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대장 나.
초등학교 땐 학교 급식으로 200ml 우유를 하루 한 개씩 마셨고
급식이 중단되는 방학이면 역시 학교를 통해 배급되는 방학용 전지분유를 물에 타서 마셨다.
성인이 된 지금은 매일처럼 우유를 마시진 않지만,
아직도 슈퍼마켓 단골 메뉴는 우유. 특히 술 마실 땐 주종에 관계없이
우유를 옆에 두고 함께 마시는 걸 좋아하고, 칵테일 중에선 깔루아밀크가 제일 좋다.

오늘 낮에 누군가 초인종을 눌렀다.
평일 낮의 방문자는 대개 각종 판촉업자 내지 종교단체이기 때문에
누군가 벨을 울리면 나는 집에 아무도 없는 듯 살금살금 걸어가서
비디오폰으로 얼굴을 확인하고, 이웃사람이 아니면 대답을 하지 않는다 -.-
그런데 오늘은 어쩐지 아는 체하고 싶은 기분이 들어서 "누구세요" 했더니
"ㅇㅇ우유입니다" - 바로 철컥.

아주머니 한 분이 우유 영업을 나오셨다.
처음엔 문만 열었는데, 어느새 아주머니가 집안으로 들어와 있었고
잠시 후 우유 주문서가 내 손에서 아주머니의 손으로 건네지고
우유 다섯 개(!)와 유리 반찬통 5개들이 세트가 아주머니의 손에서 나의 손으로...

요즘 실적이 좋지 않아서 인천에서 여기까지 영업을 나왔다는 아주머니.
고맙다는 인사를 너무 많이 하시는 데다가, 많이 주문한 것도 아닌데
사은품이 너무 과하다 싶어 돌려주려고 했지만 끝내 놓고 가셨다.

반찬통 세트를 식탁에 올려놓고 방으로 들어왔는데 다시 울리는 초인종.
고마워서 다시 왔다며 우유 다섯 개를 더 주셔야겠단다.

냉장고에 우유 열 개를 넣어두고 '와 이걸 언제 다 마시냐'...!

하지만 이내... 동생과 나는 우유를 제법 마시지만
엄마가 우유를 마시지 않는데, 두유를 주문할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스물스물 들고 있는데
한참 후, 놀랍게도 초인종이 한 번 더 울렸다.
이번엔 아주머니와 함께 남편으로 보이는 아저씨까지 찾아오셨다.
날이 어두워지고 돌아갈 길은 멀어서
사은품을 싣고다닌 카트를 내일까지 맡길 수 있냐는 것.
(그걸 인천에서 여기까지, 차도 없이 끌고 왔던 것이다!)
별 일 아니기에 오케이 한 다음
주문했던 우유를 두유로 전격 교체.
그리고 또다시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우유 다섯 개와 반찬통 세트를 하나 더 받았다.

그래서 지금 우리집 냉장고엔 우유 열 다섯 팩.
식탁엔 반찬통 세트 두 상자가 있다.
하루에 두유 두 개씩 마시기로 한 것과
하룻동안 카트를 맡아주는 대가로 말이다!



2007/01/22 19:44 2007/01/22 19:44
Tag //

Trackback Address >> http://dodaeche.com/trackback/1062

댓글을 달아 주세요