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에 해당되는 글 9건

  1. (이야기) 그 여자 (6) 2010/09/28
  2. 감자 수제비집 2010/09/28
  3. 주운 것들 2010/09/27
  4. (이야기) 보름달 소원 (4) 2010/09/23
  5. (이야기) 청첩장 (3) 2010/09/20
  6. 떠 있지만 2010/09/19
  7. 정우성 VS 진중권 2010/09/14
  8. 포츈 쿠키 2010/09/01
  9. INDAF2010 2010/09/01


그 여자





내 꿈속엔 사람이 살아요.
내 꿈 안에서 누가 살고 있다니까요.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몰라요. 대체 언제부터 내 꿈에서 살기 시작한 건진 모르겠어요.

어느 날, 꿈을 꿀 때마다 그 여자를 보게 된다는 걸 알았어요.
꿈을 꿀 때마다 그 여자가 나를 보고 있다는 걸 눈치챘어요.

그 여자는 당연하다는 듯 내 꿈에 존재해요.

내가 꿈에서 거리를 걸으면, 그 여자는 길 모퉁이에 서서 나를 보고 있어요.
내가 꿈에서 장을 보면, 그 여자는 저만치서 다른 걸 사는 척하며 나를 흘끔거려요.
내가 꿈에서 바다로 가면, 그 여자는 해변 한쪽에서 조개껍질을 줍다가 나랑 눈이 마주쳐요.
내가 꿈에서 집에 틀어박혀 종일 빈둥거리면, 그 여자는 방 한쪽에 우두커니 앉아 나를 바라봐요.

비현실적인 꿈을 꿀 때도 마찬가지예요.

꿈에서 괴물이 나타나 미친듯이 도망칠 때도
꿈에서 화산이 폭발해 도시가 용암에 잠길 때도
꿈에서 아무 장비 없이 온 하늘을 훨훨 날아다닐 때도
꿈에서 주위 사람들이 모두 죽고 나 혼자 남은 순간조차도
그 여자는 꿈 한쪽에서 나를 보고 있어요.
말 없이 서늘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어요.

참 지랄맞게도, 나는 꿈을 자주 꾸는 사람이에요. 매일 밤 꼬박꼬박 꿈꾸는 것으로 부족해서
하룻밤에 두 세 번씩 꿈꿀 때도 있는 사람이에요.
대체 누구인지, 왜 내 꿈에서 살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지만 그럴 수 없었어요.
꿈에서의 나는 어쩐지 그 여자에게 말 한 마디 건네지 못하게 돼요.

아, 씨……. 무서워요.

내 얼굴, 볼품 없이 퀭하죠? 밤마다 아주 미칠 것 같아요.
그 여자, 그 표정, 그 눈빛은
내가 망가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게 분명해요.
매일 밤 확인하고 있는 게 분명해요.
내 꿈속에서 사는 주제에, 내 존재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는 거라구요.
내 꿈에서 나를 쫓아내고, 자기가 주인이 되고 싶어하는 거라구요.

잠을 자지 않으려고 노력해 보기도 하고, 깊이 잠들면 꿈꾸지 않는다기에 수면제를 먹어보기도 했지만
모두 효과 없었어요. 나는 결국 잠이 들고, 잠만 들면 꿈을 꾸어요.

그래서 나는 지금, 악몽을 꾸게 한다는 노인을 찾아가고 있는 거예요.
들어 본 적 있어요? 그 노인 옆에서 자면 누구든 악몽을 꾸게 된대요.
옆에서 자는 것만으로 평생 상상해본 적도 없는 끔찍한 꿈을 꾸게 된다는 거예요.
그런 노인을 제발로 찾아가다니 미쳤다구요? 모르는 말씀이에요.
그 여자가 못 견디고 제 발로 내 꿈을 떠날 때까지, 무시무시한 악몽을 꿀 거예요.

나는 얼마든지 참을 수 있어요.







2010/09/28 06:50 2010/09/28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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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밤에 갑자기 합정동 감자 수제비집이 생각난다. 먹고 싶어. 진짜 맛있는데!
이렇게 말하면 위치 좀 알려달란 분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길치인 제가 설명할 수 있는 한계는 여기까지.
2010/09/28 02:45 2010/09/28 02:45


어제 만난 친구가 내 핸폰 사진첩을 한참 들여다 보았다.
나도 내 핸폰에 왜 이런 사진들이 가득한지 알 수 없…; 사실 다 트윗하다 주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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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7 21:04 2010/09/27 21:04

 보름달 소원





 내일은 추석입니다. 우리집은 큰집이라 삼촌네 식구들과 막내 고모가 우리집에 왔어요. 오늘은 하루종일 비가 얼마나 왔는지 몰라요.

 "자동차가 아니라 배를 타고 온 기분이야."

 삼촌이 오자마자 꺼낸 말입니다.

 "내 평생 이렇게 비 많이 오는 명절은 또 처음이네."

 삼촌의 말에 할머니가 말씀하셨어요.

 "내 평생에도 처음이로구나."

 사촌언니들은 차를 타고 오면서 바라본 바깥 풍경이 어땠는지 크게 떠들었어요.

 "장난이 아니었어! 길이 아니라 바다야!"

 "차들이 떠다녔어요! 지나갈 때마다 물이 파바박!"

 나는 종일 집안에 있었지만, 텔레비전 뉴스로 언니들이 말한 광경을 보아서 알고 있었지요. 사람들의 무릎까지, 허벅지까지 물에 잠긴 곳도 있던데요. 언니들은 잔뜩 들떠서 계속 떠들었지만 할머니는 삼촌을 혼내셨어요. 이렇게 궂은 날 무리해서 왔다고 말이지요. 하지만 잠시 꾸중하시고는 이내 식혜를 내어 오셨어요.

 "친구 자취방에 물이 들어왔다네."

 대학생인 고모는 친구와 한참 통화하더니 걱정 어린 표정으로 말했어요.

 "다른 애들이 도와주러 가긴 했다는데, 물을 퍼내도 계속 들어오나봐. 고향에 가는 것도 취소했대. 추석 전날에 이게 무슨 일인지……."

 어른들은 뉴스를 보며 피해 입은 사람들을 걱정했습니다.

 "저 사람들은 명절도 제대로 못 쉬겠구나. 얼마나 속상할 거냐."

 "아이고, 저 물건들 다 물에 잠긴 것 좀 봐. 저걸 어째."

 사실 나는 그때 언니들과 함께, 고모가 데려온 강아지 멍구와 노느라 바빴어요. 고모는 학교 앞에서 혼자 살다가 얼마 전부터 강아지를 길러요. 그런데 빈 집에 며칠씩 강아지를 혼자 둘 수 없다고 데려온 거예요.

 "고모! 멍구 과자 줘도 돼?"

 "안돼! 아직 어리기 때문에 아무 거나 주면 안 돼."

 "그럼 사료 어딨어? 우리가 사료 줄게, 고모."

 "사료는 정해진 시간에 줘야 돼. 시간 되면 알려 줄게."

 아직 어리다는 멍구는 천둥 소리가 무서운지 우르릉, 꽝! 천둥이 칠 때마다 깜짝 깜짝 놀라 고모를 찾아다녔어요. 모두들 그런 멍구를 보며 깔깔 웃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나도 천둥 소리가 무서웠어요. 몇 시에 칠 건지 미리 알려주고 치면 덜 무서울 텐데, 방심하고 있는데 갑자기 꽝! 울리니까 화들짝 놀라게 되는 거예요. 이 얘기를 했더니 고모가 나를 창문 앞으로 데려갔어요.

 "고모는 천둥이 언제 칠지 미리 알 수 있지롱."

 "정말?"

 "조금만 기다려 봐."

 나는 고모 옆에서 숨죽여 기다리고 있었어요. 잠시 후에 고모가 말했습니다.

 "이제 천둥이 칠 거야!"

 우르릉, 꽈광!

 와, 나는 너무 놀랐습니다. 고모는 어떻게 천둥이 칠 것을 미리 알았을까요? 우와, 우와- 감탄하자 고모가 비밀을 알려주었습니다.

 "번개가 먼저 치고, 그 다음에 천둥이 오는 거야. 밖을 보고 있다가 갑자기 번쩍! 번개가 치면, 곧이어 금방 천둥이 따라오는 거지."

 "왜?"

 "걔들은 한 세트거든."

 왜 한 세트라는 건진 모르겠지만 고모 말이 맞았습니다. 나는 창문 옆에 붙어 서서 번쩍! 번개가 칠 때마다 재빨리 언니들에게

 "천둥 친다!"

고 알려주었습니다. 그 때마다 언니들은 멍구를 끌어안았습니다. 엄마와 숙모는 강아지는 그만 만지고 손을 씻어야 송편 만드는 데 끼워 주겠다고 외치셨어요.
 

 *
 

 밤이 지나고 날이 밝았습니다. 어제 그렇게 내리던 비는 밤사이 뚝 그쳐 있었어요. 우리는 차례를 지냈습니다. 차례상에 돌아가며 절을 하고 음식을 나눠 먹었어요. 삼촌네 식구들은 숙모의 엄마 아빠를 보러 간다고 떠났습니다. 다행히 고모는 하루 더 자고 간댔어요. 내가 좋아서 배시시 웃으니까 고모가 말했습니다.

 "너, 고모가 아니라 멍구가 하루 더 있어서 좋아하는 거지?"

 고모는 쪽집게예요. 나는 혓바닥을 낼름 내밀며 웃었습니다.

 저녁 식사를 하고 우리 가족은 밖으로 나왔어요. 물론 멍구도 같이 나왔습니다. 어제 그렇게 겁쟁이처럼 웅크리던 멍구는 오늘 밖에 나오니까 아주 신이 나서 팔짝팔짝 뛰었어요. 바람이 조금 찼지만, 날씨는 좋았습니다.

 "올해 추석엔 달을 못 볼 줄 알았더니, 환하게 떴네."

 엄마의 말에 하늘을 보니, 우와! 정말 커다란 달이 떠 있습니다. 환하고 둥근 보름달이에요.

 "자아, 소원을 빌자. 추석날엔 보름달을 보면서 소원을 비는 거야."

 할머니가 말씀하셨습니다. 식구들은 다들 마음속으로 소원을 비는지 조용해졌어요. 아아, 그런데 나는 무슨 소원을 빌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할머니는 금방 끝내셨어요.

 "나는 다 빌었다."

 "벌써요?"

 "평생 소원을 하도 많이 빌다 보니까, 평소에 요약이 잘 돼 있어서 금방 나온다."

 할머니 말씀에 모두 깔깔 웃었어요. 하지만 나는 여전히 소원이 잘 떠오르지 않아요.

 '저희 가족 건강하게 해 주시구요, 멍구 같은 강아지 기르게 해 주시구요…….'

하니까 콕 막힙니다. 달님이 소원을 들어준다는데, 더 많은 소원을 빌어야 하지 않겠어요? 내가 소원을 다 빌기도 전에 식구들이 이만 들어가자고 할까봐 마음이 좀 조급해졌어요. 할머니는 소원을 다 빌었다면서도 계속 달님을 쳐다보다가 말씀하셨어요.

 "아무래도 오늘 보름달을 보라고, 하늘님이 어제 서둘러서 구름을 비웠나 보다."

 고모는 오오오- 하면서 할머니를 보며 웃었어요. 나는 드디어 소원 하나를 더 빌었습니다.

 '내년부터는 미리 미리 조금씩 나눠서 구름을 비워 주세요.'









2010/09/23 02:39 2010/09/23 02:39


청첩장




나는 아까부터 청첩장 하나를 앞에 두고 생각에 빠져 있습니다.
회사로 배달된 청첩장은 특별할 것 없이 흔하게 생긴 것이었습니다.
예비 신랑 신부의 사진, 예식장 약도, 축복을 바라는 글귀까지
뭐 하나 어색할 것 없는 평범한 것이었지요.
그러나 나는 모두 잠든 이 시각까지 어쩔 줄 몰라하고 있습니다.
청첩장에 적힌 이들의 이름이 처음 보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네,

나는 일전에 기억을 먹는 아이를 만났습니다.
술에 취해 골목을 헤매다가 그 아이와 마주쳤고
기적처럼, 원치 않는 기억들은 모두, 그 아이가 먹어 주었습니다.
동이 터서 그 골목을 뜰 당시엔, 세상에서 가장 홀가분한 사내가 되어 있었습니다.
기적이었다- 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태어나서 받아 본 선물 중 가장 큰 선물이었어요.

그런데 아뿔싸,
나는 그만 가장 중요한 기억을 먹어달라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그 아이가 내 기억을 먹어 주었다는 기억도
함께 먹어 달라 부탁해야 했던 것을.

나는 그 아이가 어떤 기억들을 먹어 주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차마 기억하기엔 괴로웠던 기억들, 깡그리 버리고 싶던 기억들이었을 것이다-
라고만 짐작할 뿐입니다.

그래서 나는 아까부터 이 청첩장에 적힌 이름들을 기억해내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도저히 떠오르지 않는 이름이라면, 그 아이가 먹어준 이름일 테니까요.
그동안 함께 일했던 사람들부터 거래처 직원들, 학교 동창들, 멀고 먼 친척들까지
아무리 되짚어 보아도 이 이름들은 없습니다.

내가 지금 얼마나 괴로운지 아시겠어요?

대체 어떤 일이 있었기에 깡그리 버리고 싶던 걸까요.
무슨 기억이 그렇게 나를 괴롭혔던 걸까요.
지금 청첩장 안에서 환하게 웃으며 새로운 출발을 축복해주길 바라는 이 사람들이
나에게 어떤 기억을 만들어 주었던 걸까요.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나는 이제부터 기억나지 않는 모든 것들을
이렇게 의심하며 살게 되는 걸까요?









2010/09/20 02:01 2010/09/20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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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 기분은 조금 들떠서 땅에서 발이 십오센티쯤 떠 있지만,
알고보면 내가 붕 떠 있는 이곳은 지하 오백미터 갱도이더라, 정도의 기분.
2010/09/19 03:28 2010/09/19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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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4 00:07 2010/09/14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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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01 22:01 2010/09/01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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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AF2010
from 분류없음 2010/09/0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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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AF2010 개막식 시작. 투모로우 시티 광장에 빨간 원피스를 입은 백지연씨가 등장해 웰컴 메시지를 전했고, 이제 INDAF 총감독 노소영씨가 인사와 행사 개요를 설명하고 있음. 비가 뿌리다 말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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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 전원(!)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재밌네) 닭강정과 공갈빵, 짜장면을 나눠 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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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AF2010에 전시된 모바일 아트 작품들은
 작품의 의도를 제외하고 기술적인 면만 보면 "이제 이런 것도 된다" 정도를 보여주는 수준.
진행요원의 스마트폰으로만 감상이 가능한 것도 한계.
조만간 관람객 각자의 폰으로 감상 가능한 모바일 아트가 나올 것 같다. 여하간 재밌게 봤음.
2010/09/01 20:21 2010/09/01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