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둥이 생각
                                             
                              손택수


손을 내밀면 연하고 보드라운 혀로 손등이며 볼을 쓰윽, 쓱 핥아주며 간지럼을 태우던 흰둥이. 보신탕감으로 내다 팔아야겠다고, 어머니가 앓아 누우신 아버지의 약봉지를 세던 밤. 나는 아무도 몰래 대문을 열고 나가 흰둥이 목에 걸린 쇠줄을 풀어주고 말았다. 어서 도망가라, 멀리멀리, 자꾸 뒤돌아보는 녀석을 향해 돌팔매질을 하며 아버지의 약값 때문에 밤새 가슴이 무거웠다. 다음날 아침 멀리 달아났으리라 믿었던 흰둥이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돌아와서 그날 따라 푸짐하게 나온 밥그릇을 바닥까지 달디달게 핥고 있는 걸 보았을 때, 어린 나는 그예 꾹 참고 있던 울음보를 터뜨리고 말았는데

흰둥이는 그런 나를 다만 젖은 눈빛으로 핥아주는 것이었다. 개장수의 오토바이에 끌려가면서 쓰윽, 쓱 혀보다 더 축축히 젖은 눈빛으로 핥아주고만 있는 것이었다.









2008/05/06 07:11 2008/05/06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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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vk 2008/05/06 12:0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10여년전 조그만 체격과 귀여운 얼굴에
    유난히 붙임성 좋은 성격으로 사람들의 귀여움을
    독차지 하였던...
    특히나 여자들에게 인기 많았던
    메리가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로 죽어버리던 그때
    충격이라면 충격때문이었을까

    아무런 생각없을때 살며시 다가와
    죽어버린 메리를 자신이 가져가면 안되겠냐고 하던
    그 아저씨 말에 무심코 예스라고 답해버려 그렇게 메리를 잃고나서
    얼마후 알게된건 메리는 그렇게 한 그릇의 보신탕으로 승화했다는것...

    그후 10여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전엔 전혀 먹지 못했던 개고기란 것을
    아직도 잘은 먹지 못하지만 조금은 먹을수 있게된다는 것
    하지만 아직 보신탕은 꺼려진다는것...

    흰둥이 생각을 보고 생각난
    메리....

    안녕...

  2. 달별 2008/05/07 19:0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http://photo21.or.kr/zeroboard/zboard.php?id=jayou&page=1&sn1=&divpage=1&sn=off&ss=on&sc=on&keyword=흰둥이&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2729

    잘 지내시죠?
    (사진은 내 친구 이희섭이라는 사진가의 집에서 키웠던 흰둥이, 양쪽 아이들은 이제 성인이 된 두 아들입니다)

    • 도대체 2008/05/08 03:46  address  modify / delete

      안녕하셨어요?!
      사진 참 평화롭네요. 그런 한편, 평소에 저 형제와 개들이 격렬하게(!) 놀았을 모습을 상상하니 웃음도 납니다.
      저희 개랑 산책하다보면 여자애들은 다가와서 귀엽다고 쓰다듬고 이름 묻는 게 다인데
      남자애들은 일단 "강아지다!" 외치며 달려와서 번쩍 들고 다른 개 위에 포개서 올려놓고 아주 야단이에요ㅋㅋ.
      사진 속 개들도 형제와 지내는 동안 원없이 신나게 뛰어놀았을 거라 짐작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