언니네가 기르는 개인 줄 알고 '저 가게 부부는 자기들은 밤에 문 닫고 집에 가면서 개는 거리에 내버려 둔다'고 흉을 볼 정도였단다. 하지만 언니는 결혼 몇 년만에 어렵게 임신에 성공한 상태였고, 임신중에 개를 기르는 것을 가족들이 만류하여 그 개를 기를 생각은 하지 못했단다. 그러나 외면할 수가 없어서 먹을 것도 주고, 또 동네 초등학생 아이들이 자주 개를 쓰다듬고 안길래 가게 한쪽으로 데려가 목욕도 몇 번 시켜주면서 그 개는 점점 더 언니네 가게 앞에서 머물게 되었다.
그 개의 원래 주인이 언니네가 아니란 걸 동네 사람들도 알게 되면서, 몇 사람이 자기가 키우겠다며 데려간 적도 있다. 그런데 다른 곳에 보내진 개는 계속 줄을 끊고 언니네 가게로 돌아왔단다. 모두 다섯 번이나 말이다. 결국 동네 사람들이 기르는 것은 포기. 그렇다고 언니가 기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쩔 수 없이 유기견 보호소로 개를 보내기로 결정하고, 아는 사람을 통해 지방의 한 보호소로 개를 보냈단다.
하지만 그때부터 언니는 온통 그 개 생각.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보호소 홈페이지에 들어가 사진을 확인하니 잔뜩 주눅든 표정에, 말이 아닌 몰골을 영 두고 볼 수 없었다고. 그래서 보호소에 보낸 지 열흘만에 부른 배를 끌고 달려갔단다. 보호소에선 개의 주인을 확인할 때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이름을 불러보라고 한단다. 동네 꼬마들이 그 개에게 붙여준 이름은 '초롱이'였고, 언니는 멀리서 '초롱아' 하고 불렀고, 초롱이는 그 소릴 듣더니 달려와서 언니 주위를 뱅뱅 돌며 폴짝폴짝 뛰었고, 그래서 그 날 이후로 언니와 초롱이는 함께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 그 후로 언니의 딸-내 조카-도 건강하게 태어나서 잘 자라고 있고.
도대체
2007/03/13 05:38
2007/03/13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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