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27 18:41
사람이라면 이런저런 노릇을 하며 살아야 한다. 각자 맡은 역할이 있는 건데
그게 하나로 끝나면 살기 편하겠지만, 일반적인 경우라면 그렇지 않지.
내 포지션을 보자.
나는 대충 딸, 누나, 친구, 몇 모임의 일원, 하청업자, 중간에 낀 어설픈 오더 등의 노릇을 하며 살고 있는데
이게 개개의 노릇을 모두 100만큼 하며 살 수 있음 고민이 없겠지만
주어진 총합이 100일 뿐, 그 안에서 저 역할들의 비중을 요리조리 조절하며 살아야 돼서 문제다.
어제 오늘 하청업자 노릇을 하느라 다른 노릇들을 못했는데, 마음이 편치 않다. 그중에 딸 노릇 못한 것이 가장 마음에 걸린다.
밤 새워 일하면서 불편한 마음으로 가족이란 뭔가, 가족 노릇이란 뭔가, 딸 노릇이란 뭔가, 고민하며 센치한 감정에 빠졌다가
결국 가족이며 딸, 엄마, 모녀 관계-왜 모녀 사이는 늘 이래야만 하나요- 같은 감상적인 코드로 접근할 게 아니라,
주어진 총합과 그 안에서의 비중 조절로 봐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그 비중 조절이라는 걸 마음 가는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생각해 보면 결국 또 대부분 시간과 돈, 노동력을 빼놓을 수가 없다.
이를테면 이번 주말에 나는 친척의 결혼식에 가는데
예식장에 다녀오는 품, 시간, 그리고 축의금을 제공하는 것으로 친척 노릇을 할 예정이듯이.
마음 같아선 가족 30, 애인 30, 친구 30, 일 10, 이렇게 조절하고 싶다고 쳐도
시간, 돈, 노동력을 감안하고 거기에 맞춰서 별 수 없이 마음 덜 가는데도 크게 배정할 수밖에 없는 게 있고, 반대인 경우도 있고.
아... 일단 찬찬히... 역할 항목을 좀더 단순히 조절할 수 있을지, 지나치게 큰 비중을 둔 항목은 없는지 생각해 봐야겠다.
어쩌면 PC의 5메가 짜리 바탕화면처럼- 바탕에 깔고 사는 불필요한 무언가를 발견할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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