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에 해당되는 글 2건

  1. 지구를 지키던 사나이 2005/03/03
  2. 이런 저런 얘기들 2003/11/15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면 어느 곳에나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계급과 손익이 분명한 회사같은 곳은 말할 나위 없을텐데. 전에 다니던 회사엔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자기주장이 강한 직원이 많기까지 해서, 이런저런 갈등도 자주 생겼다.

알고보면 가장 재미있는 게 '사내정치'라던가. 그런 일이 터지면 사람들은 신경전을 감지하고, 정보를 교환하고, 원인을 추리하고, 추리가 맞는지 확인하고, 앞날을 예측해야 했기 때문에 분주한 나날을 보냈다.

그런데 한 남자 직원은, 게임을 참 좋아한 그는, 자기 자리에서 밤늦도록 게임하는 걸 좋아했던 그는, 회사 안에 보이지 않는 총알이 아무리 날아다녀도, 날아간 총알이 여기저기 튀어 엉뚱하게도 관중하던 사람의 가슴에 맞는 사태가 벌어져도, 사내 분위기가 아무리 흉흉해지고 여기저기서 아우성이 들려와도, 여전히 헤드셋을 쓰고 레이져를 쏘며 묵묵히 지구를 지킬 뿐이었다.

지금이야 다 지난 일로 여겨져 아무렇지 않게 떠올릴 수 있는 상황이지만, 막상 그 당시엔 굉장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되던 그 때, 그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컴컴한 사무실 구석에서 게임에 몰두하고 있는 성인 남성의 모습이 멋있을 이유란 없는 법이고, 주위가 깜깜하니 모니터에서 나온 불빛이 밝아 보이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만... 지금 내 기억 속엔 게임하던 그의 모습이 유난히 환하고 심지어 멋진 모습으로 남아 있다.

출격하자마자 외계인의 비웃음을 들으며 두들겨 맞을 정도의 게임 실력밖에 갖고 있지 않은 나는 안타깝게도 그처럼 지구를 지킬 수는 없다. 하지만 주위에서 어지러운 상황이 벌어질 때면, 나는 그를 떠올리며 중얼거리곤 한다. '지구나 지키자' 라고.




2005/03/03 22:56 2005/03/03 22:56
1
갈등 구조가 생겼다. 나는 내가 5 정도의 잘못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상대방은 10 정도의 잘못에 해당할만한 화를 냈다.

왜 내가 정도에 지나치는 비난을 받아야 하나란 생각에 발끈했지만 꾹 참고 10에 달하는 사과를 했다. 그러자 그 순간 상황이 종료되었다. 화가 잔뜩 나 있는 상대방을 대하며 나름대로 긴장했었는데, 오히려 맥이 풀릴 정도였다. 흥미로운 경험이다. 화난 사람의 감정이 순식간에 누그러지는 모습은 사실 놀라운 것이었다. 게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그와 웃으며 농담 따먹기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다행인 점은, 이후에 좀 더 대화를 해 본 결과 그의 평상시 말투가 원래 공격적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그가 꼭 내 잘못이 10이라고 생각해 화를 냈던 것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어쨌든 당시에 그가 내게 원했던 건 '당신이 화를 내는 만큼 내 잘못이 크진 않다'는 호소가 아니라 '사과' 였고, 나는 쉽게 그 기대를 충족시켜 준 셈이다.


2
며칠 전에 밥을 김에 싸서 먹다가 문득 '다음에 김으로 환생하면 웃기겠다' 는 생각을 했다. 강낭콩이나 미나리 같은 건 상상해본 적이 있지만 김은 처음이다. 납작하게 눌려 팔리는 김만 보았지 김 원래 모습을 본 적이 없는 나는, 다음에 김으로 환생했는데도 내가 김이란 사실을 모르고 있을 것 같아 살아있는 김 사진을 찾아보다 실패했다.


3
CDP도 이어폰도 말썽이라 며칠 동안 귀를 열고 다녔다. 허전한 기분이야 당연하고, 다른 건 몰라도 버스에서 이어폰이 없다는 건 우울한 일이었다. 원치않는 소리는 멀미를 심하게 만든다. 덜컹이는 차와 크게 떠드는 사람과 불분명한 소리로 싫어하는 노래를 내보내는 라디오..... 그것들은 뒤섞여서 한꺼번에 들리기 때문에 날 더 괴롭게 한다. 거기에 누군가의 술냄새라도 섞이면...... 멀미가 심한 나에겐 불행한 일이다.

지금은 집이라 ADEN의 노래들을 듣고 있다. 좋다. 이렇게 좋은데. 오늘은 전자상가에 가서 CDP를 손보고 이어폰도 사야겠다. 내 귀에 들려오는 소리라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는 건 다행스런 일이다.


4
요즘은 마음에 비가 오고 있는 것 같다. 가슴에 창문처럼 구멍이 나 있고 빗물이 주룩주룩 떨어지는 장면이 떠오른다. 이런 이미지가 아무렇지 않게 당연하다는 듯 떠오르니 우습다.

저녁 내내 홍대 앞의 그곳에서 얼음 넣은 맥주를 마시고 싶어 혼났다.




2003/11/15 04:04 2003/11/15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