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에 해당되는 글 3건

  1. 걷다. 고마움. (6) 2007/03/21
  2. 걷다 2003/07/20
  3. 비는 오고 다리는 좀비같이 푸르딩딩하고... 2001/07/29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산길을 걷다 돌아와 일하고
일 끝내고 나니 비가 오고 있어서 우산 쓰고 걷다 돌아와 쉬고
쉬다가 보니 비가 그쳤길래 다시 나가서 한참 걷다가 왔다.
마음이 어지럽다.
이젠 제법 많은 일에 '인생이란 원래 이런 거니까' 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은 많기만 하고
그런 일들은 다른 세상에서 갑자기 우리 옆으로 날아와 손목을 잡는다.
온종일 걸으면서 괴로움을 달랬지만
할 수 있는 건 온종일 걷는 것 뿐이라 괴로웠다.


주문한 CD들이 도착했다.
방에 앉아서 조용히 겉비닐을 뜯고 있자니
오늘 받은 CD들을 하나하나 차분히 듣는 데에도 제법 오랜 시간이 걸릴 듯 했다.
동시대 예술가들이 쏟아놓는 작품들을 따라가며 감상하는 것도 이렇게 벅차구나, 싶다.
그들도 다를 바 없이 생활에 지치고 버둥거리면서 살아갈텐데
이런 창작물을 계속해서 뱉어내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그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CD를 걸었다.
생면부지인 나에게, 단지 자기 음악을 듣고있다는 이유로
'우주는 사랑이야' 라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들이 고맙지 않으면...


2007/03/21 22:39 2007/03/21 22:39
머리가 복잡하거나 아무 생각도 나지 않거나 우울하면 나는 걷는다.
걷다보면 생각이 정리되든 좋은 생각이 떠오르든 이도 저도 아니면 마음이 진정되든
......어떻게라도.
어제 새벽에 추리닝 바람으로 집을 나가 걸었다.
나는 걷다가 지치고 걷다가 지치는 동안
생각하다 지치고 생각하다 지친다.
추리닝 위에 일회용 비옷을 걸친 채로 비오는 남산을 올라갔다 내려오고
광화문을 지나 학교까지 걸어간 나는 동아리방 소파에 쓰러져 잠을 자다가
잠에서 깨어 다시 일어나 집으로 걸어가다 더 못 걷고 시청앞에서 버스를 탔다.
종일 여덟 시간을 걸었고 일 분쯤 울었고
나뭇가지와 다른 사람의 우산에 네 번 부딪히고 무단횡단을 한 번 했다.
그 뿐.




2003/07/20 06:36 2003/07/20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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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웬 폭우람. 비가 정말 많이 온다. 지금은 새벽 4시 반.

어제는 회사에서 집까지 걸어왔다. 원효대교를 넘어오면 훨씬 빨리 왔을 것도 같은데. 어쩌다보니 길을 잘못 들어 국회를 지나 서강대교쪽으로 빠지게 됐고, 그 후로도 직선 코스를 타지 못 하고 어리버리 빙빙 돌다가 두 시간도 넘어 집에 도착했다. (참고로 회사와 집은 지하철로 여덟 정거장 거린데 간극들은 짧은 편이다)

생수 한 병 사들고 바짓단 걷어올리고 주변도 좀 둘러보며 잰걸음으로 오는 기분도 그럭저럭 괜찮았다. 아마 지나온 길들이 그다지 황량한 곳은 아니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영등포구청 쪽만 벗어나면 여의도. 국회 앞도 그렇고 다리를 건너 나온 마포구 상수동 부근도 그렇고 적당히 나무 있고 적당히 깔끔한 곳이다. 거기에 해도 이미 졌겠다, 더위도 심하지 않고, 모처럼 뻘짓한다는 생각에 꽤 즐거웠던 듯.

평소에 운동도 무지 안 하는 뿐더러, 양말도 안 신고 운동화를 신은 채 그렇게 걸으니 돌아와서 보는 내 발엔 물집이 여기저기 잡혀 쓰리다. 발바닥에 뒤꿈치에 물집이 터져 제대로 걸을 수가 없다. 거기에 칠칠치 못 한 나, 자정이 넘어선, 가만히 놓여있는 나무 의자에 오른쪽 정강이를 일어나지 못할만큼 된통 들이받아 다리 꼴이 말이 아니다. 여기에 엊그제 술 마시고 다시 회사로 들어가면서 담을 넘을 때 들어버린 피멍을 더하면, 우우, 내 몸이지만 얘네들 진짜 안 됐다. 다리만 보면 좀비다.

번개도 번쩍 번쩍, 정말 심하게 쏟아진다. 난 나가고 싶어 안달인데 차마 그렇게는 못 하고 있다. 언제까지 올까? 비 오는 날 술 마시고 꺅꺅거리며 같이 뛰다니던 걔네들 다 어디갔지? 아아 군대 갔구나.... - -;;

이별하면 항상 같은 생각. 반복재생산되는 헤어짐, 그 때마다 청승.




2001/07/29 05:14 2001/07/29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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