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 해당되는 글 4건

  1. 그만큼 (2) 2009/03/16
  2. 피아니스트(La Pianiste)를 떠올리며 (6) 2008/07/15
  3. 어떤. 자격 (8) 2008/05/13
  4. 잡담 2006/03/26

그러고 보니 공통점이 있었다.

슬픈 걸 슬퍼하고
우울한 걸 우울해하고
괴로운 걸 괴로워하고
속상한 걸 속상해하고 ,

사랑하는 걸 사랑하고
행복한 걸 행복해하고
기쁜 걸 기뻐하고
즐거운 걸 즐거워했다는 것.

어쩌면 딱 그만큼 겪을 수 있던 일들도
스스로 풍선 불듯 이만큼 부풀려 놓으니
거기에 눌리고 또 바람이 빠지면 그만큼 힘든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2009/03/16 06:51 2009/03/16 06:51
Tag //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화 <피아니스트>를 보고 극장을 나서면서, 함께 본 언니는 여주인공의 행동을 '전혀 예상 못한 일'이랬다.
슬픔과 분노로 괴로워하던 여자가 칼을 들고 남자를 찾아갔을 때
언니는 그녀가 남자를 찌를 거라 예상했지만, 여자는 그 칼로 자신을 찔렀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그런 언니의 예상이 예상 밖이어서 놀랐다. 나는 그녀가 칼을 챙기는 순간부터 당연히 자해하려는 거라 짐작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언니에게 놀라웠던 그 장면이 내겐 놀랍지 않았다.

영화를 떠올린 건, 점심 때 어느 아가씨와 나눈 대화 때문이었다.

그 아가씬 답답하거나 우울할 때 귀를 뚫으면 마음이 좀 나아졌다고 했다. 답답한 게 뻥 뚫리는 기분?
그렇게 하나씩 뚫은 게 일곱 개의 귀고리 자리.
그 마음을 안다. 나도 그랬다. 뭔가 답답하고, 뭔가 안 풀리고, 이제 어떡하지? 궁리해도 막막한 심정일 때 귀를 뚫었다. 귀고리를 많이 하는 사람들이 모두 나 같은 이유에서 그런 것은 아니겠으나, 적어도 내게는 다분히 피학적인 행위였고 그로 인해 만족했다. 고백하자면 대부분을 내가 직접 뚫었다. 여섯 개의 귀고리를 하자 이제 귀는 그만 뚫고 싶었다. 그래서 코를 뚫어봤고(아 이건 전문가에게 맡겼다), 문신도 생각해봤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 헤나 정도로 만족했다. 이십대 중반까지 그랬다.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코에 뚫었던 구멍은 오래전에 막혀 유심히 보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는다. 귀고리 자국들도 개점휴업 상태. 가끔 특별한 날에만 양쪽에 하나씩 걸어보곤 한다. 문신은 여전히 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것들을 멈추었다.

멈추었다.

나는 이제 벽에 머리를 박으며 울지 않는다.
내 몸 어딘가에 들키지 않고 상처 낼 수 있는 곳을 찾지 않는다.
지칠 정도로 술을 마시지 않는다.
지금 나더러 귀를 직접 뚫으라고 하면 도저히 할 수 없을 거다. 여하간

나는 멈추었다. 그런데 언제부터 어떻게 멈추게 된 걸까.
그냥 멈춘 것은 아닐 것이다. 감정을 배출하는 다른 길을 찾은 것일 텐데 그게 뭐였을까. 생각하다가
낯간지럽지만 그게 글일 수도 있고, 그림일 수도 있고
혹은 지금의 나로선 짐작하지 못하는 어떤 대상일 수도 있겠는데. 그게 무엇이 됐든 잘된 일이란 생각을 하다보니

작년, 한창 힘들어하면서
전처럼 나를 망가뜨리지 않은 것이 다행이란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한숨이 나올 정도로 다행이었다.
이제, 너를 찌를 수 없다고 나를 찌르지 않겠다.
그가 괴로워하지 않는다고 내가 괴로워하지 않겠다. 는 생각이 드는 거였다.





2008/07/15 12:51 2008/07/15 12:51

누굴 열렬히 좋아하지도, 증오하지도 않는 사람이 되어보고 싶다.
평화로울 것이다. 그리고 그 편이 폼도 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 나이가 들면 너그러워진다는데 나는 여전히
누가 싫고, 누가 싫고, 누가 싫다.
그냥 진절머리나게 싫은 게 아니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찢겨나갈 것 같다. 그래서, 증오다.

오래 전에 나는 내 슬픔을
인정 받을 수 없었다.
어떤 슬픔은 수치스러웠고
어떤 슬픔은 도덕적이지 못했다.
나는 내가 슬픈 이유를 드러내지 못하고
방안에서 천장 벽지 무늬를 헤아리며
기어나오려는 슬픔을 꾸역꾸역 밀어 넣었다.
'어딜 감히'.
슬픔에도 자격이 있는데 내겐 그게 없는 것 같았다.

자, 이젠 증오다. 어떤 일이 일어났고
나는 증오할 자격이 있었다.
아무도 내게 증오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다.
심지어 사람들은 함께 증오해주기도 했다.
나는 열심히 증오하고 마음놓고 증오했다.
증오하고
증오하고
증오하고
증오하면서
시간이 흘렀다.
나는 여전히 증오하고 있고
사람들은 '아직도?'. 흠칫 놀라거나
잊으라며 점잖게 타이르거나 한다.

증오에 대한 자격은 시한부였다.
육개월 쯤 증오하면 되는 일
일년 반은 증오해도 되는 일
십년이나 증오하는 건 아무래도 찌질한 일
처럼.
아련한 슬픔은 있어도 아련한 증오는 없다.
기한을 한참 넘긴 증오를 하는 것으로 우스워질 수
있었다.







2008/05/13 01:02 2008/05/13 01:02
1.
이맘 때가 원래 이렇게 추운 때였나? 봄 점퍼 입고 다니다가 너무 추워서 오늘은 코트를 입고 나갔는데 그래도 추웠다.

2.
주초에 꾼 꿈에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 지봉 양이 등장, 로또 번호를 알려주었다. 일주일 동안 부푼 꿈을 안고- 1등에 당첨되면 우리 회사 전직원에게 14만원 짜리 구찌 지우개(ㅋㅋ)를 돌리겠다는 공언까지 하고 다녔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오늘이 추첨일. 그러나 얼마 전 이사한 이 동네엔 아무리 걸어다녀도 로또를 파는 곳이 보이지 않았다. 결국 구입하는 걸 포기하고 약속 장소로 이동했는데, 아무래도 행운을 놓친 것만 같은 그 불안감이라니. 그러나 저녁 늦게 확인한 이번 주 당첨 번호 중에선 꿈에서 본 숫자가 단 한 개도 들어있지 않았다. 안 사길 잘했지. 돈만 날릴 뻔 했다. 내 팔자에 무슨 로또냐. 몇 달 째 못 받고 있는 삽화료나 어떻게 되었는지 출판사에 연락해 봐야겠다.

3.
감정을 제어하는 건 어렵다. 우울한 일이 있었는데 지하철에 앉아 눈물을 뚝뚝 흘리며 왔다. 하지만 그렇게 서러운 마음을 쏟아내고 나니 뭐랄까 안정이 된 것 같다. 잔뜩 긴장하고 있던 게 탁 풀리니 졸음이 오는구나.

4.
'단체' 란 것에 알러지가 있어서, 취지가 아무리 좋다한들 단체로 움직여야 한다면 거부감부터 생기곤 한다. 하물며 뚜렷한 목적 없이 단지 '단합을 위해서' 란 딱지가 붙는 행동은 도무지...

5.
백지영이 돌아왔다. 그녀의 노래는 내 타입이 아니지만, 그런 걸 떠나서 잘 되면 좋겠다. 가해자들이 피해자에게 자숙을 요구하는 세상이 나는 너무나 싫어서 토할 것 같다. 오래 전, 몰카인 줄 알면서 몰카를 보는 이들에게 분노하는 나에게 김규항 선생님은 '사람들에게 너무 높은 도덕성을 기대해선 안 된다' 고 꾸짖듯 얘기하신 적이 있다.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선생님의 말씀처럼 그런 동영상을 보지 않기까지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호기심 때문에 볼 수밖에 없었다면 최소한 그 대상에게 미안한 마음 정도는 가져야 하는 게 아닌가라곤, 여전히 생각한다. 본능이라 어쩔 수 없다는 그 잘난 호기심이 인간의 존엄성보다 우선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게다가 피해자에게 자숙하라니, 놀고들 있다.




2006/03/26 02:07 2006/03/26 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