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동네를 산책하면서 가끔 마주쳤던 개가 있다. 갈색 토이 푸들인데 쬐끄만 덩치와 달리 상당히 사납다. 태수가 아직 어렸을 때, 우리를 볼 때마다 달려들어 짖는 바람에 놀라기도 했고, 난감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한동안 못보던 그 개를 오늘 다시 보았다. 어느덧 태수도 성견이 되어 그 개보다 덩치가 크다. 그래서 그런지 예전처럼 달려들진 않더라. 그런데 오늘은 매번 보던 그 개 주인 아줌마가 아닌 주인 아저씨가 아는 체를 했다. 태수 성별을 묻기에 수컷이랬더니 '우리 개랑 결혼시키자'고 하신다. '저놈 한을 풀어주고 싶다'는 걸 보니 아마 발정기인가 보다. 아저씨랑 이야기하는 동안, 두 마리 개는 서로 냄새를 맡으며 탐색중이었다. 하지만 암캐는 열심히 코를 들이대는 태수에게 으르르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쟤가 얘를 싫어하는데요?"
"암놈이니까 빼는 거지. 조금만 기다려 봐."

둘이 어떻게 하나 궁금해서 일단 그냥 두고 봤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암캐가 "캉!" 사납게 짖으며 태수에게 달려들었다. 깜짝 놀라 암캐를 보니 입에는 태수의 흰 털이 한 움큼 물려 있.............

"털이 뽑혔잖아요!"
"키스를 씨게(세게) 한 모양이구만!"

아 놔... 키스 열 번만 더 하면 개태수 대머리 되갔슈. 그냥 오려 했지만 아저씨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태수 고추를 만지며 단단하다는 둥, 튼실하다는 둥, 잘할 것 같다는 둥;; -_-;;  아쉬워하는 아저씨를 뒤로 하고 돌아왔다. 집에 와서 풀죽어 엎드려 있는 태수에게 "세상에 암캐는 많아" 라며 위로해 주었다. -_-;;

그렇다. 태수는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았다. 동물병원에선 수술을 권했고, 인터넷으로 중성화 수술에 대한 자료를 찾아봐도 하는 쪽이 좋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래도 망설였던 것은 태수의 작은 불알이 너무 귀여웠기 때문인데; 그걸 떼어 버린다고 생각하니 내키지 않았던 것이다. 결정적으로 중성화 수술에 대해 누군가 써 놓은 글을 읽고 마음을 접었다. '중성화 수술은 대단한 게 아닙니다. 평생 어린아이로 살게 되는 것 뿐입니다' 란 글이었다. 수술을 권하는 글이었지만 오히려 그 글을 읽고 수술을 포기하게 되었다.

글쎄, 태수는 현재 생후 19개월, 그러니까 일년 칠개월차. 아직 중성화를 하지 않아 생기는 단점이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니 몇 달 후, 아니면 몇 년 후라도 주위의 조언처럼 '너무 괴로워 하는 모습을 보는 게 괴로운' 때가 찾아올 지도 모르겠다. 겪어보지 않은 일이니 절대 시키지 않을 거라곤 확신하지 못하겠다. 그리고 참다 참다 못해, 개와 주인 모두를 위해 수술을 단행한 주인들도 있다는 것도 안다. 특히 암캐의 경우엔 상상임신까지 하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 내가 암캐의 주인이었다면 어떤 판단을 내렸을지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직접 심각한 상황을 겪기 전까진 미리 수술 시키진 않겠다는 게 지금 내 입장이다. 중성화 수술이란 게 너무 쉽게, 습관적으로 행해지는 것은 아닌가란 의문이 있기 때문이다.

수술하지 않은 개는 식욕이 떨어진다기에 산책을 되도록 자주 하고 있다. (날이 궂거나 내가 너무 바쁘지 않은 한은 매일 시키려 노력한다) 실제로 실컷 뛰어놀고 돌아온 날엔 밥을 후딱 먹어치운다. 자위용품도 사 주었다. 태수보다 큰 인형인데, 붕가붕가하기 편한 모양으로 일부러 사 준 거다. 그걸 들고 집에 간 날, 태수는 기다렸다는 듯 인형을 붙들고 붕가붕가하기 시작했다. -_-; 식구들에게 '본능이니 이해해 달라'고 청해서 태수는 식구들 눈치 안 보고 틈틈이 붕가붕가를 한다. 집안 곳곳 오줌을 찔끔거려 골치라는 마킹 행위도 아직까진 하지 않고 있고... 이건 배변 훈련과도 관계가 있지 않을까 추측 중. 태수는 100% 배변판에 대소변을 누고, 나름의 마킹이 아닐까 추측되는 '찔끔찔끔' 쉬야도 배변판에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산책 나가면 열심히 영역표시를 하는데... 어쨌든 배변 훈련과 중성화 수술에 대해서는 할 이야기가 제법 많아서, 나중에 따로 포스팅할 생각이다.

여하간 하려던 이야기는 개태수가 동네 암캐에게 퇴짜 맞았다는 것. 평소에 인기가 많아서 암캐 수캐 안 가리고 따라오는 바람에- 그 와중에 길 잃은 개도 두 마리나 주인을 찾아줬는데, 오늘은 태수의 굴욕이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세상에 암캐는 많다 태수야. -_-;;




2009/05/18 00:56 2009/05/18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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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spacia 2009/05/18 03:4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수캐는 굳이 중성화를 시키지 않아도...
    암캐는 아무래도 자궁 때문에요, 반려견이라면 오래 같이 살아야 할텐데 애를 자꾸 낳으면 자궁이 노화되고 병에도 걸리거든요.
    그렇다고 수캐에게 콘돔을 씌울 수도 없는 일이고...
    저의 초코가 가끔 생리하는 여자들에게 집적대고 그래서, 또 운동장이 필요하고 그래서 광주에 있는 친구네 집에 보냈는데, 제 짝이 있으면서도 광주 바닥에 제 씨를 널리널리 퍼뜨리더군요..-_-;;;
    그래도 뭐, 원한 쌓인 건 없겠죠.

    • 도대체 2009/05/25 17:26  address  modify / delete

      암캐의 경우도 난소/자궁을 들어내는 방법 말고 다른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요.
      초코는 광주의 큰어른이 되었군요; ㅋㅋ

  2. vk 2009/05/18 13:5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암컷 시츄 한 마리 더 입양하시면 서로 윈윈할 것 같은데요. ㅎㅎㅎ

    • 도대체 2009/05/25 17:27  address  modify / delete

      윈윈..........^^;
      태수 외에 더 키우는 건 아무래도 벅차요.

  3. 앨리스 2009/05/18 19:0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일년에 두번 생리피를 흘려서 빤쓰를 입혀줘야 하는 것도 아닌데 뭘. 그냥 둬도 돼.
    수캐들은 리얼돌(-_-..)이라도 있지...우리 까미는 흑..(괜히 안군 아이디어대로 까미 성욕 풀어준다고 수캐에게 콘돔이라도 씌웠다간, 상상임신으로 이어져서 큰병이 될 터_-)
    글구, 중성화수술을 한 수캐는, 거세는 되었지만 풀지 못하는 성욕은 남아 있어서 대신 식욕이 왕성해져서 비만해지기 쉽다더라. (까미 훈련 선생에게 들은 말)
    하여간 사람이나 개나 똑같아.

    • 도대체 2009/05/25 17:27  address  modify / delete

      그렇다. 겪으면 겪을수록 사람이나 개나 똑같은 게 아닌가 하고 있어.

  4. mepay 2009/05/19 17:4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개도 그런걸 하는줄 첨 알았네요.

    • 도대체 2009/05/25 17:28  address  modify / delete

      혹시 붕가붕가 말씀하신 건가요? 쬐끄만 게 아주 열심이랍니다. 저는 변태 주인이라서 사진도 찍어놨;;

  5. 작은새 2009/05/22 08:4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와우. 강아지 키우는게 쉬운일이 아니군요'-'!!! 아무튼 태수야 기운내렴~

    • 도대체 2009/05/25 17:28  address  modify / delete

      생각보다 신경쓸 부분이 많더라구요. 태수는 이제 기운을 차렸습니다! ^^

  6. 이수연 2009/05/24 23:5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도대체님,
    수컷과 암컷을 함께 기르는데 새끼를 원치 않는 경우,
    모자를 기르거나 부녀거나 남매를 함께 기르는 경우라면 암컷보다 수컷을 중성화하는게 옳습니다만,
    태수 혼자인데 중성화를 안 시킨 건 옿은 생각입니다.
    그리고 교배의 경우 같은 견종이 아니면 시키지 마세요,
    잡종이 태어났는데 내가 평생 기르고 그 아이 번식시킨 애도 책임지고 다 기를 수 있다면 좋지만, 남이 기를 경우에 그 잡종견이 번식하게 되면 잡종이란 이유로 분양이 힘들거나 혹은 막 길러져 어떤 운명에 처할지 알기 어렵답니다^^;
    저는 암컷이고, 유선종양인지라 의사쌤이 중성화를 권했지만 아직은 버텨볼라고요.
    또 태수가 자라서 나이가 좀 들면 아- 태수 자손이 있어서 계속 번식시키면서 기르고 싶다란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몰라요.
    태수도 생각보다 아픈 곳이 많네요.
    네이버에서 '홀펫'이라고 쳐서 가입 한 번 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여긴회원 정리를 잘 하는 곳이라 출석글 오래 안 올리면 강퇴당하고, 가입하려는데도 정원제라서 좀 까다롭습니다.
    제가 기르는 아이는 암컷인데 홀펫을 알게 되고(여기는 생식과 허브 등 자연요법 교류 까페입니당) 오가닉 밸런스란 곳에서 생식 구입하고 있는데 엄청나게 활발하고 쌩쌩해졌습니다
    지금 유선종양도 사라진 상태인데 전 허브와 생식 덕이라 생각하는데 쌤은 발정주기 지나면 주는 경우가 있다고 다음 발정기땐 또 생길지도 모르겠다더군요. 기다려봐야죠^^
    사료도 죽어라 안 먹고 했는데 밥 너무 즐겁게 먹어요
    절대 광고 아녜요, 전 손이 많이 가는 일 못하는 상황이라 사서 먹이지만 여기 있는 많은 분들이 생식을 자기가 직접 만들어 맥여요^^; 제가 먹이는 생식 말고 다른 생식 회사들도 다 링크되어 있구요.
    태수가 나이치곤 좀 아파보이고 대체님도 태수를 많이 생각하시는 듯 해서 살짜쿵 알려드립니다^^

    • 도대체 2009/05/25 17:29  address  modify / delete

      와... 고맙습니다. 태수가 다른 곳은 말짱하고 건강한데, 위가 약한가 봐요. 알려 주신 홀펫이란 곳도 가 볼게요. 고맙습니다. 수연님댁 꼬마도 재발 없이 건강하게 지내길 바라요.

  7. 이수연 2009/05/27 17:5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참, 도대체님
    수컷 같은 경우에는 안쓰러워서 교배해주면 더욱 원하게 된다고 들었습니다^^;
    참고해주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