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자면 지난 해 목표 중 하나였던 '손톱 깨무는 버릇 고치기'는 아직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래서 인조 손톱을 붙였다가 떼었다가 하고 있다. 지난 주 수요일, 새로 시작하게 된 일에 대한 회의를 하러 모 대학으로 가는 길에 문득 손을 내려다보니 인조 손톱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매니큐어를 바른 기다란 손톱들 중에서, 그것도 가운데 손가락만 아무 색깔 없고 짤막하다면 그건 꽤 볼썽사나운 모습이지만 딱히 처치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그러고 회의 장소까지 갔다.

회의 전에 멤버들끼리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식사 후 학교 건물로 돌아가던 중- 앞장서서 건물 현관문을 밀어젖히던 나는 손에서 뭔가 '퉁-'하고 떨어져나가는 것을 보았다. 손끝에 힘을 주면서 손톱 하나가 또 떨어져나간 것이었다. 몸에서 갑자기 손톱을 튕겨내며 다니는 사람이라니 그건 너무 굉장한 광경이기 때문에, 나는 뒤따라오던 일행이 볼새라 황급히 허리를 굽혀 손톱을 주웠다.

그리고 회의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남은 손톱들을 마저 하나하나 떼어버리고, 떼어낸 손톱들을 코트 주머니에 넣어두었다.

토요일, 공연을 보러 홍대 앞으로 갔다. 일행이 도착하길 기다리면서 공연장 근처 편의점으로 들어가 커피를 하나 샀다. 계산대에 커피를 올려놓고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고 있자니 코트 주머니에 구겨넣은 꼬깃꼬깃한 천원짜리가 떠올랐다. '이왕이면 꼬깃한 돈을 먼저...' 라는 심보로 지갑을 내려놓고 코트 주머니의 천원을 꺼내 지불했다. 그리고 동전을 찾고 있는데 점원이

 "손톱……."

이라고 나즈막히 말했다. 인조 손톱을 붙여본 사람은 알겠지만 손톱을 떼어낸 후 제대로 다듬지 않으면 정리되지 않은 큐티클과 글루 찌꺼기 등으로 인해 상당히 흉측한데, 그때 내 손이 딱 그랬다. 그녀는 내 손을 보고 안쓰러웠던 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는 체까지 하다니. 나는 잔뜩 무안해져서 '제 손이 좀 그렇죠?' 라는 듯한 표정으로 수줍게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그녀는 내 손이 딱해서 그런 말을 꺼낸 게 아니었다.

그녀는 천원짜리에 딸려나와 함께 지불(?)된 손톱 하나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당황해하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그녀의 손바닥에서 손톱을 집어들며 어색하게 웃은 다음, 빛의 속도로 편의점을 뛰쳐 나왔다.


2007/01/29 00:38 2007/01/29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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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라이 2007/01/29 16:1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영진공 시트콤을 만들면 확실한 캐릭터들이 있어. '없다님', '그리고 대체' ㅎㅎ 그들을 대표하는 에피소드도 각각 하나씩. 참 이 참에 영진공식 시트콤 하나 구상해볼까나.

  2. 도대체 2007/01/29 17:1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ㅎㅎㅎㅎ 없다님 에피소드는 최강이지. 시트콤 좋다, 영진공 사람들은 다 독특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