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갖고있는 그 많은(!) 소원 중 하나는 넓은 도로를 무단횡단하는 거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광화문 앞 길인데, 그 넓은 차도를 무단횡단하면 얼마나 짜릿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그리고 더 정확히 말하면 대개 무단횡단을 할 때마냥 눈치를 보며 뛰어서 건너는 게 아니라, 좌우를 둘러보지 않고 처언천히 건너고 싶었다. 차들이 경적을 울려대든 말든, 운전자들이 욕을 해대든 말든,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도로를 횡단하면 얼마나 즐겁겠는가 말이다.
남이 보면 싱겁기 짝이 없는 소원으로 보이겠지만, 나는 언젠가 살면서 꼭 한 번쯤 미친 척하고 감행해보리라, 무단횡단을 마치고 경찰에게 잡혀 욕을 먹고 벌금을 문들, 광화문 앞을 여유있게 건넌 즐거움에 비할 수가 있을까..... 그곳을 지날 때마다 이런 공상을 하며 흐뭇해하곤 했다.
그러나 아무래도 그런 일이 실제로 가능할 것 같지는 않았다. 내가 정말 차도에 뛰어든다면 흐뭇한 미소를 짓기도 전에 차에 치어 날아가든지, 급정거한 차들로 줄줄이 접촉사고가 나서 남이 다치든지 할 것 아닌가. 결국 나의 모험은 순식간에 미수로 그칠 것이고, 성공도 못 한 주제에 신문 한쪽 가십거리로 나올 것 같았다.
그러던 나는 생각지도 않은 때에, 마음의 준비도 못하고 그 일을 치뤄버렸다. 월드컵 포르투갈 전(축구에 관심이 없던 나는 이번 월드컵에 훌륭한 냄비로 돌변해 한껏 즐거워했다)이 있던 날 시청 앞에서 응원을 하고 있었는데, 16강 진출이 확정되고 그 많은 사람들이 뛰어다니며 즐거워할 때, 나도 인파에 파묻혀 몰려다니다 명동까지 걸어가게 되었다.
역시 얼떨결에 사람들 틈에 끼워져 차도를 건너다 가만히 보니..... 맙소사! 내가 그렇게 바라던 넓은 도로를, 무단횡단을, 천천히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양손을 흔들어대며, 여유작작한 미소를 지으며.
그러나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나는 건너편에 도착해버렸고, 그렇게 바라던 일이 얼떨결에 쓱싹 치뤄진 것이 너무 아쉬워 다시 반대편으로 건너갔다 오는 걸 되풀이할까도 싶었다. 이렇게 뜬금없이 돼버린 게 속상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나는 애써 내가 건넌 차도는 광화문 앞보다 좁으며, 나는 광화문을 훨씬 좋아하니 이번 소원 성취(?)는 무효라고 우기고 있던 것이다. 그러나 이미 마음 한 쪽에 김이 샌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그 김이 더욱 새고 말았다. -_-;;
어젯밤 밖에 나갔다가 집으로 오는 버스를 기다리던 중이었는데... 무심코 바라본 6차선 도로를 웬 아저씨가 무단횡단을 하고 있는 거였다. 말이 6차선이지 중간에 섬이 있어 꽤 넓은 곳인데, 술에 취한 아저씨는 비록 비틀거리긴 했지만 천천하고 의연하게 그 길을 건너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아아 맙소사, 이렇게 가뿐히 해내다니.....
김도 새고 실망감도 들고... 착잡한 마음으로 버스에 오른 나는, 내린 다음 또다른 광경과 마주했다. 버스 정류장 앞 쉼터의 벤치들 한 가운데에서 어떤 아저씨가 "우어어어---" 하는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이어폰을 꽂고 꽤 큰 소리로 노래를 듣던 내 귀에도 그 소리가 들렸고, 놀래서 이어폰을 뺐더니 들려오는 소리가 장난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쳐다보든 말든 내 맘이지롱, 하는 표정으로 양손을 꽉 쥔 채 "우어어어----"를 질러대는 아저씨..... 역시 취한 듯 했다.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거리에서 소리를 질러대는 것이 소원인 사람도 어딘가엔 있을 것이다. 저런 괴성은 아니더라도 큰 소리로 노래해보고 싶은 때는 있었다. 고3 때 내 친구와 나는 용기를 내어 겨우 한강 둔치를 찾아가 빽빽 노래를 부르다 누군가 가까이 오면 움츠러들곤 했다.
술 취한 사람은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 나는 그걸 어제 알았다.
그리고 더 정확히 말하면 대개 무단횡단을 할 때마냥 눈치를 보며 뛰어서 건너는 게 아니라, 좌우를 둘러보지 않고 처언천히 건너고 싶었다. 차들이 경적을 울려대든 말든, 운전자들이 욕을 해대든 말든,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도로를 횡단하면 얼마나 즐겁겠는가 말이다.
남이 보면 싱겁기 짝이 없는 소원으로 보이겠지만, 나는 언젠가 살면서 꼭 한 번쯤 미친 척하고 감행해보리라, 무단횡단을 마치고 경찰에게 잡혀 욕을 먹고 벌금을 문들, 광화문 앞을 여유있게 건넌 즐거움에 비할 수가 있을까..... 그곳을 지날 때마다 이런 공상을 하며 흐뭇해하곤 했다.
그러나 아무래도 그런 일이 실제로 가능할 것 같지는 않았다. 내가 정말 차도에 뛰어든다면 흐뭇한 미소를 짓기도 전에 차에 치어 날아가든지, 급정거한 차들로 줄줄이 접촉사고가 나서 남이 다치든지 할 것 아닌가. 결국 나의 모험은 순식간에 미수로 그칠 것이고, 성공도 못 한 주제에 신문 한쪽 가십거리로 나올 것 같았다.
그러던 나는 생각지도 않은 때에, 마음의 준비도 못하고 그 일을 치뤄버렸다. 월드컵 포르투갈 전(축구에 관심이 없던 나는 이번 월드컵에 훌륭한 냄비로 돌변해 한껏 즐거워했다)이 있던 날 시청 앞에서 응원을 하고 있었는데, 16강 진출이 확정되고 그 많은 사람들이 뛰어다니며 즐거워할 때, 나도 인파에 파묻혀 몰려다니다 명동까지 걸어가게 되었다.
역시 얼떨결에 사람들 틈에 끼워져 차도를 건너다 가만히 보니..... 맙소사! 내가 그렇게 바라던 넓은 도로를, 무단횡단을, 천천히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양손을 흔들어대며, 여유작작한 미소를 지으며.
그러나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나는 건너편에 도착해버렸고, 그렇게 바라던 일이 얼떨결에 쓱싹 치뤄진 것이 너무 아쉬워 다시 반대편으로 건너갔다 오는 걸 되풀이할까도 싶었다. 이렇게 뜬금없이 돼버린 게 속상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나는 애써 내가 건넌 차도는 광화문 앞보다 좁으며, 나는 광화문을 훨씬 좋아하니 이번 소원 성취(?)는 무효라고 우기고 있던 것이다. 그러나 이미 마음 한 쪽에 김이 샌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그 김이 더욱 새고 말았다. -_-;;
어젯밤 밖에 나갔다가 집으로 오는 버스를 기다리던 중이었는데... 무심코 바라본 6차선 도로를 웬 아저씨가 무단횡단을 하고 있는 거였다. 말이 6차선이지 중간에 섬이 있어 꽤 넓은 곳인데, 술에 취한 아저씨는 비록 비틀거리긴 했지만 천천하고 의연하게 그 길을 건너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아아 맙소사, 이렇게 가뿐히 해내다니.....
김도 새고 실망감도 들고... 착잡한 마음으로 버스에 오른 나는, 내린 다음 또다른 광경과 마주했다. 버스 정류장 앞 쉼터의 벤치들 한 가운데에서 어떤 아저씨가 "우어어어---" 하는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이어폰을 꽂고 꽤 큰 소리로 노래를 듣던 내 귀에도 그 소리가 들렸고, 놀래서 이어폰을 뺐더니 들려오는 소리가 장난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쳐다보든 말든 내 맘이지롱, 하는 표정으로 양손을 꽉 쥔 채 "우어어어----"를 질러대는 아저씨..... 역시 취한 듯 했다.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거리에서 소리를 질러대는 것이 소원인 사람도 어딘가엔 있을 것이다. 저런 괴성은 아니더라도 큰 소리로 노래해보고 싶은 때는 있었다. 고3 때 내 친구와 나는 용기를 내어 겨우 한강 둔치를 찾아가 빽빽 노래를 부르다 누군가 가까이 오면 움츠러들곤 했다.
술 취한 사람은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 나는 그걸 어제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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