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아래 앞으로는 일 미루지 말고 제때제때 해야겠다고 글을 썼지만, 그새를 못 참고 하던 일 접어놓고 잡담방에 들어왔다.

작년 한 해를 돌아보며 내가 얻은 가장 큰 것이 무엇인가- 생각하면
다른 무엇보다 '사람' 이 떠오른다.

사실 나는 원판이 사교적인 성격이 아니어서 곁에 있는 사람들을 잘 챙겨주지도 못하고 혼자 앞만 보고 달리.............는 것도 아니고, 혼자 방구석에 처박혀 음악 듣고 책 읽고 낙서하고 공상하며 뒹굴거리는 것이 가장 좋았다. 휴대폰은 끄고 살기 일쑤고 켜놓아도 받지 않을 때가 많으며 어떤 모임 같은 것이 있을 때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선호도와는 무관하게 모임 그 자체에서 활동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물론 지금도 기본적인 성향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나는 여전히 하루에 단 얼마간이라도 철저히 혼자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도 작년엔 많은 사람들을 새로 만나기도 했고, 원래 알던 사람들과 더욱 가까워지기도 했고, 무엇보다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을 어느 때보다 배울 수 있었다. 즐거웠다, 라고 하지 않고 즐거움을 배웠다, 라고 쓴 건 그 동안 내가 이런 즐거움을 왜 알지 못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 모두와 마음이 맞아 쿵덕쿵 낄낄거릴 수는 없는 것이지만,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이렇게 즐거울 수 있다는 걸 나는 미처 알지 못 한 채 살아왔나 보다.

즐거움- 도 즐거움이지만
또 하나, 사람과의 관계에서 얻을 수 있던 것은 바로- 위로.

얼마 전 만난 친구 허양은 나에게 평소에 자살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느냐 물었다. 나는 가끔 괴로울 때가 있지만 사람들의 위로에 힘이 난다고 했고, 허양은 자신은 종종 자살 충동을 느낄 때가 있는데 그건 너처럼 위로해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인가 보다, 라고 이야기했다. 평소 가까운 친구라 생각했던 허양에게 위로가 되어주지 못 했구나 라는 미안함 한편으로 내게 위로가 되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다행스레 여겨졌다. 굳이 말로 행동으로 하는, 위로가 목적인 위로가 아니더라도 존재 자체로 위로가 되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다행인 일이다.

회사 동료 오욕칠정 씨는 최근에 '사람을 진심으로 대한다는 것이 얼마나 쉽고도 멋진 일인지 깨달았다' 는 이야기를 해서 나를 감동시켰는데, 그 말이 맞다.

올 한 해도 사람으로 인해 즐거워하고, 사람에게 위로를 받으며 살아가면 좋겠다.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고, 사람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열심히 만나고, 진심으로 대하며, 팔 닿는 데까지 감싸안고 함께 울고 웃는 한 해가 되면 좋겠다.




2006/01/03 04:40 2006/01/03 04:40

Trackback Address >> http://dodaeche.com/trackback/519

  1. Subject: aris furniture

    Tracked from aris furniture 2011/12/11 20:04  delete

    Add to bookmarks. Now I will read more often!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