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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ello Dodaeche] 11 : 웃음 2005/05/01
  2. 기록 2003/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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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Dodaeche, 2001.10.1~2002.3.9 ⓒ도대체

2005/05/01 05:14 2005/05/01 05:14
(예전에 딴지에 다닐 때 사내 게시판에 올렸던 글 중... 그 동안 퍼오지 않았던 것을 퍼 왔다. 오랜만에 읽어보니 여러 생각이 떠오른다.
날짜도 함께 복사했는데, 지금 보니 그곳 게시판 날짜 설정이 희한하게 되어있었나 보다. 날짜 판독 불가능이다. 대충 2000년부터 2001년 사이의 글들이다... 스물셋과 넷의 나는 이랬다.)


제목 단수
월욜, 출근하니 오늘 하루 수돗물이 안 나온댄다.
화장실 입구에 안내문이 붙어있다.

 "오늘 하루 물 안 나옴다.
 뭐든 누면 안 됨.
 (누면 먹어야 됨!)"




제목 난방
그렇다. 오늘은 올 겨울 사상 가장 추운 날이랬다.

그래서 그런지 사무실도 추웠다. 니트 위에 가디건을 입고 코트를 걸친 채 일을 했다. 그래도 추워서 손꾸락이 다 얼었다. 자판 두드리기도 힘들었다.

오후 4시 30분이 넘어서 인사부장님이 외치셨다.

"보일러 안 틀었어!!"



제목 허탈..
월욜. 설 연휴가 뭉탱이로 이어져있는 관계루 혼자 굶고있을 티파니가 생각이 났다.

엊저녁 어무이에게 티파니 얘길 했더니 "덩치도 큰 개가 굶고 있음 어쩌쓰까나"하시믄서 밥 좀 주러 회사로 가라 하신다. 사무실에 사람이 하나도 없으면 문 앞에 서서 늑대처럼 울부짖는 티파니.. 배고파서 쓰레빠를 모아다가 씹어먹고 마실 물이 없어 "타는 목마름으로"를 낭송하고 있을 것만 같아 나도 와야겠단 생각을 했다.

그리고 지금은 저녁 6:30.

우어어어어...

사무실에 사람 졸라리 많다.. 이거시 어인 일이란 말인가.. 쭈빗쭈빗 들어오는데 지혜씨가 웬일이냔 표정으로 바라본다.

"아무도 없는 줄 알고.. 티파니가 굶을까봐.."
"너의 마음이 참 아름답구나"
".....배고픔을 알거든..."
-_-;;

바리바리 싸갖고 온 줄줄이햄 구운 가래떡 감자칩 카스테라 등등..
난 지금 그걸 부여잡고 허탈해하고 있다.. 피같은 휴가기간.. 으흐흑.....



제목 회의 어록 - 총수님 편
일시: 2001년 3월 26일
장소: 본사 스카이라운지
참석자: 총수 이하 각 부장과 쫄짜 기자들
---------------------------------

#1
(시작하자마자)
총수: (A를 보며) 방구 꼈냐?
A : 아뇨. 이상한 냄새 나죠?
총수: 내가 꼈어. 쫌만 참아.
일동: -_-

#2
(한참 얘기하다가)
총수: (B를 보며) 맘에 안 든다는 표정이다?
B : 아닙니다.
총수: 뭐 이 색히, 맘에 안 든다는 표정인데! (C를 보며) 야, B좀 처리해.
일동: -_-;

#3
(또 한참 얘기하다가)
총수: (D를 보며) 뭘 고개를 끄덕거리고 그러냐?
D : 칭찬해주실 줄 알고...
일동: -_-;;

#4
총수: 이렇고 저렇고 어쩌구 저쩌구... 에..여기에 대해 불만이 있으면..... 말하지 마십쇼.
일동: -_-+

#5
총수: 이러쿵 저러쿵 궁시렁 궁시렁... 질문있으면.....받지 않습니다.
일동: -_-a

#6
총수: 이래서 저래서 그래서 저렇고... 여기 계신 여러분들이 기본 소양과 자질이 뛰어나다고..... 말은 그렇게 해야 되잖아.
일동: -,.-

#7
(회의를 끝내며)
총수: 저렇고 이래서 요렇고 그렇다는... 한 편의 멋진 연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일동: -,.ㅜ



제목 미용실...
미용실에 갔다.
머리를 다듬고 염색을 하고 브릿지를 좀 넣었다.
염색을 하고 있는데 남자 미용사가 다가오더니 묻는다.
"더우세요?"

내가 대답한다.
"네."

"목마르시죠?"
"네."
"커피 녹차 오렌지 주스 중에 뭘 드실래요?"
"혹시 녹차를 차갑게 주실 수 있나요?"
"...한 번 해 보겠습니다..."

돌아서는 그의 발걸음이 쓸쓸해보인다.

잠시 후,
그는 '한 번 해보는' 것에 실패한 듯 하다.
나는 미지근한 녹차를 마시고 있다.

한참 후
브릿지를 넣느라 은박지를 머리에 붙이고 있는데
그가 다시 다가온다.

"저녁인데 배고프시죠?"
"네."

그가 당황해한다. 머쓱이는 그에게 옆에 있던 다른 미용사가 묻는다.

"왜 그래?"
"배고프냐고 묻는데 그렇다고 하는 손님은... 처음 봤어..."

그의 고백에 내가 당황한다.
배고픈 거랑 목마른 거랑 뭐가 다르지??


제목 치과...
오늘 난 펑퍼짐에 레이스 달린 웃옷을 입었다.
집을 나서는데 어무니가 말씀하신다.
"너 되게 뚱뚱해보인다."

회사에서 마주친 윤이사님이 말씀하신다.
"안녕하세요?......마님.."

점심 먹구 진로상가 2층 치과에 가서 스케일링을 받았다.
간호사가 말씀하신다.
"혹시 임신하신 건 아니죠?"

으흐흑....



제목 Re: Re:
지각 감봉
처리에 대한
저의 의견..

이렇게 해서라도
저의 지각이
회사 재정에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_-;;



제목 ...
이 즈음을 기억해 둬야지.
'체념'이란 걸 통해 마음의 평안함을 얻은
애써 얻은, 이 때를 기억해야지..
아, 그런데 왜 이렇게 맘이 아프지..
너무 평화롭다고 생각했는데.. 왜 자꾸 눈물이 나지...



제목 가면
요즘 내 최대 관심사는 <가면>이다.
본 얼굴을 덮어씌우기 위해 만든 것이지만
역설적으로 가면만큼 인간을 잘 표현한 것도 없는 듯 하다.
가면 이미지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가슴에서 무언가 뭉클, 뒤섞여 올라온다.
때로는 기쁘고 때로는 슬프거나 참담해지고...
가면으로 무언가 할 수 있을 것 같다.



제목 내가 들었던 말들
1.
그렇게 살지 마, 장미영.
장미, 니가 하고싶은대로 해서 잘 된 적이 있었니?
나이값을 해요, 미영 누이.
도대체는 대책이 없어.
직감대로 살다니 장미영.
미영이 넌 하고싶은 게 왜 그리 많아? 못 하면 또 아주 죽어.
누님 도대체 몇 살이예요?
괴물같은 도대체.
대체야 그러면 안 돼.
장미 니가 늘 그렇지 뭐.
휴우.. 할 말이 없다. 말하면 언제 들었냐?
뒷일을 생각하면서 행동해 장미.
수습할 수 있어?
난감한 것. 어떡하면 맨날 그럴 수 있냐?
넌 니 생각만 하냐.
지랄한다.
미친 것.

2.
장미는 운도 좋아.
언니 멋져요.
니가 지금 행복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냥 하는 거야 미영아.
미영 누이처럼 살고 싶어요.
대체는 어디 가도 잘 살 거야.
잘 하고 있어.
장미영은 뭘 해도 잘 할 거야.
힘내.



제목 Re: 할아버지
가출하는 아이들을 보면 안쓰러운 생각이 듭니다. 집에도 학교에도 주변의 어떤 이들에게서도 기댈 곳을 찾지 못해 뛰쳐나가는 아이들. 술을 마시네 본드를 하네 입에 쌍스러운 욕을 담으며 담배를 피우네 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다분히 위악적입니다. 너무나 위악적이라 눈물이 납니다.

집을 나와 심신이 지칠대로 지친 아이들을 세상은 그냥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어른들이겠죠. 그 아이들에게 어른이란 '악'일 뿐입니다. 다방에 나가고 술집에서 시중든다고 어느 누가 아이들을 비난할 수 있겠습니까.

사람들은 '탈선'이란 표현을 씁니다. 그러나 탈선은 말 그대로 탈선일 뿐 '전복'은 아닌데도, 사람들은 탈선했던 열차에 딱지를 붙여놓고 '이 열차는 탈선한 경력이 있는 차야' 하진 않으면서 아이들에겐 그렇게 하더군요. 아니면 다시는 제 선로를 탈 수 없게 멀리 멀리 떼어놓습니다. 몸도 마음도 지친 아이들은 정신을 못 차리고 그냥 따라가지요..



제목 마무리
오늘 하루도 이렇게 간다.
어쩐지 집에 가면 책상 정리를 해야 할 것 같다.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정리하면
맘 속의 다른 것도 덩달아 정리될 것 같은 기분이다.
정리하면서 얻는 허탈감만큼이나
에너지가 생긴다는 건 묘한 일이다.
가을같은 팔월 날씨다.



제목 잠
요 며칠, 기면증에 걸리기라도 한 듯 잠이 쏟아진다.
한동안 불면증에 시달렸는데 이제는 주체 못 할 정도라니.
잠은 기습적으로 온다. 갑자기 쓱, 열이 오르며 머리와 눈이 아파오고
앉아있지 못 할 정도로 잠이 쏟아지면 침실에 눕는다. 15분, 30분, 깜박 잠이 들었다가 알람소리에 일어나면 쿡쿡 쑤시는 몸.
잠들지 못 하는 게 속이 상할 때나
잠들어 버리는 편이 나은 게 슬플 때나
우는 건 매한가진데.
낮에는 자고 밤에는 깨어있던 때가 있었다.
밤에 잠을 안 자 낮에 잠이 오는 게 아니라
낮에 억지로 잠을 청하곤
밤에 잠자지 않는 거였다.
낮에, 잠이 안 와도 억지로 눈감으며 잠들어라 잠들어라 하면
아무 것도 보지 않고 듣지 않을 수 있었고
밤엔 자지 않는 대가로
혼자 있을 수 있었다.
차라리 잠을 자는 것이 마음 편할 때가 있다.
쓸데없는 고민 걱정 안 하고 잠들어버리는 게 나을 때가 있다.
요즘은 잠을 잘 때마저 현실같은 꿈을 꿔 버리지만.
어젯밤엔 재작년 오월에 혹은 유월에 꿨던 꿈과
같은 장소와 같은 인물이 나와 나를 괴롭혀댔다.
언젠가 와 본 장소인데, 어디서 본 사람인데, 하고 있다가
이건 예전에 꿨던 꿈 속이잖아, 깨닫는 순간
그 때 그 노파가 나와 나를 보며 씨익 웃었다.
정신이 번쩍 들면서 꿈 속의 사운드가 갑자기 크게 울리고
노파가 웃는 소리가 왼쪽 귀에 찌잉 와 닿아
눈을 뜨고 말았다. 울음이 터졌다.
날이 갈수록 꿈은 현실만큼 생생해진다.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현실에서 가능한 일을 하고 현실에서 느끼는 감정과 소리와 빛깔을 가지고 있다.
꿈이 사실적이 되어갈수록 나는 무섭다.
꿈이 아름다우면 아름다운대로
꿈이 비참하면 비참한대로 슬프면 슬픈대로
깨고나서 아픈 건 마찬가진데.
꿈 속의 장소는 자꾸만 되풀이되고
나는 꿈꾸는 횟수가 늘어갈수록
현실에서 가 본적 없는 곳인데도
아, 여기, 하며 익숙해한다.
꿈이 사실은 여기가 진짜야, 하고 말할까봐 겁이 난다.
너는 오래 바깥에 있었고 이제 돌아올 때가 된 거지, 그래서 이곳이 세세하게 다가오는 것일 걸, 할까봐 겁이 난다.
어쩌면 차라리 반겨야 할 일인지도 모르겠는데. 내가 지금 두려워하는 건 무엇 때문일까.
꿈이 다가올수록 현실이 안타깝다.
아.. 또 잠이 온다, 젠장...



제목 잠
자는 게 싫은 때가 있었다.
때로는 하고싶은 일이 많아 어쩔 줄 몰라하면서 잠자는 시간이 아까워 그랬고
때로는 슬프고 괴로운데 이 순간에도 나는 생리적 욕구를 이기지 못 하고 꼬박꼬박 잠을 자야 하다니, 란 생각에 그랬고
때로는 꿈에서 행복할까봐.. 또는 꿈에서 불행할까봐 되도록 조금 자려고 했었다.
헌데
요 며칠은 계속, 부디 일찍 잠들어버리길 바라고 있다.
잠을 잔다는 건 도피할 수 있다는 것,
어쩌면 잠을 잘 수 있다는 건 축복이란 생각까지 하면서.
어제는 자리에 누워
제발, 잠아 와라, 오늘은 빨리 자자, 하소연하는 심정으로 가만히 있다가
결국 잠들지 못 하고 끅끅거리다
그 순간에도 이러다가 출근은 어케 하나 싶어 잠아, 제발, 했지만 말을 듣지 않아
몇 년만이던가... 주기도문을 계속 되풀이해 외면서 다른 생각이 들지 않게 애썼다.
주기도문 다음에 외곤 하던 성모송을 생각해보려 했는데 도무지 생각나지 않아 관두고
계속 같은 기도문만 중얼거리다 잠이 들었다.
하늘에 계신우리아버지아버지의이름이거룩히빛나시며그나라가임하시며제발아버지의뜻이하늘에서와같이땅에서도이루어지소서오늘우리에게제발잠아와라일용할양식을주시고우리에게잘못한이를우리가용서하듯이우리죄를용서하시고우리를잠에들게하시고불면증에서구하소서아멘.
어쨌거나 예수는 다른 거 없이 기도문 하나로 나를 도운 셈인데
잠을 자고 일어나니 고마운 건 새파랗게 잊고
내가 기도문을 외다니, 젠장, 하며 자존심 상해 하다
부은 눈으로 가방을 여니 잃은 줄 알았던 수면제가 보란듯이 들어있다.
(2000~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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