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꽃을



 잘린 꽃은 싫어
 물병에 처박혀 시든다거나
 거꾸로 매달려 말라가는 건
 싫어, 그 죽음의 기운

 태어난 그대로의 꽃이 좋아
 담벼락에 쪼그려 개 오줌을 받아먹고
 더러운 하수구 철창 아래서 흔들려도
 좋아, 살아가는 그들

 하지만 그대가 나에게
 이런 꽃을 안겨줄 도리 없다면
 나는 기꺼이 죽은 강아지 같은 꽃을
 웃으며 쓰다듬겠어

 그러니 부디 나에게 꽃을 줘
 김처럼 잘라서 아무데서나 파는 꽃을 줘
 꽃을 들고 헐떡이며 춤을 추게 해
 오, 나에게 꽃을.


 (2005.08.12)




2005/08/12 18:45 2005/08/12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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