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은 두 남자 이야기.
둘 다 이십대 후반이고, 거짓말을 잘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 거짓말이란 게 대단히 나빠서 주위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수준이 아니고
뭐랄까 본인에 대한 거짓말을 끊임없이 하며 산다는 정도랄까.
첫사랑이 불치병으로 죽었다거나
본인이 원인 모를 병에 걸려 있다거나
집에서 그냥 쉬었을 뿐인데도 어디 혼자 여행을 다녀온 것처럼 말하는 거다.
심지어 집에 있는 가족들에게도 자기 직업에 대해 속이는 그런 거짓말.
두 남자의 거짓말들은 굳이 그런 거짓말을 안 해도 될 상황인데 했다, 는 점에서 닮았는데
이야길 듣다 보니 그 친구들 참, 관심 받고 싶었구나란 생각에 안쓰러웠다.
이 정도 슬픈 과거쯤 있어야 누군가 관심을 가져줄 것 같고
이 정도 상처는 갖고 있어야 저이의 시선을 끌 것 같은 마음.
그런 마음에서 그렇게 자꾸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타인에게 기대하는 관심이 미움이나 경멸은 아닐테고
결국 애정이다, 라고 보면
그이들은 애정에 고픈 것이다. 사랑 받고 싶은 것이다.
누군가에게 더욱 사랑받고 싶다는 욕구는 너무 당연한 것이고
그래서 그 기대치에 맞추어 변화하고 싶어하는 마음은
자기 자신을 정말 발전시킬 수 있는 힘이 되어주지만
그 방법이 거짓말이 되는 순간
자신이 너무 쉽게 변신해 버린다. 너무 쉽게 그럴싸하게 포장된다.
그래서 그 쉬운 방법을 포기하지 못하고 자꾸 다른 거짓말로 자기를 포장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자신감이 아닐까 싶다.
내 직업을 솔직하게 얘기해도 식구들은 자기를 변함없이 사랑할 거란 믿음이 있었다면, 거짓말까진 필요 없었을 것이다.
쉬는 날 집에서 티비 보고 방귀 뀌며 빈둥거렸다고 친구들이 무시하지 않을 거란 생각이 있었다면, 굳이 우수에 찬 여행을 다녀왔단 거짓말은 하지 않아도 좋았을 거다.
나 자신 그대로의 모습을 주위에서 좋아하지 않을 거란 생각이
하지 않아도 될 거짓말을 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모습은 저런 거짓말에만 국한되는 게 아닌 것 같다.
거절하면 저 사람이 싫어할 거란 생각에 무리한 부탁을 다 들어주고
가난하면 저 사람이 실망할 거란 생각에 카드빚을 내서라도 돈을 쓰고
화를 내면 저 사람이 날 떠날 거란 생각에 꾹 참으며 끙끙 앓는 것들이
따지고 보면 모두 거짓말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 아닐까.
그 동안 내 행동들을 떠올려 봤다.
자신감이 없어서 여러가지 마음에도 없는 짓을 많이 해왔다.
굳이 말하지 않는 건 속이는 게 아니라며 절대 털어놓지 않은 이야기들,
누군가에게 버려지기 싫어서 내 일을 젖혀두고 남의 일을 열심히 도와줬던 시간들,
내가 아직 너무 부족한 사람이란 생각에 애태우고 괴로워했던 순간들,
마음에 없는 공부를 하고 마음에 없는 말을 하고 마음에 없는 웃음을 지었던 날들...이 하나하나 떠오른다. 나는 자신감이 없어 솔직하지 못했고 나를 괴롭혔다.
그런데, 그래서,
대체 어디에서 자신감을 얻으면 되는 걸까. 왜 그렇게나 부족할까.
유년기에 무조건적인 애정을 듬뿍 받지 못하고 자란 걸까?
부모님의 지나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애쓰던 어린 날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걸까?
그렇다면 이제 와서 어떻게 해야 하나.
그대로의 나도 충분히 사랑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 굳게 믿는 마인드 컨트롤? 말이 쉽다.
내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그 모습에서 자신감을 갖고
스스로를 아낄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은 정말 힘든 것 같아.
어쩌면 우린 평생 누군가에게 사랑 받고 싶다는 조바심과
나 자신을 인정하는 괴로운 과정을 되풀이하며 살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저녁까지는 기분이 좋았다. 그 동안 앓던 이 하나 빠진 것도 있고. 보고싶던 사람도 오랜만에 만났고. 춥긴 해도 그럭저럭 괜찮은 하루가 지나가고 있구나 생각했는데.
지하철을 타러 가면서 장갑 잃어버린 것을 깨달았다. 지하철에서 내리면서 코트 단추가 두 개나 떨어진 걸 발견했다. 집에 돌아와 시계를 푸는데 시계줄 버클이 끊어졌다. 집 앞에서 사온 게에는 살이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어떤 사이트를 보다가 그만, 가까운 사람이 거짓말을 해왔고, 그걸 사실이라 믿은 나의 진심어린 행동들을 그가 가만히 보고 있던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건 참 너무하구나. 너무하다 당신. 그래서 즐거웠니. 나는 지금 마음이 아프다.
오늘 무슨 날인가 보다.
지하철을 타러 가면서 장갑 잃어버린 것을 깨달았다. 지하철에서 내리면서 코트 단추가 두 개나 떨어진 걸 발견했다. 집에 돌아와 시계를 푸는데 시계줄 버클이 끊어졌다. 집 앞에서 사온 게에는 살이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어떤 사이트를 보다가 그만, 가까운 사람이 거짓말을 해왔고, 그걸 사실이라 믿은 나의 진심어린 행동들을 그가 가만히 보고 있던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건 참 너무하구나. 너무하다 당신. 그래서 즐거웠니. 나는 지금 마음이 아프다.
오늘 무슨 날인가 보다.
* 이 블로그의 모든 이미지는 제 모니터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 출처를 따로 밝히지 않은 모든 게시물들의 저작권은 저에게 있습니다.
Powered by Textcube, Designed by seevaa, Rephrased by naya et noiyes. a
* 출처를 따로 밝히지 않은 모든 게시물들의 저작권은 저에게 있습니다.
Powered by Textcube, Designed by seevaa, Rephrased by naya et noiyes. a
댓글을 달아 주세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글이네요..
어째 불쌍한 사람들인 셈이지요..
안녕하세요. 첫사랑이 습진으로 투병하다 먼저 가고 저 역시 무좀으로 시한부 200년을 선고받고 슬픔을 못 이겨 분노의 오징어를 하다가 선 밟고 죽은 후 지옥에서 먼저 간 첫사랑을 만나 걔가 저 몰래 뽀려간 '크로마티 고교 4권'을 돌려받기 위해 염라대왕배 UFC 배틀에 출전하여 1라운드 상대로 김일 형님을 만나 폭렬 박치기에 크리티컬 쳐맞고 다시 지상까지 튕겨져나온 슬픈 상처에는 아까징기 액터 하정굽니다.
에이 씨발. 야근.
감사합니다.
예전 남자친구가 그런 스타일이었어요. 제가 보기에는 돈있고 명예 있는 좋은 집안에서 자랐고, 지방이긴 하지만 대기업에 다니면서 돈도 많이 벌었던 사람이었는데요. 자기 딴에는 서울 본사 다니지 못한 게 부끄러웠나봐요. 같이 갔던 가게 사장님(다시는 볼 일이 없었던)한테 자기 서울에서 일한다고, 말하더군요. 정말 그때 오히려 그 사람의 그런 모습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왜 잘난 사람들이 오히려 더 당당하지 못한지. 전 그 사람들보다 못낫지만 자신감 하나만큼은! 뒤지지 않네요.
다시 보니 글이 너무 우중충하네요. 대낮에 쓴 게 왜 이래?
제 맘을 조금 더 덧붙이자면
'그러니 우리 평생 구제 안 될 중생들끼리 열심히 사랑하면서 머리나 쓰다듬어 줍시다' 정도 되어요.
에이 씨발. 인생 뭐라고.
감사합니다. (하정구님 ver.)
솔직해지는 거.
그거 정말 어려운 거죠.
왜, 예전에 생활의 발견에서 나왔던 그 대사가 갑자기 기억나네요.
우리, 짐승은 되지 말자.
근데 난 왜 이러고 살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